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전염병
2015년 06월 02일(화) 00:00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처칠 수상이 폐렴에 걸렸다. 이때 그를 살린 것은 막 개발된 항생제 페니실린이었다. 당시는 전투에서 입은 부상으로 숨지는 경우보다 전염병 등 질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페니실린 등 다양한 항생제의 개발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밑바탕이 됐고, 천연두와 홍역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던 많은 전염병을 모두 없애는 듯했다.

그런 까닭에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윌리엄 스튜어트는 “전염병의 시대는 이제 그 막을 내렸다”고 성급하게 호언장담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광우병, 라임병 등 새로운 전염병이 발병했다.

전문가들은 “가축 밀집 사육과 삼림 벌채 등 인간이 일으킨 환경 변화가 새로운 전염병을 야기하거나 악화시켰다”고 주장한다. 마크 제롬 월터스는 현대에 창궐한 광우병 등 6개 질병을 ‘환경 전염병’(Ecodemic)이라고 부르면서 “조심성 없는 인류가 자신의 집인 자연계를 파괴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빚어낸 여섯 가지 우화”라고 표현했다.

광우병은 가축이 더 빨리 자라도록 재순환시킨 동물 단백질을 반추동물에게 먹이는 것이, 1960년대 미국 동부에서 번진 ‘라임병’은 벌목과 같은 생태 변화가 주원인으로 밝혀졌다. 숲이 파괴되면서 여우와 독수리 등 포식자가 줄자 생쥐와 사슴 수가 크게 늘어났고, 이 두 종류의 동물 털 속에 서식하는 감염 매체체인 진드기가 사람들을 물어 감염시켰다고 한다.

국내에서 ‘중동 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응과 함께 SNS상을 떠도는 괴담까지 더해져 대중의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많은 질병을 극복해왔다. 그러나 인간의 생태계 파괴에 따라 야생동물이나 가축에게서 유래되는 새로운 질병의 출현은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런 까닭에 마크 제롬 월터스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새로운 치료법과 치료약 개발에만 몰두해서는 그 일(전염병 근절)을 해낼 수 없다. 우리는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의 건강의 토대가 되는 생태계 전체를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송기동 사회2부장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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