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그림생각'](153) 공놀이
홀로 공놀이 하는 아이 … 왠지 딸아이에게 미안
2016년 05월 05일(목) 00:00
펠릭스 발로통 작 ‘공 가지고 노는 아이’
어린이날 즈음해서인지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딸아이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주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놀이터에 간 적은 있다. 엄마랑 공놀이를 하고 싶어 했던 아이의 바람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네 태워 뒤에서 밀어주거나 혼자서 미끄럼틀을 몇 번 오르내리게 했던 것 같다. 한 번도, 아이가 놀다 지쳐 집으로 돌아가자고 할 때까지 원 없이 여유 있게 놀이터에 머문 적 없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의 사소함과 그때그때의 작은 즐거움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던 시절이었다. 다시 돌아간다면 해 저물도록 놀이터에서 아이랑 자주 놀아주겠다. 공놀이도 실컷 하면서.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작가 펠릭스 발로통(1865∼1925)의 ‘공 가지고 노는 아이’(1899년 작)를 보면 영락없이 그 시절 딸아이가 생각난다. 굴러가는 공을 쫓아가는 여자아이의 뒷모습이 날 듯 즐거움이 가득하다. 한편으론 감정이입이 되어서인지 아련하고 쓸쓸하게도 느껴진다. 아이 혼자 놀게 내버려두고 대화에 열중하는 듯 무심한 어른들과 멀리 떨어져 텅 빈 공원의 전경에 두드러져 보이는 아이를 보면서 왠지 미안한 마음이다.

펠릭스 발로통은 고갱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에 의해 추진되었던 反인상주의적인 회화운동인 ‘나비파(Nabi)’의 대표적인 화가. ‘나비’란 히브리어로 ‘예언자’라는 뜻인데 1892년경 상징주의 문예운동의 영향을 받아 신비적 상징적 경향을 가졌으며 입체감과 깊이감 보다는 평면적인 구성과 장식적 회화를 중요시하였다. 나비파들은 일본의 우키요에(浮世繪) 판화에서 영향을 받았고 그로 인해 대담한 화면 구성을 즐겼다. 나비파들은 스스로 새로운 예술의 선구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그 어원 그대로 서양미술사에서 근대 회화의 예언자들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미술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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