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 ‘야구의 재개발’
KIA 등번호 38→17로 변경… 새 마음가짐으로 새출발
2017년 두차례 완봉승 등 총 8승 올리며 ‘V11’ 기여
올 시즌 부상·부진에 고전…내년 풀타임 목표 맹훈련
2019년 12월 25일(수) 23:10
KIA 타이거즈의 ‘잠수함’ 임기영이 새 번호를 달고 다시 뛴다.

임기영은 내년 시즌 38번 대신 1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른다. 새 번호, 새 마음으로 마운드에 서겠다는 각오다.

송은범의 FA 보상 선수로 한화에서 이적한 임기영은 KIA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7년, 두 차례 완봉승 포함 8승을 올리는 등 ‘V11’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기대했던 역할을 하지 못했다.

특히 올 시즌에는 첫 등판에서 4이닝 8실점으로 부진했고, 부상까지 겹쳤다. 복귀 후에도 기복을 보이며 고전한 그는 마지막 세 경기에서 18이닝을 3.00의 평균자책점으로 막으며 선발 경쟁의 불씨를 살렸다.

강렬했던 2017년 이후 2년 연속 아쉬운 성적을 낸 임기영은 새 번호로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경북고 출신 임기영은 “학교 다닐 때 17번이었다. 친구들이 좋았을 때 번호를 달면 잘 될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좋았던 시절의 기분을 살려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번호 변경 이유를 밝혔다.

17번을 달기까지 난관(?)은 있었다. 친구 김윤동도 17번에 욕심을 냈고, 선배 고장혁이 먼저 17번을 찜해뒀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예전부터 17번을 달고 싶었는데 한화에서는 박정진 선배님이 쓰셨고, KIA 와서는 서동욱 선배님의 번호였다. 이번에 번호가 나왔는데 장혁이 형이 달겠다고 해서 계속 졸랐다”며 “볼 때마다 떼를 썼다. 나중에 형이 질려서 번호를 쓰라고 했다”고 웃었다.

17번을 달고 2017시즌의 위력을 되찾는 게 임기영의 목표다.

임기영은 “17년에는 마운드 올라가는 게 재미있었다. 2~3점 줘도 선배들이 4~5점 뽑아주시고 이런 게 너무 좋았다. 그때는 두렵고 그런 것도 없었다. 작년부터는 자신이 없다보니까 도망가거나 피하거나 이런 게 많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스피드가 올라야 나머지 구종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역효과가 난 것 같다. 밸런스 무시하고 던지기도 했다”며 “서재응 코치님께서 ‘마지막에 못 던져도 기회 줄 거니까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 할 것 하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 듣고 편하게 했던 것 같다. 또 시즌 중에 자세 교정을 하면서 스피드도 나오고 체인지업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이스’ 양현종은 임기영에게 또 다른 스승이다. 질문 많은 임기영이 가장 오랜 시간 붙잡고 있는 선배가 양현종이다.

임기영은 “경기 초반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현종이 형한데 ‘올라갈 때 무슨 생각 하냐’고 물어봤는데 아웃카운트 딱 15개만 생각하고, 거기서 줄여나간다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 세 경기때 플레이 볼 들어가기 전에 마운드 뒤에 숫자를 적었다. 15개 적고 이닝이 끝나면 12, 9개 그리고 5회부터는 무조건 3개만 잡자고 생각하고 했는데 잘 됐다”며 “초반에 안 좋다가 나중에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보면서 너무 궁금해서 ‘어떻게 (페이스를) 찾아갔냐?’고 물어봤다. 나름대로 섀도피칭(shadow pitching)도 열심히 했다고 하더라.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임기영은 ‘개막전’과 ‘풀타임’을 생각하며 2020시즌을 준비하고, 맞을 생각이다.

임기영은 “신인 때부터 항상 첫 목표는 개막전(개막 엔트리)이었다. 또 한 번도 풀타임을 뛰어본 적이 없어서 풀타임을 하고 싶다. 풀타임을 하면 기록이든 뭐든 따라오게 되어있다”며 “예전보다 진지하게 집중해서 운동을 하고 있다. 두산에서 (변)진수도 왔고 사이드 암 투수들도 많아졌다. 선발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내년에 무조건 잘 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열심히 준비해서 팀에 보탬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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