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부터 … 희귀 카메라 다 모였네
동명동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 오픈
사진기·영상 장비 등 1600여점
입소문 타고 방문객 줄이어
토요일마다 영사기 영화 상영
이수환 관장 “다양한 프로그램 준비”
2015년 06월 22일(월) 00:00
21일 광주시 동구 동명동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에서 이수환 관장이 전시 중인 카메라를 설명하고 있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한 때 우리는 화면에 비가 내리는 영화를 보곤 했다. 낡은 영사기와 필름에서 만들어진 흐릿한 영상에도 눈물을 흘리고, 환하게 미소를 짓곤 했다. 학교 운동장에 자리 잡은 천막극장이나 광주 도심의 영화관에 들어서면, 영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화면에 닿아 마술처럼 영상이 그려지는 모습에 환호성을 보내곤 했다. 이따금 뒷좌석의 말썽꾸러기들이 손을 높이 들어 영사기 빛을 가리면, 손 그림자가 화면에 그려지는 신기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비록 낡았지만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던 잊지못할 풍경들이다.

카메라에 담긴 아날로그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멋진 공간이 광주에 들어섰다. 최근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1980년대 영등기 등 희귀 카메라와 영화 장비를 전시하는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관장 이수환)이 문을 열었다. 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인근에 제희갤러리 등이 오픈하면서 동명동은 새로운 광주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옛날 카메라를 전시하는 이색 공간이 더해졌다.

세계카메라영화박물관은 ‘카메라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장품이 다양하다. 미국에서 1880년대 만들어진 ‘Monroe NO1’ 등 1600여점의 사진기와 영상 장비들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전시되고 있는 1882년에 만들어진 환등기(‘Antiqipve bumer lantern slide projector’)는 호롱불을 안에 넣어 렌즈에 눈을 대고 확대된 영상을 보는 시스템이다.

3D 카메라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입체 사진기와 복사기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기인 1960년대 나온 ‘Polaroid print copier’라는 복사 전용 카메라 등도 눈길을 끈다. 1930년대 특별주문을 통해 금도금으로 생산된 ‘Leica if gold plating’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희귀작으로 꼽히는 카메라다. 이 카메라는 관람객들에게 가장 인기를 끄는 것 중 하나다.

30여평 남짓한 전시 공간 탓에 250여점만을 전시하고 있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역 사진동호회와 사진학과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최근에는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현장체험도 늘고 있어 박물관 측은 따로 영사기를 이용한 영화상영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전시 작품의 95% 이상은 현재에도 작동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지난 20여년 동안 전국을 돌며 이들 카메라를 사들이고 관리해온 이수환(53) 관장 덕분이다.

이 관장은 “집 안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가족들간 약속인데 카메라를 사 모을 때 아내에게는 ‘800점만 샀다’고 거짓말을 했는데 박물관을 개관하면서 들통났다”고 소개했다.

광주 예술의거리에서 액자 제작·판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관장은 평소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 하나 둘 사 모으다 본격적으로 사진과 영화 관련 장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서울 청계천을 뒤지고 해외에 있는 지인을 통해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보존돼 있던 희귀 카메라를 수소문했다. 이렇게 소장하게 된 작품만 1600여점에 달한다.

그는 “10여 년 전에 ‘광주는 먹을 것은 많은 데 볼 것은 없다’는 서울의 한 지인의 말에 오기가 생겨 카메라 박물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박물관에서 토요일마다 옛 영사기로 직접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또 조만간 2층으로 확장해 더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곁들일 계획이다.

이 관장은 “광주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박물관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문의 062-225-9966.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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