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청년창업 모델을 찾아서
<10> 獨 아들러스호프 첨단과학단지
사무·주거공간 창업 최적화 … 한전 에너지밸리 모범을 보다
![]() 훔볼트대 자연과학 캠퍼스 전경. |
국내에 있는 과학단지나 산업단지를 방문했을 때와는 그 느낌 자체가 달랐다. 한산한 국내 산단 등과 비교될 정도로 움직이는 유동인구가 많았다. 도로 위로 사람을 꽉 채운 트램과 버스가 쉼없이 달리고 있었으며, 각 도로에는 노벨상 수상자 등 과학자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적인 회사의 로고가 그려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주변으로 건물을 세우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이미 성공한 과학단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기존에 알고 있던 획일화된 공장위주 산업단지를 넘어 음식점과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부터 병원과 공원, 문화시설까지 모든 게 구축돼 있었다. 그야말로 도시 속에 또 다른 도시가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청년창업가와 연구인력들을 위한 주거용도의 건물도 빽빽히 들어서 있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차를 타고 약 1시간 떨어진 아들러스호프.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청년창업가들이 모여들면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독일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세계 최고의 첨단과학단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역사는 지난 1909년 독일 한스 그라데가 비행기 연구를 위해 정착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요하니스탈 비행장에서 독일 최초의 동력비행기 ‘란츠 프레이즈 데어 루프테’를 개발했다. 그 이후 독일의 항공기술 개발지로 부상했고 독일항공실험연구소가 둥지를 틀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세계대전 때는 전투기 생산기지 역할도 했다.
서·동독으로 나뉘며 동독에 포함됐던 이곳은 물리학과 화학, 재료공학, 항공학, 우주과학 분야에 걸쳐 9곳의 연구소가 설립돼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다가, 통일 이후 서독의 기술력에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다.
그동안 일하던 무수한 연구인력이 한순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자 베를린 연방정부는 1991년 아들러스호프 유한회사(현 비스타 유한회사)를 설립해 과학기술단지로 새롭게 도약해 지금까지 성장하고 있다.
놀라웠던 것은 아들러스호프는 기업의 인큐베이션을 돕기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베를린대학,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자연과학 캠퍼스 등도 위치해 있다. 청년창업가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등도 다수 입주한 상태다. 산·학·연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대학들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대학생들을 배출해 입주 기업 등에게 꾸준히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활발한 창업활동을 돕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유한회사 비스타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총 17억유로(2조3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입주 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컨설팅을 지원해왔다.
이런 지속적인 인큐베이팅의 경우 초기 창업가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실패확률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주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90%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독일의 아들러스호프를 그저 부러워할 필요만은 없을 것 같다. 한국전력이 나주와 광주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밸리가 최근 기업의 투자유치 목표치를 뛰어넘는 등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밸리 주도의 스타트업과 연구소 등 기술사업화 중시의 산업클러스터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전공대가 문을 열고 연구인력 등 인재들을 충분히 배출할 수 있게 된다면 아들러스호프 부럽지 않은 에너지 관련 첨단과학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들러스호프처럼 청년창업을 위한 자금지원과 인큐베이션 시스템은 물론, 청년들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주거·사무공간 등까지 기반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금융기관, 기업, 민관기관 등 지역 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청년창업가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간다면 광주·전남지역이 ‘한국형 아들러스호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도 충분히 해볼만하다.
/베를린(독일)=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세계적인 회사의 로고가 그려진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 주변으로 건물을 세우는 공사도 한창이었다. 이미 성공한 과학단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았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차를 타고 약 1시간 떨어진 아들러스호프. 세계 각국에서 유능한 청년창업가들이 모여들면서 유럽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독일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이자 세계 최고의 첨단과학단지로 알려져 있다.
서·동독으로 나뉘며 동독에 포함됐던 이곳은 물리학과 화학, 재료공학, 항공학, 우주과학 분야에 걸쳐 9곳의 연구소가 설립돼 활발한 연구가 이어지다가, 통일 이후 서독의 기술력에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다.
그동안 일하던 무수한 연구인력이 한순간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자 베를린 연방정부는 1991년 아들러스호프 유한회사(현 비스타 유한회사)를 설립해 과학기술단지로 새롭게 도약해 지금까지 성장하고 있다.
놀라웠던 것은 아들러스호프는 기업의 인큐베이션을 돕기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베를린대학, 베를린자유대, 훔볼트대 자연과학 캠퍼스 등도 위치해 있다. 청년창업가들이 모여 만든 스타트업과 연구기관 등도 다수 입주한 상태다. 산·학·연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특히, 이곳에 있는 대학들은 뛰어난 실력을 갖춘 대학생들을 배출해 입주 기업 등에게 꾸준히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활발한 창업활동을 돕고 있다.
이곳을 관리하는 유한회사 비스타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총 17억유로(2조3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아 입주 내 기업과 연구기관의 컨설팅을 지원해왔다.
이런 지속적인 인큐베이팅의 경우 초기 창업가들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고 실패확률을 급격히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입주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90%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제 독일의 아들러스호프를 그저 부러워할 필요만은 없을 것 같다. 한국전력이 나주와 광주 일대에 조성을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밸리가 최근 기업의 투자유치 목표치를 뛰어넘는 등 탄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밸리 주도의 스타트업과 연구소 등 기술사업화 중시의 산업클러스터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전공대가 문을 열고 연구인력 등 인재들을 충분히 배출할 수 있게 된다면 아들러스호프 부럽지 않은 에너지 관련 첨단과학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들러스호프처럼 청년창업을 위한 자금지원과 인큐베이션 시스템은 물론, 청년들이 마음 놓고 창업할 수 있는 주거·사무공간 등까지 기반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금융기관, 기업, 민관기관 등 지역 내 모든 역량을 집중해 청년창업가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책을 마련해간다면 광주·전남지역이 ‘한국형 아들러스호프’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도 충분히 해볼만하다.
/베를린(독일)=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