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측 증인 속속 드러나는 ‘거짓 증언’
“벌컨포 탄피 발견 안됐다며 헬기사격 없었다”는 억지 주장 계속
국과수 감정 거친 탄피 5·18재단 보관…위증죄 추가 엄벌해야
시민들 “검찰 소극적 태도” 불만도
2019년 11월 13일(수) 04:50
5·18재단이 보관 중인 벌컨포 탄피.
12일 오후 서울 전두환씨 자택 앞에서 오월을사랑하는모임, 5·18민중항쟁구속자회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개최한 전두환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관계자가 전두환씨 허수아비를 앞에 두고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88)씨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해 “헬기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한 군인들의 증언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거짓 증언을 일삼는 증인들에 대해선 전씨와 함께 위증죄를 추가해 엄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진원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 등 4명은 지난 11일 광주지법에서 장동혁 부장판사(형사8단독) 심리로 열린 재판에 전씨측 증인으로 참석해 “19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을 지시하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을 반복했다. 이날 장동혁 판사는 이들의 위증사실을 염두한 듯 위증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재판정에서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가장 큰 근거로 “헬기용 벌컨포가 발사되면 20㎜ 구경 탄피가 쏟아지는데 이를 발견한 시민이 없고, 탄흔도 발견된 것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재판 후 곧바로 이들의 증언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벌컨포 탄피 발견 기록이 확인됐다.

12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5·18 당시 습득한 탄피를 분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법안감정서에 따르면 1980년 5·18 직후 광주시 남구의 한 논에서 헬기 장착용인 20㎜ 벌컨포 탄피 2점이 발견됐으며, 시기적으로 5·18 당시 사용됐을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결과가 나왔다.

이 법안 감정서는 5·18 민주화운동 직후 광주시민들이 습득해 보관하다 2017년 5·18 기념재단에 기증한 46점의 탄피를 감정한 것이다.

감정을 의뢰한 46점의 탄피 중 5점은 20㎜ 벌컨포 탄피였고, 1점은 0.5인치 BMG 탄피였다. 나머지 40점은 7.62㎜ 공포탄이다.

로트번호 식별결과 20㎜ 벌컨포 탄피 5점 중 광주시 남구 주월동 월산마을 인근에서 습득된 탄피 2점의 생산연도는 1977년으로, 국과수는 5·18 민주화 운동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다만 광주∼남평간 한두재에서 발견된 벌컨포 탄피 3점은 1980년 9월 이후 생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7.62㎜ 공포탄피 40점도 1984년 생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과수는 감정서를 통해 “감정의뢰한 벌컨포 탄피는 헬기 등에 장착된 무기로, 뇌관 분석결과 정상 격발된(발사된) 탄피”이며 “1977년 미국에서 생산돼 군원물품이나 수입에 의해 한국군에 보급되거나, 주한미군이 도입해 보유한 탄피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탄피들은 5·18기념재단의 자료보관소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민과 5월 단체들은 이처럼 각종 기록·증언 등을 통해 5월 당시 헬기사격이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는데도, 전씨가 이를 부인하고 골프 라운딩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당시 헬기조종사 등의 일관된 거짓 증언과 검찰의 소극적 수사 태도 등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도 헬기조종사들의 거짓 증언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인 전일빌딩 내에 박힌 헬기사격 탄흔조차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5월 단체 등에서 검찰의 진실 추궁 의지와 노력이 너무 부족해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헬기 사격에 관련한 기록물이 워낙 방대하고 왜곡·조작된 기록들도 많아 검찰이 이를 논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재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검찰의 증인을 상대로 한 소극적 증거확보와 추궁 등은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12일 오후 ‘5·18 역사왜곡처벌농성단’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씨 자택 앞에서 상경 집회를 갖고 “알츠하이머 때문에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던 전두환이 최근 골프를 치고, 광주 학살의 책임과 사과를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망언을 쏟아냈다”며 전씨의 즉각 구속과 재판을 촉구했다.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에 들어가겠다며 경찰과 충돌했지만, 경찰의 제지로 막혔다. 이날 집회에서 연행된 사람은 없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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