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고등학생 소논문집 보니] 야자부터 동성애까지 … ‘청소년 논문’ 눈에 띄네
20개팀 8개월간 연구 … 학교 생활·건강·역사 다양한 주제
창의력·논술 향상 도움되고 대입 수시전형 활용도 가능
창의력·논술 향상 도움되고 대입 수시전형 활용도 가능
![]() 송원여고 학생들이 감자싹에서 추출한 솔라닌의 살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하고 있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제공〉 |
광주지역 고등학생들은 10명 중 3명 꼴로 ‘공부를 하면서 졸음을 쫓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고 ‘시험기간 1주 전∼시험기간’ 중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명량해전’을 다루는 교과서, 영화, 역사 다큐멘터리를 분석한 결과, 교과서별로 ‘왜군’, ‘일본군’ 등 다르게 표현했고 일본군 배들이 서로 충돌한 원인의 경우 역사 다큐멘터리는 ‘미리 걸어둔 쇠줄에 걸리면서’ 비롯됐다고 했지만 영화는 ‘일본 수군에게 쏜 화포 충격’으로 서로 충돌하게 된 것으로 그렸다. 〈전남여고 김소연·김영묘·백아현〉
광주교육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5 광주 고등학생 소논문 아카데미 논문집’에 실린 내용들이다.
광주지역 20개 고등학교 1∼2학년들 80명이 20개 팀으로 나눠 평소 관심을 가졌던 일상 생활 속 주제부터 학교 생활, 진로 등을 대상으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 뒤 소논문으로 엮어냈다.
아무리 소논문일지라도 대략 8개월 가량 걸렸고 애초 논문 작성에 나섰던 4팀은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고됐다. 평일의 경우 수업시간을 피해 밤 8시부터 논문을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3∼4명이 팀을 이뤄 논문을 준비하다보니 토·일요일 등 주말에도 함께 모이기 쉽지 않아 시간을 짧게 쪼개 만나는 등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내 4명의 연구원들도 한 명당 4∼6개 팀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하며 논문집 작성을 도왔다.
이 때문에 참신한 주제를 선정하고 다양한 자료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눈에 띄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논문들도 적지 않다.
◇학교 생활 실태 엿보이는 논문들=소논문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들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논문도 눈에 띄었다.
광주동성고 김정현·이의준·조용운·김종윤·정승환·정수·정해람 학생이 발표한 ‘광주시 소재 인문계 고등학교 체육수업 실태 및 의미탐색’이라는 논문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밀려 없어지다시피한 체육 수업을 주제로 했다. 인문계 고교 학생 1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체육교사와 진행한 심층 면담으로 논문을 뒷받침했다. 논문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주당 2시간의 체육수업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93.8%에 달했고 ‘시험 기간 자습으로 활용되면서 체육수업이 결손 처리된다’고 답한 비율도 73.7%에 이른다는 설문조사가 포함됐다.
조대여고 김소영·박찬미 학생이 ‘야간 자율학습 참여 시 학생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39.9%)고 생각하는가 하면, ‘강제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다’(24.4%)는 설문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대도시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인식 및 실태분석 연구’도 눈길을 끈다.
전남고 최승우·양정규·김민우·박경국·이진웅 학생은 ‘인문계 고교 2학년 학생들의 진로 선택 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진로 선택이 주변인들의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톡톡’ 튀는 주제, 일상·사회문제까지 담아내=장덕고 김지원·남하연·지상우 학생은 커피·에너지 음료 등 카페인 음료 섭취 경향에 주목했다. 이들 학생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서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또래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가 카페인 음료 섭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냈다.
학생들은 A고교 1·2학년 7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중 응답한 548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에는 응답자의 33.0%가 ‘졸음을 쫓아 공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답하는가 하면, 응답자의 31.4%가 ‘시험기간 1주 전∼시험기간’ 중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는 결과도 들어 있다.
살레시오고 신승진·주한승·최민호·최성준 학생은 ‘남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인식조사 및 교육 현황 분석’이라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17개 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동성애 교육 실시 여부를 문의, 광주·전남 교육청 등 11개 교육청이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성고 박세진·김명철·김민석·박성민·박성우 학생 등이 인성고와 동아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청소년의 모방소비 실태 및 영향 요인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장혜지 첨단고등학교 학생은 팀을 이뤄 논문을 준비하던 동료 학생들이 개인적 사정 등으로 중도에 탈락한 상황에도 ‘이동통신 단말기 기업 팬택의 실패요인 분석 및 고등학생 대상 판매전략 수립’이라는 논문을 끝까지 완료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송원여고 김민선·김수진·박연주·서유림·정원선·최지원 학생 등은 애초 감자싹에서 솔라닌을 추출, 세균억제제를 만들고 싶어했다가 조선대 생물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솔라닌의 살균 효과’를 검증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학생들은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설계하고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배경지식을 습득하는가 하면, 돌발상황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고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왜 소논문인가=광주교육정책연구소 김옥희 연구원은 “소논문은 다양한 연구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관심사나 관련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로, 연구 주제를 찾아 읽는 등 소논문쓰기 경험을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논문 쓰기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한 후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이른바 R&E(Research and Education) 활동이다. 특히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 창의적 체험활동과 행동 특성, 종합 의견란에 기재돼 대입 수시전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남도교육청도 전체 88개 일반고(자율고 포함)를 각각 군 지역 5개, 시 지역 5개 등 10개 ‘교육·클러스터’로 구성하고 클러스터별로 학생들의 소논문쓰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광주교육정책연구소는 올해 학교별로 교사·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꾸려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을기자 dok2000@
‘명량해전’을 다루는 교과서, 영화, 역사 다큐멘터리를 분석한 결과, 교과서별로 ‘왜군’, ‘일본군’ 등 다르게 표현했고 일본군 배들이 서로 충돌한 원인의 경우 역사 다큐멘터리는 ‘미리 걸어둔 쇠줄에 걸리면서’ 비롯됐다고 했지만 영화는 ‘일본 수군에게 쏜 화포 충격’으로 서로 충돌하게 된 것으로 그렸다. 〈전남여고 김소연·김영묘·백아현〉
광주교육정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5 광주 고등학생 소논문 아카데미 논문집’에 실린 내용들이다.
