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을공동체 현장과 활동가 <상>
“우리 동네 살리자” ‘이웃사촌’들 머리 맞댄다
동네 소식 한눈에 ‘광산마을라디오’ 마을미디어 역할 톡톡
광주·전남 지자체 지원센터·마을학교 운영…활동가 양성
이웃간 소통·협력으로 ‘주민자치’ 실현하고 마을재생 앞장
2019년 02월 07일(목) 00:00
광주 광산구 첨단 2동 ‘광산마을 라디오’ 방송제작 현장.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른 개인화와 단절된 관계성을 회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마을 공동체’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주민자치의 기본인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이웃간에 소통과 지역갈등을 해결한다. 층간소음과 주차문제 부터 쇠락한 마을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주민 스스로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는 ‘마을공동체’는 주민자치의 기본이기도 하다.

◇주민자치의 기초 ‘마을공동체’=“안녕하세요! ‘광산마을라디오’ 김정미입니다. 혹시 이 소리 들리시나요? 차가운 공기만큼이나 큰 목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광주 시청 앞 집회 현장인데요, 무슨 일 때문에 집회가 열리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275회·2018년 11월 11일)

주부 리포터가 ‘동네’ 뉴스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광주시 광산구 첨단 2동 주부들이 직접 만들어 방송하는 ‘광산마을라디오’(대표 배철진)이다. 주민들은 2015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후 지난 1월 15일 까지 ‘신창중 미디어동아리반-스포츠 뉴스’까지 모두 283차례 방송을 했다. 프로그램은 ‘첨단 1, 2동 북구 편입반대’와 같은 주민들의 관심 높은 뉴스뿐만 아니라 신창중 학생들의 반대항 축구경기 결과, 3분 왕초보 중국어 회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야기, 50인 릴레이 인터뷰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오디오 콘텐츠 포털 ‘팟빵’(www.podbbang.com)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광산마을라디오’는 이웃과 이웃을 잇는 마을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민스스로 만드는 ‘마을 공동체’가 도시와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다. 주민들이 스스로 함께 사는 공간(마을)을 만들고, 가꿔 가면서 도시화·산업화에 따라 단절된 이웃 간에 소통하게 하고, 나아가 지역현안 해결과 마을발전을 함께 추구한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마을 단위의 소규모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데 있다.

광주와 같은 대도시에서 ‘마을 공동체’는 왜 중요한가? 안평환 (사)광주 도시재생공동체센터 대표이사는 “도시에서 마을공동체는 사회안전망이자 주민자치의 기초가 된다. 특히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마을 일들과 도시재생과 같은 사항들은 지역이 가진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자치의 힘’으로 일궈 나가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마을공동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활동은 주민참여 중요=현재 광주시와 5개 구청은 도시공동체와 도시재생 관련 지원센터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각 지원센터는 이런 마을공동체 활동을 주도할 수 있는 ‘마을 활동가’ 양성에 무엇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마을공동체 사업과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큰 애로는 주민들의 저조한 참여율이다. 주민 참여는 크게 4단계로 구분된다. 무관심→일시적 참여→지속적 참여를 거쳐 주민자치에 적극 나서게 된다. 이렇게 주민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는 게 각 센터의 목표이다. 앞으로 주민들은 과거 마을환경 개선식의 사업에서 탈피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생활단위인 ‘마을’을 ‘어떻게 하면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것인지’ 고민하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스스로 마을자원 조사를 하고 그걸 기반으로 마을 발전의제를 발굴하고 마을비전 계획을 수립해 주민총회를 열어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마을 공동체’는 각 마을의 특성에 맞게 진화했다. 95 개동으로 이뤄진 광주의 경우 2015년에 200여 개 였던 마을공동체 소모임은 현재 635개로 늘어났다. 마을공동체가 100개라면 지향점이나 운영방식, 내용은 100가지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마을미디어를 비롯해 인권, 마을복지, 마을교육, 생태마을, 여성친화, 마을조성, 돌봄 등 다채로워졌다. 이러한 마을자치와 마을공동체 활동을 통해 주민들이 깨닫는 것은 고도성장과 경쟁 속에서 잃어버린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의 소중함이다.

