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예산 폭탄’
![]() 홍 행 기 정치부장·편집부국장 |
“요즘 호남 분위기 어떻습니까?” 얼마 전 청와대의 한 인사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평소 생각해 두었던 문제였기에 망설임 없이 답변했다. “이쪽 민심 말인가요? 좋습니다. 대부분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던지 “두고 보십시오. 호남에 대한 대통령의 진심이고, 앞으로도 잘 될 겁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사는 기대 이상 만족
혼자만의 생각일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인사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호남 중용’은 기대 이상이다. 당장 이낙연 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광주·전남 출신이다.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최고위직에 호남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것이다.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에도 호남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승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그들이다. 신정훈 농어촌 비서관, 유송화 제2부속실 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 비서관, 이호승 일자리기획 비서관도 청와대에서 현안 실무를 책임지는 호남 인사들이다.
정부 조직인 18부4처7청을 기준 삼아 총리와 장·차관, 처·청장·위원장 등 차관급으로까지 범위를 넓히면, 문재인 정부에서 이들 고위직을 맡고 있는 70명의 인사 중 광주·전남 출신이 15.7%인 11명이나 된다. 14.3%를 차지하는 전북 출신 10명까지 합하면 호남 출신이 30%인 21명에 이르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 중반인 지난 2015년 3월께 차관급 이상 고위직 132명 중 호남 출신 인사는 겨우 15.9%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없었던 인재가 별안간 생겨난 것도 아닐 테니, 호남 인재 중용은 문재인 정부의 호남 우대 또는 호남 배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일부에선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문재인 정부가 인사폭탄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 부처 또는 청와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자랑삼아 내세우는 지역 인사들도 부쩍 늘었다. 내년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뜻을 둔 광주 시장과 5개 구청장, 전남 도지사와 22개 시장·군수 출마 후보자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나 청와대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두고 경쟁이 붙을 정도다. 국민의당이 ‘죽을 쑤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현 정부나 대통령 측근과 가까울수록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2% 부족한 것은
모처럼의 인사 폭탄이 싫은 것도 아니요 또 굳이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들떠 있다 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수백억, 수천억 예산을 움직이는 자리’에선 호남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구,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충북 출신이다. 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장이 경남 출신이고, 금융위원장은 강원이 고향이다. 물론 이들 장관이나 수장이 자신의 고향에 특혜를 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장기간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온 호남으로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새 정부가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폭 줄인다고 공언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국비 확보와 관련 최근 전남도에서 진행된 대책 회의에선 “내년 예산 편성 때 정부의 물적 지원(SOC)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SOC가 거의 완비된 타 지역과는 달리 광주·전남은 상대적으로 SOC 예산의 비중이 큰 만큼 정부의 정책 기조대로라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최근 만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 때 SOC분야 지원을 크게 줄인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광주·전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팍팍한 삶을 살아온 호남 사람들의 가슴이 푸근해질 수 있도록, 오랫동안 소외된 한이 민주 성지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번엔 ‘못 말리는 예산 폭탄’을 기대한다.
/redplane@kwangju.co.kr
인사는 기대 이상 만족
혼자만의 생각일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인사 문제에 있어서 문재인 정부의 ‘호남 중용’은 기대 이상이다. 당장 이낙연 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영록 농림수산식품부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광주·전남 출신이다. 국가 정책을 좌우하는 최고위직에 호남 출신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는 것이다.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에도 호남 인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다.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이승철 국가안보실 1차장이 그들이다. 신정훈 농어촌 비서관, 유송화 제2부속실 비서관, 조용우 국정기록 비서관, 이호승 일자리기획 비서관도 청와대에서 현안 실무를 책임지는 호남 인사들이다.
박근혜 정부 중반인 지난 2015년 3월께 차관급 이상 고위직 132명 중 호남 출신 인사는 겨우 15.9%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뽕밭이 변해 바다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없었던 인재가 별안간 생겨난 것도 아닐 테니, 호남 인재 중용은 문재인 정부의 호남 우대 또는 호남 배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일부에선 “호남 민심을 얻으려는 문재인 정부가 인사폭탄을 터뜨렸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앙 부처 또는 청와대와 ‘긴밀한 네트워크’를 자랑삼아 내세우는 지역 인사들도 부쩍 늘었다. 내년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뜻을 둔 광주 시장과 5개 구청장, 전남 도지사와 22개 시장·군수 출마 후보자들 사이에선 ‘문재인 정부나 청와대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두고 경쟁이 붙을 정도다. 국민의당이 ‘죽을 쑤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할 것이고, 그러려면 현 정부나 대통령 측근과 가까울수록 더 유리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2% 부족한 것은
모처럼의 인사 폭탄이 싫은 것도 아니요 또 굳이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들떠 있다 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찬찬히 살펴보면 ‘수백억, 수천억 예산을 움직이는 자리’에선 호남 인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구,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충북 출신이다. 기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장이 경남 출신이고, 금융위원장은 강원이 고향이다. 물론 이들 장관이나 수장이 자신의 고향에 특혜를 준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테지만, 장기간 경제적으로 소외되어 온 호남으로선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새 정부가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입되는 예산을 대폭 줄인다고 공언한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국비 확보와 관련 최근 전남도에서 진행된 대책 회의에선 “내년 예산 편성 때 정부의 물적 지원(SOC)은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기본 방침까지 논의됐다고 한다. SOC가 거의 완비된 타 지역과는 달리 광주·전남은 상대적으로 SOC 예산의 비중이 큰 만큼 정부의 정책 기조대로라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최근 만난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도 “정부가 내년 예산 편성 때 SOC분야 지원을 크게 줄인다고 했다”며 “그렇게 되면 광주·전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다. 팍팍한 삶을 살아온 호남 사람들의 가슴이 푸근해질 수 있도록, 오랫동안 소외된 한이 민주 성지의 시민이라는 자부심으로 바뀔 수 있도록, 이번엔 ‘못 말리는 예산 폭탄’을 기대한다.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