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어떻게 해결할까?
2018년 11월 15일(목) 00:00
올해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는 32만~33만 명 수준이고,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49세를 기준으로, 여성 한 명이 평생동안 낳을 수 있는 자녀 수)은 ‘1’ 이하로 전망된다. 이는 OECD국가 중 꼴찌이자 세계 최저 수준이다. 출생아 수 감소율이 너무 높아 앞으로가 더 걱정스러운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이르기까지는 독신자 증가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통계청의 ‘2018년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중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다 막을 내린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조선 시대에는 스무 살이 넘도록 혼인하지 못한 남녀를 노총각·노처녀라 했다. 또 노처녀는 원한을 가진 여자라는 뜻을 가진 원녀(怨女)로, 노총각은 공허한 남자라는 뜻의 광부(曠夫)라 불렀으며, 당시에 원녀와 광부가 많아지면 나라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여겼다. 어느 해 가뭄이 극심해지자 왕세자는 전국의 원녀와 광부를 혼인시키라는 명을 내리고, 급기야 극중 노총각·노처녀가 결혼하게 된다. 비록 드라마이지만 이를 현재의 상황에 대비시켜보면 대통령이 ‘저출산 비상사태’를 선포해 전국 노처녀·노총각들의 혼인 명령을 내리는 가상의 장면도 가능할 정도로 심중한 상황이다.

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할까? 비혼 현상을 줄이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무엇보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결혼해 자식을 낳아 기를 수 있는 경제적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를 낮추고 불안정한 고용 상황을 개선하며, 임금을 현실화시키는 정책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성의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고, 출산 휴가와 보육 휴가에 대한 보장도 현실화돼야 한다.

정부는 그간 저출산 대책으로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효과는 미흡했다. 보육 지원 위주의 저출산 대책은 겨우 기혼자의 출산율만 높인 것 같다. 저출산 해결 방안 중 또 하나는 바로 맞벌이 부부를 위한 지원이다. 해결 방안의 핵심은 바로 여성에게 있기 때문에 출산을 하면 자연스레 일과 가정 중 하나를 택할 수 밖에 없는 사회 분위기를 해결해야 하며, 경제적 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세제 혜택도 필요하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다자녀를 갖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인 것인 만큼 이에 대한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그렇다면 의료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출산 관련 의료 소송 증가, 저수가 및 삶의 질 저하 등 법적·제도적·사회적 요인들로 인해 날로 분만 인프라 붕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찾아보면 첫째로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병·의원 수 감소를 꼽을 수 있다. 해마다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는 줄고, 산부인과이지만 산전 검사만을 시행하거나 피부미용·비만 클리닉만을 운용하는 곳이 많아지는 추세이다.

둘째는 저평가된 분만수가 등으로 인한 병·의원의 경영 악화이다. 분만실 특성상 365일 24시간을 응급 상황에 노출돼 있는 상태로 근무 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응급실과 달리 응급 의료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분만실 사용료 등도 책정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일본 등 외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분만료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셋째는 분만을 담당하는 산부인과 전문의 감소이다. 산부인과를 전공하고자 하는 전공의들이 나날이 감소함과 더불어 전문의들 마저도 분만을 포기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존립하고 있는 산부인과들도 서울·경기·부산 지역 등 대도시에 편중돼 있다.

넷째,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 및 전문의 성비 불균형이다. 우리나라 산부인과 전문의 중 연령 50세 이상이 절반을 넘고 있다. 또 최근 신규 산부인과 전문의 중 남성은 10~15%로 매우 낮으며, 반면에 여성은 결혼·출산·양육 등으로 분만 받는 것을 기피하고 그만두는 연령이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분만 취약지 발생, 분만 취약지 모성 사망의 증가, 분만가능한 종합병원 감소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출산 환경은 산모의 고령화·다태임신의 증가·조산·임신 중독증 등 고위험 임산부 증가가 뚜렷한 만큼 이들을 안전하게 분만할 수 있도록 인력과 시설, 특히 재정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법적·제도적·사회적 안정 장치가 요구된다.

결과적으로 출산하는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경제적·사회적 부담을 적극 줄여주고, 분만 인프라 붕괴 상태에 직면한 산부인과 의료 체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로써 의료 사고, 인적·시설적 위험 요인을 하루빨리 해결해 안전한 분만이 이뤄짐과 동시에 저출산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정부의 적극적이며 깊이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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