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풍경화 … 감춰뒀던 감정 꺼내 보세요”
‘꿈을 꾸는 화가’전 여는 이영철 작가
![]() |
그림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면 ‘작가’에 대해 상상해보곤 한다. 지난 주말 만난 이영철 작가(59·사진)는 작품을 보며 떠올렸던 이미지와 꼭 같았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더 그렇게 느껴졌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삽화를 그린 대구 출신 이 작가는 오는 31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에서 정일모 작가와 ‘꿈을 꾸는 화가’전을 진행중이다. 그는 해마다 5·18이 되면 광주를 찾고 광주비엔날레도 꼭 관람하는데,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름달, 첫사랑 연인, 들꽃, 나무가 꼭 등장하는 그의 그림은 예쁘고 동화같다. 그의 작품은 원색의 색감과 쉽고 단순한 형태, 순수하고 동화적인 내용이 특징이다. 특히 그림책 속 ‘월리’를 찾는 것처럼 작품에 숨겨진 ‘깨알처럼 작은’ 연인들을 발견해내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리는 건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하지만 사랑을 하게되면 또 우주를 뒤집을만한 큰 존재가 되는 게 또 사람입니다. 작품 속 연인들은 연극 속 인물들처럼 움직이죠. 보름달은 마음의 원형이예요. 어떤 때는반달, 초승달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 보름달로 돌아옵니다. 누군가의 사랑에 감사하고 겸손하자는 마음도 담긴 상징입니다.”
이 작가는 중 3때 전깃불이 들어왔던 고향은 ‘모깃불에 별이 그을릴까 고민할 만큼 가깝게 별이 내려앉던 곳’이었고 그 때의 기억들을 퍼올리며 작품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꽃이 수북히 쌓여있는 ‘꽃밥’은 40일간 가출했다 돌아온 자신에게 어머니가 이불 속에 묻어둔 밥공기를 꺼내주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이다. 항상 등장하는 그림 속 연인은 그의 마음의 표현이다. 항상 자신을 기다리던 지금의 아내와 늘 뒤늦게 약속장소로 갔던 자신이 쓰는 반성문으로 “억수로 사랑한데이”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안동대와 계명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예쁜 그림’이라는 평가는 한 때 채찍처럼 아팠다. 치욕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젊었을 땐 존재의 본질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을 그리곤 했죠. 하지만 늘 불편했어요. 난 원래 개구지고 여리고 약한 사람인데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림을 바꾸고 나서 돈 벌려고 그리는 그림이다. 별별 말을 다 들었죠.”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준 건 가족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중풍으로 입원을 했다. 5인실 어머니 침대는 벽쪽에 있었다. 어느 날, 빈 물감 박스에 그림을 그려 어머니가 늘 바라보는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위해 부처도 그리고 예쁜 꽃도 그렸다. 이웃 환자와 가족들이 “화가세요?” 물어왔다.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그려주기 시작했고 퇴원 때까지 45일간 250여 작품을 제작했다.
“이 때 생활과 그림이 함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디서든 재료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삽화면 어떻고 만화면 어떤가. 누군가가 위로받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작업을 하며 제가 가장 행복했어요. 감사하게도.”
어머니 49재때 개망초, 구절초 등 ‘들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병상에서 그렸던 화풍의 그림들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수만송이 꽃이 화폭을 메웠다. 꽃 한송이 당 10여장의 꽃잎을 수십번 덧칠하며 만들어냈다. 어머니 죽음에 허망해 벌을 주려 시작한 거지만 마지막엔 슬픔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작가와 혜민 스님과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발간 후 이미 50만부 이상 판매된 상태에서 화가와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작가를 찾게 됐고 혜민 스님이 인터넷에서 이 작가를 발견, 인연이 만들어졌다. 책은 300만부까지 팔려나갔고, 현재는 세계 26개국에서 판매중이다. 보통 각 국가에서 별도로 삽화를 넣지만 현지 출판작 모두 이 작가의 삽화를 쓰고 있다. 혜민스님은 서울에서 개인전 개최를 주선하고, 갤러리를 찾은 이들에게 노래도 들려주며 이 작가를 격려했다.
“이전까지는 내 자신에 급급한 화가였죠. 마음이 좁았습니다. 친구들 잘되면 속상하고 자책도 했죠. 스님을 보며 남을 돕자 마음 먹으면 진심을 다해야한다고 깨달았어요. 그림 재능 기부도 하고 벽화 봉사도 해요. 왠만하면 저작권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요. 홈페이지에도 작품을 고화질로 올려둡니다.”
