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현의 문화카페] 광산 하우스 콘서트
2016년 05월 04일(수) 00:00
최근 보름 사이에 대중가요 ‘봄날은 간다’를 두 차례나 라이브로 감상할 기회를 가졌다. 그것도 대형 공연장이 아닌 오붓한 분위기의 하우스 콘서트에서다. 첫 번째는 지난달 12일 광주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신춘(新春)음악회가 열린 광주 양림동 한희원 미술관에서였다. 서양화가 한희원씨가 오래된 한옥을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미술관은 제목 그대로 새봄을 맞는 음악회 장소로 안성맞춤이었다.

‘봄, 그 기억 속으로’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클래식과 재즈의 감성을 접목한 4인조 그룹 ‘클래즈 앙상블’(Clazz Ensemble).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의 반주에 메조 소프라노 이진진씨의 중저음 목소리에 실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봄날이 간다 中)는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셨다.

두 번째는 지난달 30일, 그러니까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였다. 무대는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광산문예회관의 ‘하우스콘서트’. 이날은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려 공연장으로 향하는 내내 ‘과연 몇 명이나 올까’라는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광주문예회관과 달리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도심에서 가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우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삼삼오오 몰려든 관객들로 공연장은 활기가 넘쳤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텅 빈 객석’과 ‘꽉 찬 무대’였다. ‘광산 하우스콘서트’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관객과 연주자가 마루에 앉아 음악과 대화를 이어가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살롱음악회다. 연주자들과 불과 1∼2m 거리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기 때문에 그들의 작은 숨소리와 땀방울 하나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여느 공연장 같으면 입장이 금지되는 미취학 아이들도 눈에 많이 띄었고 미처 저녁을 해결하지 못한 일부 관객은 챙겨온 간식거리를 ‘눈치 보지 않고’ 맛있게 먹었다. 하우스 콘서트가 아니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특히 ‘봄날의 조우’를 주제로 한 이날 무대는 출연진인 광산문예회관 상주예술단체 ‘레인뮤즈’(Rein Muz)와 관객 150여 명의 하모니가 빛났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조르다니의 ‘오 내사랑’,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등이 공연되는 동안 관객들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엄마 품에 잠든 아이의 해맑은 얼굴, 눈을 지그시 감고 음악에 취한 반백의 신사, 흥겨운 노래에 맞춰 몸을 살랑 살랑 흔드는 중년 여성들…. 여기에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유형민씨가 ‘봄날은 간다’와 ‘세노야’를 부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 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우스 콘서트는 아직 지역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그래서인지 하우스콘서트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반면 타 지역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예술을 즐길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점차 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다. 하우스 콘서트 같은 작은 무대가 ‘흥하다’는 건 문화도시의 저변이 넓다는 방증일 것이다. 혹시 이번 기회를 놓쳤다면 11월까지 이어지는 광산하우스 콘서트(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7시30분)를 두드려 보시라.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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