우리를 일으켜 세우는 아버지의 용서와 사랑 (295) 탕자의 귀환
2019년 12월 26일(목) 04:50
렘브란트 작 ‘탕자의 귀향’
연말이면 평생 집을 떠난 적이 없음에도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아 귀향이라도 하고픈 마음이 든다. 마치 오랜 시간 길을 잃고 방황했던 탕자를 아버지가 반가이 맞아주기를 기대하면서 집으로 바삐 돌아가고 싶은 바람처럼 말이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헨리 나우웬(1932~1996)의 ‘탕자의 귀향’은 렘브란트가 그린 그림 한 점을 실마리로 길고도 먼 영적 탐험을 나선 여정을 담은 책이다. 신부이자 작가인 저자는 성경 속 누가복음 15장의 강렬한 비유를 고스란히 화폭에 옮긴 렘브란트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작은 아들의 귀환, 아들의 신분을 회복시켜주는 아버지, 큰 아들의 서운함, 아버지의 동정심 등에 차례로 감정이입하였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처럼 차례로 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으로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렘브란트(1606~1669)의 ‘탕자의 귀향’(1669년 작)은 한때 암스테르담 시민 전체가 초상화 주문을 위해 달려들었을 정도로 성공했던 렘브란트가 실패와 환멸, 슬픔을 지나 이윽고 도달한 인생의 황혼기에 그린 작품이다. 방탕에 젖어 재산을 탕진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아버지에게 돌아온 탕자, 모든 허물을 다 용서하는 연민의 몸짓으로 아들을 껴안고 있는 아버지, 이들과 얼마쯤 거리를 두고 서있는 두 여인과 이 상황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는 큰 아들과 또 한 남자의 모습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면서 부모 된 지 이리도 오래지만 탕자의 아버지처럼 자식들의 태도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다시금 성찰해본다. 성탄절 즈음이어서인지 이 한 점의 그림이 수많은 일상의 번민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아버지’의 조건 없는 용서와 사랑이 우리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따스한 위로와 의미로 다가온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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