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이 핵심이다
![]() 장 필 수 전남본부장 |
흔히 1987년 6월 항쟁이 이룬 결과물로 ‘민주화’를 꼽는다. 시민들이 거리에서 최루탄 가스를 마셔 가면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요원했을 것이란 의미에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6월 항쟁의 직접적인 성과는 헌법개정(개헌)을 이끌어 냈다는 데 있다.
1987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두환 정권은 국민들의 개헌 요구에 끄떡도 하지 않았다. 4월 13일엔 ‘개헌 논의는 국력 낭비’라는 이유로 이른바 ‘4·13 호헌조치’를 내림으로써 국민들의 여망을 깔아뭉갤 정도였다. 하지만 5월 18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박종철 사건 은폐 조작 폭로와 6월9일 연세대 이한열 군이 시위 도중 최루탄에 사망하면서 6월 항쟁의 불꽃이 타올랐다. 급기야 노태우는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하기로 했다. 이후 여야 합의에 의해 개헌안이 마련됐고 국민투표를 거쳐 5년 단임으로 바뀐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있게 됐다. 신군부가 6·29 선언과 동시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복권을 발표하는 ‘신의 한 수’(?)로 야권 분열을 이끌어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당선을 이끌었지만 6월 항쟁은 개헌이란 성과물을 남겼다.
30년 만에 개헌 논의 활발
당시에는 독재 타도를 위한 호헌 철폐가 급선무였던 만큼 개헌에 다른 내용을 담을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87년 개헌을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개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흐른 지금,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제왕적인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을 국민 모두 절감했다. 이런 맥락에서 5년 단임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새 정부도 이에 발맞춰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1월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개헌은 논의의 중심이 정치에서 민생으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 직선제 및 임기만 다룬 87년과 달리 이번에는 논의할 의제가 다양하다.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제로 할 것인지,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것인지 등 정치적 이슈만 해도 넘쳐난다. 여기에 5·18을 비롯한 민주화 정신 반영, 고용·노동·복지에서의 성평등 등 국민 기본권 보장 요구가 있다. 지방분권 정신도 개헌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의제다.
지역민들 삶의 질 높여야
문제는 의제가 많다 보니 지방분권이 개헌 논의 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중임제 등 정치 이슈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정부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국정 목표 중 하나를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정하고 지방분권에 힘을 실었다. 현행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조정하고 2019년까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구체적인 지방분권 정책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의 공감대 형성일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가 나서 각계 전문가들로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해 지방분권 방향과 개헌에 담아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광주시와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 지방분권형 개헌 실현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획기적인 자치분권 확보와 재정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이제부터는 개헌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그 중에서도 지방분권 문제를 개헌의 중요 이슈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넘었는데도 인구와 경제력은 오히려 수도권에 집중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 보면 개헌의 중심이 지방분권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해진다. 2018년 개헌이 정치가 아닌 민생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처럼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이 제대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bungy@kwangju.co.kr
당시에는 독재 타도를 위한 호헌 철폐가 급선무였던 만큼 개헌에 다른 내용을 담을 여유가 없었다. 이 때문에 87년 개헌을 ‘정치에 의한 정치를 위한 개헌’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로부터 정확히 30년이 흐른 지금, 개헌 논의가 활발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겪으면서 제왕적인 대통령중심제의 폐단을 국민 모두 절감했다. 이런 맥락에서 5년 단임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새 정부도 이에 발맞춰 내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개헌을 추진할 움직임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1월 개헌특위를 구성해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3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번 개헌은 논의의 중심이 정치에서 민생으로 옮겨 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대통령 직선제 및 임기만 다룬 87년과 달리 이번에는 논의할 의제가 다양하다.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제로 할 것인지, 대선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할 것인지,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할 것인지 등 정치적 이슈만 해도 넘쳐난다. 여기에 5·18을 비롯한 민주화 정신 반영, 고용·노동·복지에서의 성평등 등 국민 기본권 보장 요구가 있다. 지방분권 정신도 개헌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의제다.
지역민들 삶의 질 높여야
문제는 의제가 많다 보니 지방분권이 개헌 논의 과정에서 소홀히 다뤄질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국민의 관심이 대통령 중임제 등 정치 이슈에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새 정부가 균형 발전 차원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정기획자문위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국정 목표 중 하나를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정하고 지방분권에 힘을 실었다. 현행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 4까지 조정하고 2019년까지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겠다는 것도 구체적인 지방분권 정책 중 하나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의 공감대 형성일 것이다. 광주시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가 나서 각계 전문가들로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해 지방분권 방향과 개헌에 담아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논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광주시와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돼 지방분권형 개헌 실현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획기적인 자치분권 확보와 재정분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됐다.
이제부터는 개헌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그 중에서도 지방분권 문제를 개헌의 중요 이슈로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지방자치 시행 20년이 넘었는데도 인구와 경제력은 오히려 수도권에 집중된 원인이 무엇인지를 깊이 성찰해 보면 개헌의 중심이 지방분권이 돼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해진다. 2018년 개헌이 정치가 아닌 민생이 중심이 돼야 하는 것처럼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지방분권형 개헌이 제대로 이뤄질 때 가능하다.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