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턱턱…생활속 미세먼지부터 줄입시다
차량 공회전 단속 전혀 없고
제한지역도 119곳 한정
차량 2부제·도로 물 청소 등
광주시 비상저감조치 발령 속
화목보일러는 실태 파악도 안해
실질적인 저감대책 마련 절실
2019년 03월 08일(금) 00:00
7일 오전 광주시 동구 서석동 동구청 주차장 입구에 미세먼지 저감조치의 하나로 차량 2부제를 안내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지난 4일부터 발령된 미세먼지 저감조치는 이날 오후 2시부로 해제됐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1.광주시 북구 일곡동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6)씨는 아침 출근시간만 되면 지하주차창에서 일이십 분씩 공회전을 하는 차량들 때문에 숨이 턱 턱 막힌다. 김씨는 “가뜩이나 미세먼지도 기승인데, 좁은 지하주차장에서 차량 2대만 공회전을 해도 숨쉬기 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북구 매곡동의 B아파트 출구 앞은 오전 8시께면 스쿨버스와 자가용 등 각종 등교 및 출근 차량이 시동을 걸고 대기하는 바람에 저층 거주민은 창문조차 열 수가 없다.

#2.미세먼지가 광주 하늘을 뒤덮은 지난 6일 광주시 북구 석곡·망월동 등 무등산 자락 주민들은 ‘미니 화력발전소’로 불리는 화목보일러에서 뿜어내는 연기까지 겹쳐 창문조차 열지 못했다. 미세먼지가 주춤한 날도 저녁 무렵이면, 수십 가구의 화목보일러에서 뿜어대는 연기 때문에 마을 자체가 뿌옇게 보일 정도라는 게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석곡동의 한 주민은 “무등산 자락에 있는 등촌, 분토마을은 예부터 공기 좋고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인데, 시도 때도 없이 뿜어대는 화목보일러 연기와 악취 때문에 마당에 빨래조차 널기 힘들다”며 “북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단속규정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조례 개정 등을 통해 미세먼지 주의보 등이 발령되는 날만이라도 운영을 자제토록 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와 국내의 오염물질이 더해져 최악의 대기오염이 발생하면서 생활 속 미세먼지라도 저감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자치단체들은 기존 규정만을 내세워 대책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반복해 시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7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와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광주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오선동 93㎍/㎥, 주월동 87㎍/㎥, 농성동 83㎍/㎥, 건국동·서석동· 82㎍/㎥ 등을 기록했다.

광주는 지난달 28일 오후 6시 초미세먼지(PM2.5)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7일 오후 1시까지 시간평균농도가 ‘나쁨(36~75㎍/㎥)’ 수준인 61㎍/㎥ 이상을 유지하면서 특보가 163시간째 이어졌다.

광주시는 지난 4일부터 사흘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하고 ▲차량 2부제 시행 ▲도로 미세먼지 물 청소 ▲차량 공회전 단속 강화 등을 시행중이라고 밝혔지만, 미세먼지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배출하는 공회전 단속은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광주시의 최근 3년간(2016~2018년) 공회전 단속적발(과태료 5만원)건수는 0건이다. 이는 광주시와 자치구가 계도위주로만 단속하는데다, 광주시 대기환경보전 조례상에 지정된 단속지역도 터미널·차고지·공영주차장 등 119곳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추진중인 일상생활 발생 미세먼지 저감대책도 사실상 전무하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특히 국내에서 발생되는 미세먼지의 한 원인으로 꼽히는 화목보일러 사용가구에 대한 관리·감독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무등산 자락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수십여 세대에서 검은 그을음 등을 동반한 연기와 악취를 종일 뿜어내고 있다.

주민들은 “폐 목재 등을 사용해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목보일러 등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들이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광주시 등 지자체는 정부에만 의지할 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배출원까지 꼼꼼히 챙겨 생활 속 미세먼지를 저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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