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지역 주민 떠난 골목 ‘쓰레기 지옥’
불법투기 심각한 광주 중흥3구역 가보니
곳곳 깨진 창틀·유모차 등 널브러져 쓰레기 적치장 방불
한여름 악취 고통 속 과태료 부과도 어려워 구청 골머리
2018년 07월 19일(목) 00:00
재개발사업구역으로 지정된 광주시 북구 중흥3구역에 주민들이 이주하며 무단으로 버리고 간 생활 폐기물 등이 쌓여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18일 오후 중흥3구역(북구 효동초등학교 일대)에는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재개발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주민 대부분의 삶터를 옮겼다. 원주민들이 빠져나간 1~2층 주택·상가들은 벽면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빈집을 뜻하는 ‘X’자가 그려져 있었고 창문은 깨지거나 열려져 있어 황량함을 더했다.

주민들이 빠져나간 중흥3구역 일대는 사람보다 쓰레기더미가 자주 보였다. 이사하면서 버려두고 간 온갖 물품들이다. 북구평생학습관 근처의 한 가정집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너비 2.5m) 입구에는 이불·장판·쓰레기통·의자들이 뒤엉켜 높이 1.5m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었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자 본격적으로 적치된 쓰레기더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식당재료 도소매업체가 입주했던 조립식 건물 벽에는 새시(sash) 창틀과 모기장, 방범창이 위태롭게 쌓여있었다. ‘안전제일’이라고 쓰여진 테이프를 새시더미 주변에 둘러놓고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는 있었지만 곧 무너져내릴 듯했다. 인근을 지나는 차량들은 혹시 쓰레기 더미가 덮칠까봐 널찍이 거리를 두고 통행했다.

10여 가구가 모여 살던 한 2층 다세대주택 주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도로쪽 열린 창문 밑으로 깨진 창틀, 유모차, 전신 거울, 다 쓴 페인트통, 망가진 옷장 등이 길이 10m 이상 거리에 널부러져 있었다. 최근 비가 오지 않은 건조한 날씨가 이어졌음에도 쓰레기더미에서는 악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 본 쓰레기더미만 10여곳이었다. 좁은 골목길까지 합치면 중흥3구역 전체가 쓰레기 적치장을 방불케하고 있었다.

이주대상 세대로 편입되지 않은 한 식당주인은 “악취 뿐 아니라 언제 쓰레기더미가 무너져 차량을 덮칠줄 몰라 손님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이곳이 쓰레기장으로 변하다시피 하니 타 지역 주민들이 찾아와 불법투기하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중흥3구역의 쓰레기더미는 북구청에게도 골칫거리다. 원칙적으로 북구청이 쓰레기를 치울 의무는 없다. 불법투기자를 찾아내 과태료만 부과하면 된다. 하지만 주민들이 떠나버려 불법 투기자를 일일이 찾아내기가 어렵고, 워낙 쓰레기량이 많다보니 과태료 부과는 언감생심이다.

민원이 빗발치자 북구청 청소행정과 직원들은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3차례에 걸쳐 중흥3구역 일대 쓰레기를 치웠다. 한 차례 나갈 때마다 인원 100여명, 11t· 5t 트럭 각 1대, 2.5t 트럭 3대, 1t 트럭 5대 등 동원할 수 있는 인력·장비를 모두 활용했지만 역부족이라고 한다.

아직 이주대상 1325세대 중 300여세대가 토지보상금 문제로 남아 있어 앞으로도 쓰레기 방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흥3구역뿐 아니라 우산동·임동 등 북구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구역에서도 불법 쓰레기 투기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주민 계도를 진행하고 조합측과도 협의해 쓰레기 불법 투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불법 투기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니 대형폐기물은 관할 관청에 신고후 처리하거나 생활 쓰레기는 반드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중흥3구역은 13만 2269㎡ 부지에 17개동(지하2층~지상25층) 규모 아파트(1556세대)가 들어설 예정으로, 오는 8월부터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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