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자전거로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만드는 땜빵 4총사
“폐품에 작은 아이디어 보태면 환경 살리죠”
2017년 03월 22일(수) 00:00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만들기’를 진행하는 적당기술모임 땜빵 회원들. 왼쪽부터 김종필, 지상호, 서정, 김재홍.
‘지이잉∼지이잉∼’

날카롭게 잘리는 쇳소리와 함께 크고 작은 불꽃들이 튀었다. 한 켠에서는 쇠 파이프에 구멍을 뚫고 용접하는 공정이 한창이었다.

지난 19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시 청소년 문화의 집’ 공방에서 버려진 자전거를 활용한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만들기에 나선 ‘적당기술모임 땜빵’ 회원들을 만났다. 김종필(40), 지상호(37), 서정(40), 김재홍(37)씨 등 4명이다.

‘동네 삼촌’ 같은 푸근한 인상을 가진 이들은 폐자전거를 움직이는 도서관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을 스스로 익힌 뒤 참가자들을 모아 함께 만드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만든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은 필요로 하는 단체·기관에 후원품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자전거 도서관 제작공정을 배우는 1차 워크숍(성인반)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청소년 대상 워크숍은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다. 용접과 자전거수리, 분해, 조립, 공구사용법 등 제작에 필요한 기본적 지식부터 실습, 발표회까지 3일 일정으로 열린다.

‘땜빵’은 최근 공식적인 모임으로 탄생했지만, 활동은 이미 3년 전부터 시작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주축이었다. 그동안 ‘태양광 핸드폰 충전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만드는 ‘퇴비통’ 만들기와 폐목재를 재활용한 가구제작 등을 진행했다.

각종 장비와 철골과 목재 등 재료값이 만만치 않은 탓에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각종 환경관련 지원 행사 공모사업에 지원해왔다. 올해는 ‘포드자동차’로부터 자재비용 등을 후원받아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죠. 너무 당연하다 보니 오히려 그 소중함과 관심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환경에 있어서만큼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됐으면 좋겠습니다.”(지상호씨)

이들은 ‘적정기술’(適正技術)을 추구하고 있다. 적정기술은 해당 지역에서 지속적인 생산과 소비가 가능할 수 있게 만들어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제 3세계 빈곤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됐으나 환경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기술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재홍씨는 “버려지는 물품들이 많다”며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돼 환경을 오염시키지만 작은 아이디어를 덧붙이면 충분히 새롭고 실용적인 제품으로 재탄생 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작업’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회원들이 그동안 만든 물건 때문에 각종 공구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전문가’들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실상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중년 남성들이다.

“저희라고 척척 잘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워크숍 전에 꾸준히 모여 연구하고 만들어보고 있습니다. 참가자들과 같이 만들어가는 것이죠. ‘적당한’ 기술만 있으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어요.”(서정씨)

땜빵은 미래에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는 ‘적정기술’이 지역에 확산하길 바란다. 휴일과 주말을 반납하고 끊임없이 모여 제작에 매달리고 연구, 고민하는 이유다.

김종필씨는 “시민들이 부담없이 모여 지역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고 만들어가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며 “땜방 같은 단체·모임이 늘어날 수 있도록 회원들과 노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달리는 자전거 도서관 만들기’ 참여 문의 김종필 010-5092-1306.

/글·사진=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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