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대로’냐 ‘한 방에 역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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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딱 11일 남았다. 5월9일 ‘장미 대선’. 앞으로 열한 밤을 자고 나면 이 나라의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설레는 맘으로 손꼽아 그날을 기다린다. 어찌 설레지 않겠는가. 누가 되든 다들 우리를 행복한 세상으로 이끌어 준다 하니.
이번 대선은 더군다나 야권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 꼴통 수구 세력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 예전처럼 맘을 졸일 필요도 없다. 누가 되어도 우리 편이다. ‘꽃놀이패 선거’, 즐겁지 아니한가.
그렇다면 둘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 아니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선거 초반엔 ‘이대문’ ‘저대문’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이요 저래도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꽃이 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더니 그 굳건했던 대세론이 무너진 것도 순식간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40석 가까이 얻는다는 것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포기를 점친 자 누구였던가. ‘안스트라다무스’(안철수+노스트라다무스), 바로 안철수 후보의 예언이 또 맞았다. 그의 말대로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막강해진 TV토론 영향력
여기에는 안 후보의 ‘우(右) 클릭’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갈 곳 잃은 보수 표심(票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뚜렷이 맘 둘 곳 없게 된 그들은 반기문·황교안·안희정을 거쳐 안철수 쪽으로 크게 쏠리는 듯하더니 최근엔 다시 홍준표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구축됐던 양강 구도에 다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몇 차례 TV토론을 거치면서 오로지 모범생 이미지만 보여 주었던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심지어 TV토론에서 ‘돼지 흥분제’사건으로 사퇴 요구까지 받은 데다 ‘술 덜 깬 아저씨’ 같다는 평까지 들었음에도, 오르고 있는 홍 후보의 지지율 변동과도 무관치 않다. 여기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선전(善戰)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안 후보로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며 한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흔히들 이번 선거를 ‘3무(無) 대선’이라고 한다. 첫째, 현직 대통령이 없고, 둘째, 좌우 대결의 이념이 없으며, 셋째, 영호남 대결의 지역 구도가 사라진 선거라는 것이다.(여기에 ‘이념’을 빼는 대신 ‘호남 출신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포함시키는 이도 있다.)
과연 그럴까? 현직 대통령과 호남 출신 후보가 없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구도’와 ‘이념’이 확실히 없어졌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까? 유력 후보들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니 어느 정도 지역 구도가 완화됐다는 사실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남만 해도 과거의 몰표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과 안으로 표가 적당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저쪽(경상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TK(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어차피 보수 정당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전략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드(THAAD) 찬반과 북한 주적 논쟁은 이번 선거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이념’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특히 몇 차례 ‘대선 후보 TV토론’을 거치면서 안보 문제가 급격히 부각되기도 했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에 따라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출렁거렸다.
이제 이번 대선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전체적으로 볼 때 후보 단일화는 세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홍준표와 유승민의 단일화, 유승민과 안철수의 단일화, 그리고 이들 3자가 모두 포함되는 단일화다.
이중 3자 단일화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우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독이 든 사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양자 단일화인데 4∼5% 선에서 지지율 정체에 시달리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차라리 국민의당을 지지함으로써 다음을 기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 변수는 단일화?
국민의당으로서도 막판에 로또복권 당첨처럼 ‘한 방에 역전’을 노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라는 카드가 절실해 보인다. 문제는 호남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텐데, 아마도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과의 연대라면 묵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법도 하다. 물론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위험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다. 내일모레(30일)부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당내에서는 일부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은 저마다 완주를 다짐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선거 막판에 이뤄졌다.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앞으로 김종인과 손학규의 처신과 역할을 주목해 볼 필요도 있겠다.
어찌 됐든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문재인과 안철수 둘 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대선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변수로 등장한 남은 두 번의 TV토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호남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참으로 점치기 어려운 선거다.
다만 누가 되든(어차피 그 어느 쪽도 호남 몰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호남에서 받아들게 될 표의 수치만 갖고 서운해 할 게 아니라, 그 지긋지긋한 호남 홀대에 마침표를 찍는 담대함을 보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집권하면 무조건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서로 과도한 네거티브만큼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
이번 대선은 더군다나 야권 후보의 당선이 확실하다. 꼴통 수구 세력의 당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래 예전처럼 맘을 졸일 필요도 없다. 누가 되어도 우리 편이다. ‘꽃놀이패 선거’, 즐겁지 아니한가.
