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 (기계공학 기술사)] 국가안보차원 원전 안전 대책 기대한다
2017년 06월 28일(수) 00:00
지난 19일 0시를 기해 국내 최초의 원전,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이래 40년 만에 영구정지 하는 고리 1호기를 기점으로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선언했다. 결국 원전 자체가 내포한 위험성을 인정하고 이젠 원자력 에너지를 탈피하여 친 환경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 20% 달성 목표도 제시했다.

지난 40년간 성장만을 거듭해 오다 처음으로 하향시대를 맞이한 원자력계는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이다.

사실 고리 1호기 폐로(영구정지 후 발전소해체) 결정은 논리적이고 기술적인 토론을 거쳐, 무엇이 안전에 위협이고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는지, 만일 후쿠시마원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면 우린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논의와 합의과정 없이 정치적으로 결정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왜냐하면, 폐로를 결정하여도 단지 원전 한 기가 정지되었을 뿐 사용후핵연료와 폐기물 문제, 기타 가동 원전 등 전체 원전의 근본적인 안전문제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50여 개의 후속대책을 수립하고 1조원 이상을 투입하여 2015년까지 추진을 완료하겠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동시에 계속운전을 앞둔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노후원전 안전테스트)도 약속했는데, 지난 2014년 12월 월성 1호기 최종 결과발표에서 지진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2015년 2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승인했고, 작년 9월 경주지진이 발생하고 나서야 정부는 지진대책을 내놓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주도로 2016년 말 발표한 대형지진 대비 원자력시설 안전개선대책(안)은 285억원을 투입하여 2021년까지 5년간 지질조사를 포함한 정밀한 시설에 대한 조사평가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로 시행 중이다.

국내 가동원전은 0.2g, 신규원전은 0.3g의 지반가속도를 기준으로 다양한 보수성을 고려하여 설계돼 있다.

원전 내진설계의 보수성은 후쿠시마 원전사례를 꼽는다. 설계기준 지진인 약 0.4g의 두배가 넘는 1.0g의 지진에도 안전하게 정지됐기 때문이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은 정지된 이후에 닥쳐온 쓰나미로 침수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0.2g로 원전이 설계됐더라도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현장의 설비상태의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필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러나 경주 지진에 정지된 월성 원전 이외에 나머지 원전의 현장 실태조사 여부는 보고된 바 없다.

기존 원전설비의 내진성능을 0.3g∼0.5g로 올리겠다는 당국의 의도는 의욕적이고 좋은 일이지만 보수성을 완화하는 확률적 평가로 의미가 약화된다. 이러한 작업에도 최근 정의당 추혜선의원실에서는 여러 가지 데이터로 볼 때 0.6g로 강화하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0.6g로 올리면 문제가 진정 완벽하게 해결된다는 것인가에는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원전의 안전은 완벽함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고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여 대비하는 과정이 방재대책이다.

즉, 0.2g든 0.3g든 꼬리가 꼬리를 물고 있는 내진 강화대책에도 충실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언제든 사고가 발생한다고 보고 대책을 세우는 방재대책은 원전의 상세한 안전대책에 자신감을 불어 넣는 작업이므로 안전의 최종 종결이며 그 나라의 안전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로 보이는 이유이다.

지난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사에서 문대통령은 원전의 안전을 국가안보 차원으로 다루겠다고 하였지만 중요한 방재대책은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탈핵과 무관하게 불과 몇 시간 만에 만일의 방사능재가 날아 올 수 있는 거리에 주변국 원전이 수십기가 가동하고 있고, 38선 이북에서 언제 핵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방사능 재난 안전대책과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국가 안보차원’의 강화된 새정부의 안전 및 방재대책을 국민 앞에 조속히 내놓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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