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미술관 가니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특집 미술관 박물관으로 떠나는 문화 바캉스 - 광주·전남 우리동네 미술관을 찾아서 (上)]
휴가철 맞아 지역 미술관·박물관서 다양한 전시·문화행사
무승산 자락 ‘아트밸리’서 아트투어…개인 미술관도 관객과 소통
휴가철 맞아 지역 미술관·박물관서 다양한 전시·문화행사
무승산 자락 ‘아트밸리’서 아트투어…개인 미술관도 관객과 소통
![]() 광주시 동구 운림동 드영미술관(관장 김도영)을 찾은 시민들이 전시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드영미술관은 오는 11일까지 ‘2019년 청년작가 릴레이 기획전시 소소한 이야기3 -일상 ’전을 연다. <드영미술관 제공> |
미술관과 박물관은 우리의 삶과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보석 같은’ 문화공간이다. 전국적으로 박물관 873개관, 미술관 251개관(2018년 1월 기준)이 있다. 이 가운데 광주·전남 지역은 박물관 69개관, 미술관 39개관이 자리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우리동네 미술관·박물관으로 심미안(審美眼)을 기르는 ‘문화 바캉스’를 떠나보자!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지난 6월, 부산 시립미술관내 ‘이우환 공간’(이우환 작가 상설전시관)을 찾았다. 전시장을 둘러본 20대 아이돌은 방명록에 이우환 작가의 ‘바람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썼다.
‘미술관 덕후’인 그는 7월에도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근대의 꿈’과 ‘야수파(野獸派) 걸작전’을 찾았다. 수화(樹話) 김환기의 작품 ‘영원한 노래’와 프랑스 앙드레 드랭의 ‘빅 벤(Big Ben)’ 앞에서 찍은 자신의 인증 샷을 SNS에 올렸다. 그의 트윗 이후 그가 다녀간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2018년 1월 현재, 전국에 있는 미술관은 모두 251개관(국·공립68. 사립168, 대학15). 이 가운데 광주는 10개관(국·공립2, 사립7, 대학1), 전남은 29개관(국·공립8, 사립21), 전북은 18개관(국·공립6, 사립12)이 자리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18 전국 문화기반 시설총람’)
광주·전남지역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사립 미술관은 예술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가게 하는 한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휴가철을 맞아 우리동네 사립 미술관을 찾아 ‘심미안’(審美眼)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5개 미술관 자리한 무등산 자락 ‘아트 밸리’=광주시 동구 운림동 의재로 일대는 ‘아트 밸리’ 또는 ‘미술관 밸리’로 불린다. 무등산 자락 증심사 입구부터 의재로를 따라 홍림교까지 3㎞ 거리 내에 우제길 미술관(2001년 4월 개관)을 시작으로 ‘의재(毅齋) 미술관’(2001년 11월), 무등 현대미술관(2007년 10월), 국윤 미술관(2008년 7월), 드영미술관(2018년 5월)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각 미술관마다 독특한 색깔을 띠고,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의재로 일대에 미술관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면서 앞으로 광주문화를 대표하는 ‘아트 투어’ 코스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의재 미술관’은 한국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미술관은 나무숲과 잘 어우러진다. 가끔 미술관 앞에서 경계심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먹이를 먹는 장끼(꿩 수컷)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제길 미술관’(관장 김차순)은 빛을 소재로 추상작품 활동을 하는 서양화가 우제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2014년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해 증축한 미술관은 건물 자체로도 아름답다.
‘국윤 미술관(관장 윤영월)은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서양화가 국중효 목포대 명예교수와 조각가 윤영월(전 광주 서부교육장) 씨가 사비를 들여 개관한 미술관으로, 부부의 성을 따서 미술관 이름을 지었다.
‘무등 현대 미술관’(관장 정송규)은 삶과 문화예술이 하나 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지난 7월 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한 ‘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평범한 할머니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전시를 마련했다.
정 관장은 개관한지 2년이 지난 2009년 11월, 미술관 앞에 ‘산에만 가십니까?’라는 이색적인 플래카드를 걸었다. 무등산을 찾는 시민들이 미술관과 문화예술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고육지책’으로 내건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어떠할까?
