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버린 불펜 ‘운영의 묘’가 필요해
KIA, 올 시즌초 영건들 호투에 마운드 전진 배치
문경찬·하준영·전상현 등 이미 개인 최다이닝 투구
잦은 등판에 피로도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 봐야
문경찬
2019년 07월 11일(목) 04:50
견고하던 KIA 타이거즈 불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초보 불펜진에 예견된 위기가 찾아오면서 벤치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KIA의 올 시즌은 ‘젊은 마운드’로 표현할 수 있다. 13년 차 양현종을 최고참으로 해 선발진과 불펜진이 대폭 바뀌었다.

젊음과 패기는 KIA 불펜의 큰 힘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흘러가면서 ‘젊은 불펜’의 장점이 극복해야 할 약점이 되고 있다.

‘철벽 마무리’로 활약했던 문경찬은 최근 두 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남겼다.

지난 7일 LG와의 홈경기에서 9-7로 앞선 8회말 2사 만루에서 조기 출격한 문경찬은 정주현에게 싹쓸이 2루타를 허용해 시즌 첫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9일 대구원정에서는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이학주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다시 또 고개를 숙였다.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아쉽기는 했지만 첫 타자부터 볼넷을 내주는 등 좋았을 때와는 다른 제구와 구위였다.

김윤동의 부상으로 뒷문에 배치된 문경찬은 4월 27일 첫 세이브를 시작으로 20경기를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0’의 행진에는 동료들의 힘도 있었다. 하준영, 전상현 등이 앞에서 착실하게 역할을 한 뒤 문경찬에게 마지막 이닝을 넘겨줬다. 하지만 최근 불펜진의 기복과 선발진의 조기 강판 등의 여파로 필승조, 추격조, 패전조의 경계가 애매해졌다.

매끄럽게 이닝이 흘러가지 못하면서 결국 지난 5일과 7일 문경찬이 연달아 8회 2사에서 출격했다. 한 박자 빠르게 등판해 베이스 가득 주자를 마주하게 되면서 문경찬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KIA 젊은 불펜진의 대부분은 처음 풀타임을 보내는 이들이다. 패기는 넘치지만 그만큼 경험과 노하우는 부족하다. 1군 무대의 무게감은 피로도를 높인다.

올 시즌 선발진을 제외하고 KIA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는 문경찬이다. 9일 경기까지 33경기 34.1이닝을 소화했다.

고영창은 가장 많은 39경기에 나와 34이닝을 책임졌다. 하준영은 37경기 33.1이닝, 전상현은 29경기 30.1이닝을 기록했다. 가장 늦게 합류한 박준표도 22경기에 나와 24.2이닝을 던졌다. 고영창에게는 1군 데뷔 시즌이고 하준영과 전상현도 이미 최다 이닝 기록을 넘겼다.

불펜 위기에 봉착한 KIA는 ‘미래’라는 중요한 가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하위권에서 전전하고 있는 KIA는 가을이 아닌 내년을 내다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 중심에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부상 없이 경험을 쌓아가는 게 올 시즌 그들의 숙제다.

KIA는 시즌 초반 김윤동을 부상으로 잃었다. 김윤동은 지난 2년 80.1이닝(65경기)과 82.2이닝(64경기)을 던졌다. 2017년 80.1이닝은 선발 4명에 이어 팀 내 최다 이닝. 2018년에도 선발로 뛰었던 한승혁(88이닝), 임창용(86.1이닝)의 이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강행군을 이어온 김윤동은 결국 스프링 캠프에서 어깨 통증으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그리고 시즌 11번째 등판에서 부상을 입어 시즌을 접어야 했다.

KIA는 그동안 투수 유망주 영입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부상 관리 실패로 좋은 자원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고, 아픈 손가락은 늘어만 갔다.

의욕이 넘치는 첫 풀타임 투수진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치밀하게 관리하는 게 KIA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역할이 됐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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