광주지역 20개 고등학교 1∼2학년들 80명이 20개 팀으로 나눠 평소 관심을 가졌던 일상 생활 속 주제부터 학교 생활, 진로 등을 대상으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한 뒤 소논문으로 엮어냈다.
아무리 소논문일지라도 대략 8개월 가량 걸렸고 애초 논문 작성에 나섰던 4팀은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고됐다. 평일의 경우 수업시간을 피해 밤 8시부터 논문을 준비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3∼4명이 팀을 이뤄 논문을 준비하다보니 토·일요일 등 주말에도 함께 모이기 쉽지 않아 시간을 짧게 쪼개 만나는 등 공을 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교육정책연구소 내 4명의 연구원들도 한 명당 4∼6개 팀 학생들의 연구를 지원하며 논문집 작성을 도왔다.
◇학교 생활 실태 엿보이는 논문들=소논문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학생들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논문도 눈에 띄었다.
광주동성고 김정현·이의준·조용운·김종윤·정승환·정수·정해람 학생이 발표한 ‘광주시 소재 인문계 고등학교 체육수업 실태 및 의미탐색’이라는 논문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에 밀려 없어지다시피한 체육 수업을 주제로 했다. 인문계 고교 학생 15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체육교사와 진행한 심층 면담으로 논문을 뒷받침했다. 논문은 ‘현재 이뤄지고 있는 주당 2시간의 체육수업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93.8%에 달했고 ‘시험 기간 자습으로 활용되면서 체육수업이 결손 처리된다’고 답한 비율도 73.7%에 이른다는 설문조사가 포함됐다.
조대여고 김소영·박찬미 학생이 ‘야간 자율학습 참여 시 학생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39.9%)고 생각하는가 하면, ‘강제적으로 학습시키기 위해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한다’(24.4%)는 설문 조사결과 등을 근거로 ‘대도시 인문계 고교 학생들의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인식 및 실태분석 연구’도 눈길을 끈다.
전남고 최승우·양정규·김민우·박경국·이진웅 학생은 ‘인문계 고교 2학년 학생들의 진로 선택 과정에 관한 질적 연구’라는 주제로 학생들의 진로 선택이 주변인들의 영향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톡톡’ 튀는 주제, 일상·사회문제까지 담아내=장덕고 김지원·남하연·지상우 학생은 커피·에너지 음료 등 카페인 음료 섭취 경향에 주목했다. 이들 학생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서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또래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감안,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가 카페인 음료 섭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냈다.
학생들은 A고교 1·2학년 7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이 중 응답한 548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 조사에는 응답자의 33.0%가 ‘졸음을 쫓아 공부 시간을 늘리기 위해’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답하는가 하면, 응답자의 31.4%가 ‘시험기간 1주 전∼시험기간’ 중 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는 결과도 들어 있다.
살레시오고 신승진·주한승·최민호·최성준 학생은 ‘남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동성애 인식조사 및 교육 현황 분석’이라는 논문을 준비하면서 17개 교육청과 교육부를 상대로 동성애 교육 실시 여부를 문의, 광주·전남 교육청 등 11개 교육청이 관련 교육을 실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성고 박세진·김명철·김민석·박성민·박성우 학생 등이 인성고와 동아여고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청소년의 모방소비 실태 및 영향 요인 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장혜지 첨단고등학교 학생은 팀을 이뤄 논문을 준비하던 동료 학생들이 개인적 사정 등으로 중도에 탈락한 상황에도 ‘이동통신 단말기 기업 팬택의 실패요인 분석 및 고등학생 대상 판매전략 수립’이라는 논문을 끝까지 완료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송원여고 김민선·김수진·박연주·서유림·정원선·최지원 학생 등은 애초 감자싹에서 솔라닌을 추출, 세균억제제를 만들고 싶어했다가 조선대 생물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진행했던 실험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솔라닌의 살균 효과’를 검증하는 것으로 마무리해야 했다.
학생들은 하지만 스스로 목표를 설계하고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배경지식을 습득하는가 하면, 돌발상황에 따른 어려움을 이겨내고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었다는 게 교육청 설명이다.
◇왜 소논문인가=광주교육정책연구소 김옥희 연구원은 “소논문은 다양한 연구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관심사나 관련 주장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글로, 연구 주제를 찾아 읽는 등 소논문쓰기 경험을 통해 평소 알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논문 쓰기는 한가지 주제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한 후 이에 대한 보고서나 논문을 쓰는, 이른바 R&E(Research and Education) 활동이다. 특히 학생들의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동시에 학교생활기록부에 창의적 체험활동과 행동 특성, 종합 의견란에 기재돼 대입 수시전형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남도교육청도 전체 88개 일반고(자율고 포함)를 각각 군 지역 5개, 시 지역 5개 등 10개 ‘교육·클러스터’로 구성하고 클러스터별로 학생들의 소논문쓰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한편, 광주교육정책연구소는 올해 학교별로 교사·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동아리를 꾸려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김지을기자 dok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