그러나 꽃이 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더니 그 굳건했던 대세론이 무너진 것도 순식간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40석 가까이 얻는다는 것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포기를 점친 자 누구였던가. ‘안스트라다무스’(안철수+노스트라다무스), 바로 안철수 후보의 예언이 또 맞았다. 그의 말대로 선거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대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는 안 후보의 ‘우(右) 클릭’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갈 곳 잃은 보수 표심(票心)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뚜렷이 맘 둘 곳 없게 된 그들은 반기문·황교안·안희정을 거쳐 안철수 쪽으로 크게 쏠리는 듯하더니 최근엔 다시 홍준표 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다.
그렇게 해서 어렵사리 구축됐던 양강 구도에 다시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몇 차례 TV토론을 거치면서 오로지 모범생 이미지만 보여 주었던 안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많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심지어 TV토론에서 ‘돼지 흥분제’사건으로 사퇴 요구까지 받은 데다 ‘술 덜 깬 아저씨’ 같다는 평까지 들었음에도, 오르고 있는 홍 후보의 지지율 변동과도 무관치 않다. 여기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선전(善戰)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안 후보로서는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며 한탄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흔히들 이번 선거를 ‘3무(無) 대선’이라고 한다. 첫째, 현직 대통령이 없고, 둘째, 좌우 대결의 이념이 없으며, 셋째, 영호남 대결의 지역 구도가 사라진 선거라는 것이다.(여기에 ‘이념’을 빼는 대신 ‘호남 출신 후보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포함시키는 이도 있다.)
과연 그럴까? 현직 대통령과 호남 출신 후보가 없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 구도’와 ‘이념’이 확실히 없어졌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을까? 유력 후보들이 모두 경상도 출신이니 어느 정도 지역 구도가 완화됐다는 사실엔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호남만 해도 과거의 몰표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문과 안으로 표가 적당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저쪽(경상도)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TK(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어차피 보수 정당에 마땅한 후보가 없다면 전략적으로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의 사드(THAAD) 찬반과 북한 주적 논쟁은 이번 선거에서 사라지는 듯했던 ‘이념’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특히 몇 차례 ‘대선 후보 TV토론’을 거치면서 안보 문제가 급격히 부각되기도 했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에 따라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출렁거렸다.
이제 이번 대선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변수는 후보 단일화다. 전체적으로 볼 때 후보 단일화는 세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홍준표와 유승민의 단일화, 유승민과 안철수의 단일화, 그리고 이들 3자가 모두 포함되는 단일화다.
이중 3자 단일화는 가장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다. 우선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서 볼 때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이었던 자유한국당은 그야말로 ‘독이 든 사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은 것은 양자 단일화인데 4∼5% 선에서 지지율 정체에 시달리는 바른정당으로서는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면 차라리 국민의당을 지지함으로써 다음을 기약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 변수는 단일화?
국민의당으로서도 막판에 로또복권 당첨처럼 ‘한 방에 역전’을 노리기 위해서는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라는 카드가 절실해 보인다. 문제는 호남 유권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일 텐데, 아마도 탄핵에 찬성했던 바른정당과의 연대라면 묵인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법도 하다. 물론 ‘게도 구럭도 다 놓칠 수 있다’는 위험은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단일화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다. 내일모레(30일)부터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촉박한 것도 사실이다. 당내에서는 일부 단일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작 후보들은 저마다 완주를 다짐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선거 막판에 이뤄졌다. 가능성이 아주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앞으로 김종인과 손학규의 처신과 역할을 주목해 볼 필요도 있겠다.
어찌 됐든 지금 이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문재인과 안철수 둘 중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대선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변수로 등장한 남은 두 번의 TV토론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호남은 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참으로 점치기 어려운 선거다.
다만 누가 되든(어차피 그 어느 쪽도 호남 몰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당선된 대통령은 호남에서 받아들게 될 표의 수치만 갖고 서운해 할 게 아니라, 그 지긋지긋한 호남 홀대에 마침표를 찍는 담대함을 보여 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울러 집권하면 무조건 통합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만큼 남은 선거 기간 동안 서로 과도한 네거티브만큼은 자제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