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 이정표’ 문학춘추 100호 결실
숱한 시련에도 25년간 꾸준히 발행
지역 문인 작품 발표·교류 무대
창간 100호 맞아 23일 축하행사
‘작고문인 작품세계’ 출판기념회도
2017년 09월 19일(화) 00:00
광주에서 발행되는 문예지 ‘문학춘추’가 1992년 창간 이래 통권 100호를 맞았다. 사진은 2016년 91∼93회 신인작품상 시상식 모습. 〈문학춘추 제공〉
광주 전남을 일컬어 예향이라고 말하는 것은 문향(文鄕)의 전통이 면면이 이어오기 때문이다. 백제시대에 불려진 ‘무등산가’는 무등산에 성을 쌓아 백성이 편안하게 살게 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무등산 일대를 중심으로 창작된 가사문학과 시조문학은 남도 문학의 전통과 풍성함을 말해준다.

지역의 근대문학 발자취도 여느 곳에 비해 역사성과 결실이 뚜렷하다. 광산 출신 용아 박용철은 1930년부터 ‘시문학’을 발간했다. 1951년 김현승 시인은 전국 유일의 ‘신문학’을 발간해, 문향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여주었다.

문향의 맥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최근 지역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만한 ‘사건’이 벌어져 화제다.

다름아닌 광주에서 발행되는 종합문예지 ‘문학춘추’가 창간 100호를 맞은 것.

1992년 6월에 창간호를 발간한 지 25년 만에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햇수로는 4반세기이며 지령으로는 한 세기가 흘렀다. 말이 100호지 지역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25년 간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잡지를 발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문예지가 창간됐지만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간한 사례가 적지 않다.

“문학춘추가 나아가는 길은 험난하고 순간순간 피곤할 것이다. 그러나 시련 속에 더욱 튼튼한 뿌리로 자라 믿음이 될 것을 다짐하며, 한꺼번에 전부를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우선은, 불꽃같은 화가와 칼날같은 문인을 접목시켜, 한마당 어울림으로 신명나는 판을 펼쳐 보여야겠다.”

당시의 창간사는 지역에서 문학잡지를 끌어나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예상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예술가의 땀이 깃들고 혼이 숨 쉬는 붓자국 하나, 언어 한마디는 부유하는 현대인에게 그리움이 되고 신선한 생명의 충만감과 구원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바로 우리 시대의 수고와 보람을 이어주고, 우리 모두가 사는 땅의 숨결과 연연히 이어가는 생명을 역사 하는 것이다”라며 의지를 곧추 세웠다.

예상대로 문학춘추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정부에서 문학지 창간을 꺼려해 잡지 허가 신청서가 세 차례나 반려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창간은 했으나 이후로는 열악한 광고 사정과 재정 지원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돼 중요한 기로에 놓인 적도 있었다.

발행인을 맡고 있는 박형철 시인은 “마부위침(磨斧爲針)의 자세, 즉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각오로 발을 들여놓았는데, 그 무모할 정도로 힘든 발걸음이 오늘에 이르러 드디어 지령 100호를 발간하였다”며 “지역문단의 멍석으로, 지역작가들을 보듬는 문단의 벗으로, 지역문단사를 정리하는 사초의 붓끝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문학춘추는 문인들이 작품을 탈고해놓고 발표할 지면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는데 중점을 뒀다. 전국적인 작가들과의 작품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았다. 전국과 지역작가의 비율을 50대 50의 비율로 지면을 할애했으며 향토문단사 정리 차원에서 특집을 100여 차례 계속해왔다.

지금까지 문학춘추가 추진해온 기획물은 우리 지역의 문학사와 문학인을 조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형 김현승시인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관기행’, ‘임재 백호 서옥기’, ‘박흡시인 생애 조명’, ‘아동문학가 최상옥 작품세계’ 등의 기획물을 연재해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지역 문단과 관련된 다양한 저서들을 펴냈다. ‘광주전남문학인인명사전’, ‘광주전남문학동인사’, ‘광주문학상 작품집’, ‘광주전남작고시인집’, ‘광주전남작고문인작품세계’ 등은 문학적 자료뿐 아니라 그 자체로 문학작품이라 해도 될 만큼 의미 있는 책들이다.

특히 ‘다형 김현승시인 전국학생백일장’을 4년간 진행해 전국에 다형 김현승을 알리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창간 100호를 맞아 문단 인사들의 축하도 이어졌다. 문효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1에서 100까지 숫자를 헤아리기만 하려해도 숨이 차다”며 “100호를 해온 저력으로 앞으로 또 100호, 500호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원식 광주문인협회 회장은 “백세란 ‘노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뿌리가 깊어졌고 그만큼 수고(樹高)가 높아졌다는 뜻”이라며 축하를 했다.

이번 100호에는 다양한 기획물이 수록됐다. ‘요절한 천재시인 김만옥의 작품과 그의 문학적 삶’, ‘시조시인 조희관의 문학과 인생’, ‘빛고을 전남 문단 이야기’ 등을 비롯해 창간 제100호 기념 특집 초대작가 작품이 실렸다. 또한 ‘해외작가 작품선’ 코너를 마련해 재미동포 문인들의 글도 담겨 있어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편 창간 100호를 기념하는 기념회가 23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서석교회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광주전남원로작고문인 작품세계’ 출판 기념회, 문학춘추신인작품상 시상식과 겸해 열린다. 문의 062-226-1810.

/박성천기자 sky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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