김광석 거리 벽화 작업도 진행한 이 작가는 또 작업실에 찾아온 고양이 ‘안심이’를 시작으로 지금은 고양이 50마리를 돌보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에는 다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어른 아이를 위한 행복 동화’라 이름 붙였죠. 우리 마음 속에 넣어둔 감정들을 꺼내보자했어요.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꺼내 볼 수는 있잖아요.”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마음 풍경화’라고 말했다. 관람 공연 있는 날 오후 1시∼밤9시, 공연 없는 날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062-613-8357.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삽화를 그린 대구 출신 이 작가는 오는 31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에서 정일모 작가와 ‘꿈을 꾸는 화가’전을 진행중이다. 그는 해마다 5·18이 되면 광주를 찾고 광주비엔날레도 꼭 관람하는데,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을 아주 작게 그리는 건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은 정말 작은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하지만 사랑을 하게되면 또 우주를 뒤집을만한 큰 존재가 되는 게 또 사람입니다. 작품 속 연인들은 연극 속 인물들처럼 움직이죠. 보름달은 마음의 원형이예요. 어떤 때는반달, 초승달이 되기도 하지만 다시 보름달로 돌아옵니다. 누군가의 사랑에 감사하고 겸손하자는 마음도 담긴 상징입니다.”
안동대와 계명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에게 ‘예쁜 그림’이라는 평가는 한 때 채찍처럼 아팠다. 치욕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젊었을 땐 존재의 본질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을 그리곤 했죠. 하지만 늘 불편했어요. 난 원래 개구지고 여리고 약한 사람인데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만드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림을 바꾸고 나서 돈 벌려고 그리는 그림이다. 별별 말을 다 들었죠.”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 준 건 가족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마저 중풍으로 입원을 했다. 5인실 어머니 침대는 벽쪽에 있었다. 어느 날, 빈 물감 박스에 그림을 그려 어머니가 늘 바라보는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불교신자인 어머니를 위해 부처도 그리고 예쁜 꽃도 그렸다. 이웃 환자와 가족들이 “화가세요?” 물어왔다. 환자와 의료진에게도 그려주기 시작했고 퇴원 때까지 45일간 250여 작품을 제작했다.
“이 때 생활과 그림이 함께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디서든 재료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삽화면 어떻고 만화면 어떤가. 누군가가 위로받고 조금이라도 행복해지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작업을 하며 제가 가장 행복했어요. 감사하게도.”
어머니 49재때 개망초, 구절초 등 ‘들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병상에서 그렸던 화풍의 그림들을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수만송이 꽃이 화폭을 메웠다. 꽃 한송이 당 10여장의 꽃잎을 수십번 덧칠하며 만들어냈다. 어머니 죽음에 허망해 벌을 주려 시작한 거지만 마지막엔 슬픔도 아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작가와 혜민 스님과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발간 후 이미 50만부 이상 판매된 상태에서 화가와 문제가 발생했다. 다시 작가를 찾게 됐고 혜민 스님이 인터넷에서 이 작가를 발견, 인연이 만들어졌다. 책은 300만부까지 팔려나갔고, 현재는 세계 26개국에서 판매중이다. 보통 각 국가에서 별도로 삽화를 넣지만 현지 출판작 모두 이 작가의 삽화를 쓰고 있다. 혜민스님은 서울에서 개인전 개최를 주선하고, 갤러리를 찾은 이들에게 노래도 들려주며 이 작가를 격려했다.
“이전까지는 내 자신에 급급한 화가였죠. 마음이 좁았습니다. 친구들 잘되면 속상하고 자책도 했죠. 스님을 보며 남을 돕자 마음 먹으면 진심을 다해야한다고 깨달았어요. 그림 재능 기부도 하고 벽화 봉사도 해요. 왠만하면 저작권도 무료로 사용하게 해요. 홈페이지에도 작품을 고화질로 올려둡니다.”
김광석 거리 벽화 작업도 진행한 이 작가는 또 작업실에 찾아온 고양이 ‘안심이’를 시작으로 지금은 고양이 50마리를 돌보고 있다.
“우리 마음 속에는 다 아이가 있어요. 그래서 ‘어른 아이를 위한 행복 동화’라 이름 붙였죠. 우리 마음 속에 넣어둔 감정들을 꺼내보자했어요.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꺼내 볼 수는 있잖아요.” 이 작가는 자신의 그림을 ‘마음 풍경화’라고 말했다. 관람 공연 있는 날 오후 1시∼밤9시, 공연 없는 날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의 062-613-8357.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