광주 광산구의 경우 다른 구보다 아파트 주거비율이 높다. 전체 주택의 84%가 아파트이고, 인구의 80%가 아파트에서 산다.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광산구는 2014년부터 타 지자체에 없는 ‘아파트공동체 팀’ 직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또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우선 층간소음과 주차, 쓰레기 등 문제로 갈등을 겪는 아파트문화를 바꾸기 위해 ‘아파트 이웃갈등 조정자’를 양성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 아파트에서 조정위를 만들고 이웃소통 협약안을 만드는 등 아파트 주민간 갈등 해소에 앞장서게 된다.

또한 광산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범사업으로 ‘아파트 조식(朝食)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월곡동 영천 주공 10 단지와 수완 영무 2차 등 8개 아파트가 참여하고 있다. 평일 오전 6~9시에 아파트내 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사업이다. 이용가격은 뷔페 5000원, 도시락 4000~5000원, 컵 밥·주먹밥 2500원이다. 아침밥을 챙겨먹어야 하는 직장인과 주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채와라 아파트공동체 팀장은 “아파트는 삶의 형태를 규정해 버리고, 공동체성을 끄집어내기 어렵지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와 활동가, 관리소장의 노력에 따라 공간과 문화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영암군 학산면으로 귀농한 농부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지원센터 제공>


◇귀농청년과 주민들이 마을발전 모색=도시인 광주와 도·농인 전남의 마을공동체 접근 방식은 같을 수 없다.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센터는 고령화와 저출산 등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단위 풀뿌리 마을공동체 활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남도는 22개 시·군 법정 동리 8472개 가운데 2000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잡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서 어울릴 수 있는 거점공간으로 읍·면·동 단위에는 커뮤니티 공간인 ‘행복 플랫폼’을, 마을단위에는 일종의 마을관리소인 ‘행복관리소’를 설치해 나갈 예정이다.

전남 마을공동체 사업은 씨앗-새싹-열매-수확단계 등 4단계를 차근차근 올라가는 성장 사다리 형이다. 2017년에 씨앗단계 30개, 2018년에 씨앗단계 40개, 새싹단계 10개를 지원했다. 올해에는 씨앗단계 120개, 새싹단계 25개, 열매단계 5개 등 총 150개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단계에 따라 500만~2000만원을 지원한다.

지원센터는 전남의 지역적 특성과 문화 주변 환경을 반영한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모델구축을 위한 프로젝트로 ‘돌멩이와 풀뿌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소멸=마을소멸’이라는 등식과 인구소멸 위기의식의 문제점을 반영한 거버너스형 마을교육 공동체 사업이다. 대상은 교육지원청과 학교, 마을활동가, 주민대표 기구 등 민·관이 연계된다.

사업은 크게 놀이문화와 축제를 바탕으로 한 ‘놀이축제형’과 마을텃밭과 밥상공동체 등 커뮤니티 가든을 통한 ‘커뮤니티 정원형’, 지역 문화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문화콘텐츠’ 등 6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영암 학산 ‘온마을학교’(학산면 금계리)와 고흥 ‘꿈꾸는 놀이터’(동일면 백양리), 진도 ‘개들리 공동체’(지산면 고야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영암 학산은 귀농·귀촌한 마을 주민과 학산 초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축제도 연다. 고흥은 나로우주센터 연구원 부인과 귀농·귀촌자 부인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뤄 공동육아를 하고, 학습공동체도 만들었다. 진도 개들리는 귀농한 청년이 마을주민들과 콩나물을 길러 마을사업을 하고 팜파티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센터는 마을 활동가인 ‘행복디자이너’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을 공모사업을 ‘케어’하고 모니터링하고, 컨설팅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활동가이다. 크게 찾아가는 마을학교와 마을리더 양성교육, 마을활동가 양성교육 등 3개 단계별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선 7기 임기내 200명을 배출할 계획이다.

2018년 11월 목포 용호초등학교에서 열린 ‘가을 추수 풍요한마당’.
문병교(48) 전남도 마을공동체만들기센터장은 “지금 시대에 맞는 ‘뉴 농활’(농촌 봉사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과거 대학생들의 농촌봉사와 차별화해 미대생은 마을벽화를 그리고, 사회학과 학생은 마을조사를 실시하고, 원예학과 학생이라면 마을정원을 만들어 보는 식이다. 또한 청년들이 전남으로 돌아와 아이를 낳고 교육하며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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