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文化로 물들다 ] ⑥ 광주시민인문학
삶의 현장서 함께 부대끼고 깨우치다
2017년 02월 01일(수) 00:00
2014년 여름 광주 푸른길에서 진행된 ‘푸른길 인문학’에서 명혜영 광주시민인문학 이사장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광주시민인문학 제공>
지난 1월 중순 전남대 정문 앞 카페 노블. 20대 대학생, 중년의 여성, 퇴직한 60대 남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른 저녁을 먹고 나온 이들은 오래 전부터 알아온 지인처럼 친근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올해 광주시민인문학이 개설한 첫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과 시민들이었다. 나이와 직업, 사는 곳은 각기 다르지만 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인문학’을 매개로 서로를 알아가고 공동체 일원으로 무엇이 인간다운 삶이고 행위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생각을 나눈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어느덧 경쟁과 효율로 대변되는 생존이 놓여 있을 뿐 존재 자체에 대한 행복과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다. 존재 자체가 행복이며 기쁨이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잊은 채 앞으로만 내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광주시민인문학이 태동한 이유는 이러한 실정과 무관치 않다. 당초 2012년 10월 전남대 비정규교수들이 결성한 인문학 커뮤니티 ‘생생공감의 무등지성’에서 비롯됐다. 인문 정신의 소중함을 공유하고 의미를 삶에서 실현하자는 모토로 다양한 강좌가 개설됐다.

이후 이 모임은 ‘광주시민인문학과’ ‘인문지행’으로 갈리며 세분화된다. 회원간 전공 분야의 상이점과 지향점의 차이로 각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에 이른다. 이후 ‘광주시민인문학’은 2014년 8월 명혜영 박사, 심영의 박사 그리고 공무원, 직장인, 주부 등 각계각층 30여 명의 회원들로 협동조합을 설립한다. 전남대 정문 앞에 인문학 카페 노블(Novel)을 개설해 강의실 겸 거점 공간으로 활용해왔다.

“리얼리티(실천) 인문학을 지향하는 ‘광주시민인문학’은 토론인문학을 통해 자유정신을 함양하고 공동체 감각을 발굴하며 ‘인문적 통찰과 미학적 승화’라는 가치창조에 앞장선다.”

광주시민인문학은 강단에 머무는 학문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부대끼는 학문, 대학을 벗어나 대학 밖에서 대안을 꿈꾸는 학문공동체를 추구한다. 또한 구체적인 일상에 대한 가치 부여, 인문적 통찰과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을 지향하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강좌와 강의 주제 개발에 역점을 뒀다.

명혜영 이사장은 “인문학 열풍은 웰빙(well-being)으로 건강해진 몸의 호응이라 생각한다.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법을 터득하고, 타인에게 과도로 의존하지 않는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며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지금, 여기’를 사는 용기 등을 깨닫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이라고 말했다.

시민들과 함께 한 강사들도 대부분 관련 분야 박사학위소지자와 정년 퇴임한 명예교수들이다. 강사진으로는 명혜영(한일비교문학), 심영의(국문학), 구효경(시인), 이채언(경제학), 위상복(독일철학), 김미자(국문학), 이진(국문학), 안정선(심리학), 박주희(교육철학), 안철(클래식음악해설가), 최창근(국문학), 이영란(중국역사), 강경필(서양철학), 조우진(동양철학), 서명원(영미철학), 이현기(연극학), 조상현(한국사) 등이다.

지금까지 39회째 정기 강좌를 이끌어오는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진행된 정기 강좌, 주말에 진행된 세미강좌 등이 텍스트를 함께 읽고 사유를 확장하는 시간이라면 주말에는 취미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상 자급자족 프로젝트와 인문여행은 강의실 밖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예능과 관련한 특별한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1인 1악기 도전 프로젝트’, ‘사진작가 되기’ 등이 그 예다. 특별초청 강연도 시민인문학이 수행해온 의미있는 성과 중의 하나다. ‘광주항쟁과 파리꼬뮌’ 주제로 프헝쑤와즈 바지호 파리꼬뮌의 친구들협회 사무총장이 강연을 하기도 했다.

다양한 인문학 수요에 맞춰 주제와 장소를 달리한 강연도 인기를 끌었다. ‘열려라 대학’, ‘게릴라 인문학’, ‘거리 인문학’, ‘시장 인문학’, ‘통일 인문학’, ‘세대공감 인문학’ 등이 그것이다.

정종익 조합원은 “진정한 학문 공동체를 찾다가 건강한 가치에 동의하고 구성원들에게 공감할 수 있어 그 뜻을 공유하고자 협동조합에 참여했다”며 “지금까지 높은 수준의 강좌와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인문세상을 성찰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새로운 인문정신으로 더욱 성숙한 광주시민인문학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계획된 프로그램도 알차고 다양하다. 12월까지 12번의 정기 강좌를 비롯해 3월∼4월 롯데,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아카데미가 진행되며 4월∼12월에는 문체부 주관 인생나눔교실 인문학 멘토링이 예정돼 있다.

이밖에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찾아가는 인문학’, ‘인문학 콘서트’가 계획돼 있으며 ‘인문여행’으로 12회의 남도기행을 실시할 예정이다. 해외인문연수로 일본 연수를 실시하고 ‘일상자급자족프로젝트’ 일환으로 연극과 미술관 관람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1일부터 28일까지 40기 강좌가 인문학카페 노블에서 펼쳐진다. ‘중국역사’, ‘동양철학’, ‘비교문학’ , ‘베스트셀러 읽기’ 등의 정기 강좌와 ‘무비토크’, ‘인문여행’ 등의 세미강좌가 진행된다. 참가비 대학생 1만원, 조합원 2만원, 일반회원 3만원. 문의 010-4624-1201.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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