“미술관을 운영한지 13년째입니다.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는데, 요즘은 시끄러운 문화, 물질중심의 문화가 돼 버려 안타까워요. 문화는 급격히 변화되거나 혁신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도록, 기다려야 됩니다.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관객과 소통하는 개인 미술관 운영 매력적=성촌문화마을 입구에 자리한 ‘드영 미술관’(관장 김도영)은 운림동 아트밸리에서 가장 ‘젊은’ 미술관이다. 지난해 5월에 ‘영원한 젊음’을 모토로 개관했다. ‘드 영’(De Young)은 프랑스어로 ‘젊음’을 의미한다. 미술관과 카페테리아 건물이 무등산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드영미술관은 올해 ‘청년작가 릴레이 기획전시 소소한 이야기전(展)’을 5차례 마련한다. 7월 11일부터 8월 11일까지 한 달간 ‘소소한 이야기Ⅲ-일상전’(강지수·김동아·엄기준·윤준영)을 개최한다.
김도영 관장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육성하는 ‘젊음의 미술관’을 강조한다. 또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대중과 함께 하는 미술관’으로 키워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지역에 있는 청년작가뿐만 아니라 타 지역, 나아가 해외에 있는 청년작가 작품들도 전시하고 싶습니다. 주민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우는 단계라 앞으로 천천히 할 거예요. 미술관 운영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광주 도심에도 은암미술관(대의동)과 산수미술관(산수동), 한희원 미술관, 이강하 미술관(양림동) 등 많은 사립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개관한 은암 미술관(관장 채종기)은 ‘예향 전통의 맥을 이어 다양한 예술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는 정신으로 설립됐다. 다양한 기획전시와 함께 음악회, 인문학 강좌 등을 개최해 ‘도시속 미술관’으로서 시민들의 소통과 휴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수미술관(관장 장민한 조선대 미대 시각문화큐레이터과 교수)은 광주 미술담론의 활성화와 유망한 청년작가 발굴·양성을 내걸고 지난해 3월 개관했다. 점집으로 사용됐던 40여년된 2층 가옥을 매입해 새 단장을 거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가야하는가? 그리고 왜 미술관에 가서 ‘오리지널’ 그림을 직접 봐야 하는 걸까?
‘전방위 아트워커’ 윤광준은 ‘심미안 수업’(지와인 刊)을 통해 자신의 관점에서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 심미안(Esthetic Sense)을 기르자고 한다. 실물 그림과 마주했을 때 감동적인 까닭은 “내 앞의 그림이 말을 걸어오고, 은유와 상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다가오면, 그 느낌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보고 왔는데 돌아서서 또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낯선 그림도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무기가 된다”고 강조한다.
/송기동 기자 song@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지난 6월, 부산 시립미술관내 ‘이우환 공간’(이우환 작가 상설전시관)을 찾았다. 전시장을 둘러본 20대 아이돌은 방명록에 이우환 작가의 ‘바람 시리즈’를 좋아한다고 썼다.
‘미술관 덕후’인 그는 7월에도 서울 시립 북서울미술관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 ‘근대의 꿈’과 ‘야수파(野獸派) 걸작전’을 찾았다. 수화(樹話) 김환기의 작품 ‘영원한 노래’와 프랑스 앙드레 드랭의 ‘빅 벤(Big Ben)’ 앞에서 찍은 자신의 인증 샷을 SNS에 올렸다. 그의 트윗 이후 그가 다녀간 미술관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광주·전남지역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사립 미술관은 예술의 세계에 한발짝 다가가게 하는 한편 새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휴가철을 맞아 우리동네 사립 미술관을 찾아 ‘심미안’(審美眼)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 우제길 미술관 |
◇5개 미술관 자리한 무등산 자락 ‘아트 밸리’=광주시 동구 운림동 의재로 일대는 ‘아트 밸리’ 또는 ‘미술관 밸리’로 불린다. 무등산 자락 증심사 입구부터 의재로를 따라 홍림교까지 3㎞ 거리 내에 우제길 미술관(2001년 4월 개관)을 시작으로 ‘의재(毅齋) 미술관’(2001년 11월), 무등 현대미술관(2007년 10월), 국윤 미술관(2008년 7월), 드영미술관(2018년 5월)이 차례로 문을 열었다. 각 미술관마다 독특한 색깔을 띠고, 나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의재로 일대에 미술관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구축되면서 앞으로 광주문화를 대표하는 ‘아트 투어’ 코스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
![]() 의재 미술관 |
![]() 의재 미술관 |
‘의재 미술관’은 한국 남종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1891~1977)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됐다. 미술관은 나무숲과 잘 어우러진다. 가끔 미술관 앞에서 경계심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먹이를 먹는 장끼(꿩 수컷)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우제길 미술관’(관장 김차순)은 빛을 소재로 추상작품 활동을 하는 서양화가 우제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2014년에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해 증축한 미술관은 건물 자체로도 아름답다.
