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 30년, 한빛원전을 진단한다] ① 프롤로그
혜택 많지만 사고나면 대재앙 … ‘산업발전’ ‘국민안전’ 딜레마
2017년 07월 31일(월) 00:00
광주에서 불과 50㎞ 떨어진 영광 한빛원전에는 6기의 발전소가 있다. 지난 1986년 가동에 들어간 한빛 1호기부터 6호기는 오는 2025년부터 2042년까지 순차적으로 수명만료 후 폐쇄 절차에 들어간다. 원전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이 작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중대한 사고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원전은 숙명적으로 사고위험을 안고 가동된다. 영구정지 이후는 물론 후손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한빛원전에 관심을 가져야하는 이유다. 사진은 한빛원전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선언에도 원자력발전소(핵발전소·원전)는 우리 삶에서 쉽게 떼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 원전 설계수명 연장 불허 등을 골자로 한 탈원전 방침을 천명했지만, 가동 중인 원전은 수명(설계수명 통상 40년, 신규원전 60년)이 다할 때까지 멈춰서지 않기 때문이다.

가동 원전의 경우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는 물론 원전 인접 지역에서는 아예 인간이 영원히 거주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거칠게 말하면 재앙 그 자체다.

원전 설비의 잦은 고장과 크고 작은 사고, 지난해 발생한 경주 대지진 이후 원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은 더욱 확산하고 있는 추세다.

원전 설계수명이 끝나더라도 완전한 의미의 폐로(영구가동 정지 후 발전소 폐쇄, 환경 복원), 나아가 원전에서 타고 남은 고농도 핵폐기물(폐연료봉·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성이 사라지기까지 수만년이 걸린다는 점을 떠올리면 우리 삶은 물론 후손들의 삶까지 원전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원자력발전을 얘기할 때 “혜택은 우리가 누리고 부담은 미래세대에 지운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수만년간 위험성을 가진 핵폐기물 처리에서 비롯한다.

우리나라는 원전 도입 40년이 넘은 지금까지 고농도 핵폐기물 처분장으로 쓸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누가, 어떤 고장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핵쓰레기장을 유치하려 하겠는가. 경주 방폐장은 방사선량이 극히 미미한 원전에서 나온 장갑, 폐필터 등 중저준위 폐기물을 처분한 곳이다). 나아가 세계 어느 나라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을 완벽하게 건설한 경험조차 없는 형편이다.

원전 냉각재(냉각수) 공급과 배출에 따른 어족자원 감소, 해양환경 파괴 역시 원전이 안고 있는 단점이다.

원전 가동을 위해선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끊임없이 빨아들이고 또 그만큼 바다로 내뿜는다. 엄청난 힘으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취수 과정에선 이물질 유입을 막는 설비에 치어(어린 물고기)가 하루에 30만여마리가 죽는다〈광주일보 2014년 11월 24일 6면 참고〉. 설비를 순환한 물은 바다로 배출되는데(온배수라 부른다) 이 물은 일반 바닷물 온도보다 5도가량 수온이 상승한 상태여서 어족 종류 변화 등 해양 생태계를 어지럽힌다. ‘영광 앞바다에 물고기 씨가 말랐다’는 어민 하소연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전이 안고 있는 부작용(내지 폐해)의 반대편에는 크든 작든 이로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안정적 전기생산이 그것이다.

1970년대 우리 정부 당국이 원전 도입을 결정한 배경에는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선 안정적 전력공급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 자리했다. 원전의 폐해에 대한 인식은 미미했던 반면, 긍정적 측면(전력생산)은 부각되면서 전남(영광·한빛원전), 부산(고리원전), 경북(한울원전·월성원전)에 잇따라 원전이 건설됐다. 국내 첫 상업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가동에 들어간 이후 모두 24기가 건설된 것이다.

원전의 발전량도 국내 원자력발전의 원년인 1978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7.4%(2324GWh)에 불과했으나 2016년에는 전체 발전량의 30.64%(16만1995GWh)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영광 한빛원전에 있는 6기의 발전소는 호남지역 전력 사용량의 80%가량을 담당할 정도다. 참고로 지난해 말 기준, 에너지원별 발전량은 석탄이 40.6%로 가장 많았고, 원자력 30.3%, LNG 22.0%가 뒤를 이었다. 신재생과 유류, 양수발전소 비중은 각각 3.8%, 2.6%, 0.7%였다.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안 국내 원전 상당수는 노후화됐다. 영광 한빛원전도 예외는 아니다. 영광 한빛원전 1호기의 경우 가동된 지 만으로 30년을 넘어선 상태다.

한빛원전 1, 2호기를 포함, 가동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는 오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설계수명(40년)이 만료로 폐로 절차에 들어간다. 30년간의 수명을 마치고 한차례 연장(10년) 가동됐던 고리 1호기와 달리 곧장 폐쇄되는 것이다.

이는 안전한 대한민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건 문 대통령이 집권 후 탈핵선언을 하면서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며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를 강력히 천명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85년 12월, 1986년 9월 각각 운영허가를 받은 영광 한빛원전 1, 2호기는 오는 2025년 12월과 2026년 9월 40년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추는 게 확실시된다. 나머지 3∼6호기까지 4개 원전은 2034년부터 2042년까지 순차적으로 설계수명 만료가 예정돼 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신규원전 건설 백지화에 따라 우리나라는 자동으로 2050년대 이후 탈핵국가로 자동 진입할 전망이다. 영광 한빛원전의 경우 2042년이면 원전 가동이 완전히 멈추게 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원전은 가동 중은 물론 가동이 영구히 멈춘 뒤라도 핵폐기물 특성상 수만년간 위험성이 상존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선언에도 가동 30년을 맞아 점차 노후화되는 한빛원전의 안전을 진단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빛원전이 인구 150만의 광주와 불과 50㎞ 거리에 있는데도 유사시 대피계획 등 방재대책은 제대로 수립돼 있지 않다는 점도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할 요인이다.

전국에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지만 수도권에는 단 1기의 원전이 없다는 점, 그런데도 원전 관련 주요 정책은 서울(곧 중앙정부)이 결정한다는 점, 원전 규제기관 역시 수도권에 터를 잡고 지역민 정서와 동떨어진 ‘느슨한 규제’를 이어간다는 점 역시 우리 지역이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환경단체와 원전 전문가들 일부는 원전을 둘러싼 크고 작은 환경 분쟁, 원전 규제 및 원전 정책,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끊임없이 도마에 올려 꼼꼼히 살핀 후 지역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조언한다. ‘원전이 한 개도 없는 중앙(서울·수도권)이 아닌, 위험을 떠안고 사는 원전 소재 지역의 목소리가 원전 정책 수립에 반영되는 게 상식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광주일보는 가동 30년을 넘어선 한빛원전의 설비 안전, 환경 영향 등을 점검하고 해외 사례 취재를 통해 원전 안정성 및 핵폐기물 처리에 관한 대안을 제시한다. ‘원전 정책에 지역은 없다’는 주민들 하소연을 받아들여 원전 정책수립과 규제에 있어 지방정부 및 지역주민의 참여에 대해서도 해외와 국내를 비교 검토한다. 시리즈는 총 10회.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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