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광주객사 앞 과거시험 … 正祖, 호남 유생 53명 발탁
광주시립민속박물관 8일∼11월
‘광주의 과거시험’ 기획전시
유물 80여점 200년 전 상황 되살려
‘광주의 과거시험’ 기획전시
유물 80여점 200년 전 상황 되살려
![]() ‘희경루 방회도’. 1567년 광주목사 최응룡이 문과급제 동기생을 불러 희경루(현 광주우체국 일대)에서 개최한 잔치를 묘사한 그림. |
약 200년 전 광주에서 열린 과거시험은 어땠을까? 조선시대 정조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798년 광주에서 호남 지역 유생들을 대상으로 과거시험을 치르도록 지시하며 직접 문제를 출제한다. 이에 같은해 4월 광주객사인 광산관(관리들의 숙소·옛 무등극장 일대) 일원에서는 과거시험이 열린다.
영화 ‘사도’나 ‘역린’에서 다룬 것 처럼 붕당 정치의 폐단을 똑똑히 목격한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고 정당에 속하지 않은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 붕당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호남 인재를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조는 전라도 유생들을 대상으로 과거시험을 치뤄 53명을 최종 선발한다.그들은 사실상 문과급제와 다름없는 영예를 차지하는 등 각종 특전을 입게 된다.
광주시립민속박물관(관장 김원석)이 8일부터 11월 2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1798년 광주의 과거시험’ 기획전시회를 연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 80여점의 유물을 통해 2백년 전 광주에서 열린 과거 시험을 되살린다.
제1부 ‘과거시험’에서는 조선시대 수험생들의 일상과 시험 진행과정을 소개한다. 당시 과거응시생이라면 잠시라도 손에서 놓지 않았을 수험서들, 하루 300자씩 암송해도 4년 반이 걸리는 사서오경(四書五經)의 암송을 위해 사용하던 ‘죽첨경서통’ 등이 소개된다. 또한 시험답안지인 시권 읽는 법, 매우 엄격한 절차로 진행된 채점과정도 풍부한 관련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제2부 ‘1798년 광주’에서는 광주에서 실시한 과거시험의 전모를 소상하게 담는다. 당시 장원급제를 한 고정봉(1743∼1822)의 답안지를 통해 시험문제의 출제유형과 답안내용을 소개한다. 또 과거 시험을 통과한 53명과 합격은 못했지만 실력이 눈에 띈 16명의 명단인 ‘어고방목’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길이가 28m에 달하는 어고방목은 합격자의 이름과 가문, 과목별 석차, 개인별 누계점수 등이 담긴 종합성적표다.
제3부 ‘벼슬길과 삶’에서는 그림을 통해 시험에 합격, 벼슬길에 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798년 과거시험 합격자들의 뒷얘기뿐 아니라 1567년 당시 광주목사 최응룡이 문과급제 동기생들과 모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 자리에 있던 ‘희경루’란 누각에 올라 개최한 연회의 모습을 담은 ‘희경루 방회도’, 회재 박광옥의 후손인 박종언이 1754년 급제직후 받은 길이 2m의 어사화도 전시된다.
제4부 ‘쇠락해가는 과거제’에서는 대리응시, 위장전입, 입시전문학원, 유명 입시강사 등 오늘날 입시 풍속이 조선후기에도 성행했던 풍조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생 과거준비에 몰두했음에도 끝내 조선왕조에서 문과급제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어느 수험생 부부의 설움, 신분의 장벽에 막혀 과거응시자격을 얻지 못했으나 스스로 사회적 성취를 위해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등 과거제의 그늘에 묻혀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한편 이번 전시회의 개막에 맞춰 박물관은 전시도록 외에 1798년 시험에서 장원급제한 고정봉의 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 120점을 소개하는 자료집 ‘광주 이장동 장흥고씨 고문서’도 함께 발간했다.
시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출신 가문이나 혈통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성취를 평가하는 전통을 만든 데에는 과거제의 영향이 크다”며 “이번 전시가 광주의 감춰진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시민들에게도 풍부한 지적 탐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62-613-5361.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영화 ‘사도’나 ‘역린’에서 다룬 것 처럼 붕당 정치의 폐단을 똑똑히 목격한 정조는 왕권을 강화하고 정당에 속하지 않은 인재를 골고루 등용해 붕당 간의 균형을 맞추고자 호남 인재를 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조는 전라도 유생들을 대상으로 과거시험을 치뤄 53명을 최종 선발한다.그들은 사실상 문과급제와 다름없는 영예를 차지하는 등 각종 특전을 입게 된다.
제2부 ‘1798년 광주’에서는 광주에서 실시한 과거시험의 전모를 소상하게 담는다. 당시 장원급제를 한 고정봉(1743∼1822)의 답안지를 통해 시험문제의 출제유형과 답안내용을 소개한다. 또 과거 시험을 통과한 53명과 합격은 못했지만 실력이 눈에 띈 16명의 명단인 ‘어고방목’도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다. 길이가 28m에 달하는 어고방목은 합격자의 이름과 가문, 과목별 석차, 개인별 누계점수 등이 담긴 종합성적표다.
제3부 ‘벼슬길과 삶’에서는 그림을 통해 시험에 합격, 벼슬길에 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798년 과거시험 합격자들의 뒷얘기뿐 아니라 1567년 당시 광주목사 최응룡이 문과급제 동기생들과 모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 자리에 있던 ‘희경루’란 누각에 올라 개최한 연회의 모습을 담은 ‘희경루 방회도’, 회재 박광옥의 후손인 박종언이 1754년 급제직후 받은 길이 2m의 어사화도 전시된다.
제4부 ‘쇠락해가는 과거제’에서는 대리응시, 위장전입, 입시전문학원, 유명 입시강사 등 오늘날 입시 풍속이 조선후기에도 성행했던 풍조였음을 보여준다.
또한 평생 과거준비에 몰두했음에도 끝내 조선왕조에서 문과급제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어느 수험생 부부의 설움, 신분의 장벽에 막혀 과거응시자격을 얻지 못했으나 스스로 사회적 성취를 위해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등 과거제의 그늘에 묻혀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한편 이번 전시회의 개막에 맞춰 박물관은 전시도록 외에 1798년 시험에서 장원급제한 고정봉의 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 120점을 소개하는 자료집 ‘광주 이장동 장흥고씨 고문서’도 함께 발간했다.
시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출신 가문이나 혈통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따라 사회적 성취를 평가하는 전통을 만든 데에는 과거제의 영향이 크다”며 “이번 전시가 광주의 감춰진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일반시민들에게도 풍부한 지적 탐험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062-613-5361.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