‘국윤 미술관(관장 윤영월)은 지난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서양화가 국중효 목포대 명예교수와 조각가 윤영월(전 광주 서부교육장) 씨가 사비를 들여 개관한 미술관으로, 부부의 성을 따서 미술관 이름을 지었다.
‘무등 현대 미술관’(관장 정송규)은 삶과 문화예술이 하나 되는 미술관을 지향한다. 지난 7월 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제로 한 ‘할머니의 내일(The End Of The Tunnel)-평범한 할머니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 전시를 마련했다.
정 관장은 개관한지 2년이 지난 2009년 11월, 미술관 앞에 ‘산에만 가십니까?’라는 이색적인 플래카드를 걸었다. 무등산을 찾는 시민들이 미술관과 문화예술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고육지책’으로 내건 것이었다. 10년이 지난 현재는 어떠할까?
“미술관을 운영한지 13년째입니다.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했는데, 요즘은 시끄러운 문화, 물질중심의 문화가 돼 버려 안타까워요. 문화는 급격히 변화되거나 혁신되지 않습니다. (시민들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도록, 기다려야 됩니다.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관객과 소통하는 개인 미술관 운영 매력적=성촌문화마을 입구에 자리한 ‘드영 미술관’(관장 김도영)은 운림동 아트밸리에서 가장 ‘젊은’ 미술관이다. 지난해 5월에 ‘영원한 젊음’을 모토로 개관했다. ‘드 영’(De Young)은 프랑스어로 ‘젊음’을 의미한다. 미술관과 카페테리아 건물이 무등산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진다.
드영미술관은 올해 ‘청년작가 릴레이 기획전시 소소한 이야기전(展)’을 5차례 마련한다. 7월 11일부터 8월 11일까지 한 달간 ‘소소한 이야기Ⅲ-일상전’(강지수·김동아·엄기준·윤준영)을 개최한다.
김도영 관장은 젊은 작가들을 발굴·지원·육성하는 ‘젊음의 미술관’을 강조한다. 또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대중과 함께 하는 미술관’으로 키워나가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작가들을 위한 전시를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지역에 있는 청년작가뿐만 아니라 타 지역, 나아가 해외에 있는 청년작가 작품들도 전시하고 싶습니다. 주민과 함께 하는 커뮤니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배우는 단계라 앞으로 천천히 할 거예요. 미술관 운영하는 것이 너무나 즐겁습니다.”
광주 도심에도 은암미술관(대의동)과 산수미술관(산수동), 한희원 미술관, 이강하 미술관(양림동) 등 많은 사립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0년 6월, 개관한 은암 미술관(관장 채종기)은 ‘예향 전통의 맥을 이어 다양한 예술인들이 새로운 문화를 창출한다’는 정신으로 설립됐다. 다양한 기획전시와 함께 음악회, 인문학 강좌 등을 개최해 ‘도시속 미술관’으로서 시민들의 소통과 휴식을 목표로 삼고 있다. 산수미술관(관장 장민한 조선대 미대 시각문화큐레이터과 교수)은 광주 미술담론의 활성화와 유망한 청년작가 발굴·양성을 내걸고 지난해 3월 개관했다. 점집으로 사용됐던 40여년된 2층 가옥을 매입해 새 단장을 거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우리는 왜 미술관에 가야하는가? 그리고 왜 미술관에 가서 ‘오리지널’ 그림을 직접 봐야 하는 걸까?
‘전방위 아트워커’ 윤광준은 ‘심미안 수업’(지와인 刊)을 통해 자신의 관점에서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 심미안(Esthetic Sense)을 기르자고 한다. 실물 그림과 마주했을 때 감동적인 까닭은 “내 앞의 그림이 말을 걸어오고, 은유와 상징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다가오면, 그 느낌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보고 왔는데 돌아서서 또 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낯선 그림도 받아들이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미적인 가치를 느끼는 능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무기가 된다”고 강조한다.
/송기동 기자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