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다 <264> 4·19
2019년 04월 18일(목) 00:00
손장섭 작‘사월의 함성’
김광규 시인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펼치면 4.19가 나던 해 세밑,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문제 등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하면서 열띤 토론을 벌였던 젊은이들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다시 만난 날이 그려져 있다. 이윽고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월급이 얼마인지 서로 묻고 중년기의 건강을 걱정하며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음을 부끄러워하며 고개 떨군 하루가 아련하게 묘사된다.

“내 정신적 나이는 언제나 1960년의 18살에 멈춰있다”고 했던 문학평론가 김현처럼 4.19즈음이면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문인들의 다양한 언어가 비장하게 다가온다. 생각해 보면 4.19정신을 기리는 다수의 문학 작품들에 비해 미술 분야에서는 그날의 역사를 기억하는 작품을 만나기가 드문 것 같다.

완도 출신의 화가 손장섭(1941~)의 ‘사월의 함성’(1960년 작)은 작가도 언급했듯이 어쩌면 4.19 그날의 생생한 현장을 기록한 최초의 작품일 지도 모른다. 이 그림은 화가가 서라벌예고 3학년이던 1960년 4월 시위현장에 함께 있다가 목격한 장면을 스케치한 것이다.

화가는 “당시 시간만 나면 서울역 근처에서 사람들을 스케치하곤 했는데 그날 시위대를 만나 함께 합류해서 뛰어다니다가 덕수궁 대한문 옆 골목에서 부상당한 친구를 두 사람이 어깨걸기로 부축하고 있는 장면을 만났다”고 회상한다. 머리띠를 두른 중심인물 뒤로는 구호가 적혔을 펼침막이 멀리 보이고 형상만 묘사된 수많은 시위 군중모습에서 그날의 격렬함과 긴박감이 전해져온다.

이 그림은 그해 여름방학기간동안 서울 중앙공보관에서 화가와 고교동기생 세 명이 함께 연 ‘삼우전’에 발표되었다. 민중미술의 선구에 서왔던 화가는 화업 60여 년 동안 역사, 현실, 민중 삶, 시대의 풍경 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관·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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