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금남로!’
2015년 02월 25일(수) 00:00
‘아이 러브 뉴욕!’(I ♥ New York)

현대미술의 중심지 뉴욕을 방문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 십번씩 마주치게 되는 슬로건이다. 맨하튼의 대형 간판이나 티셔츠, 심지어 열쇠고리에 이르기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아이 러브 뉴욕’은 도시 경쟁력을 높인 대표적인 브랜드다. 1970년대 삭막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내건 이래 뉴요커들에게 자긍심과 희망을 심어주는 심볼이 됐다.

뉴욕의 심장인 맨하튼 6번가와 55번가 코너에 가면 ‘아이 러브 뉴욕’의 실체(?)를 직접 느낄 수 있다.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설치조형물 ‘LOVE’다. 빨강색의 단순한 영문 알파펫 ‘LO’와 ‘VE’를 2층처럼 쌓아 올린 이 조각작품은 맨하튼의 아이콘이다. 세계 각국에서 온 연인들과 관광객들은 ‘사랑이 꽃피는’ 조형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잊지못할 추억을 안고 떠난다. ‘아이 러브 뉴욕’과 ‘LOVE’의 절묘한 조합은 맨하튼의 수많은 예술 인프라와 더불어 문화도시 뉴욕을 받쳐주는 원천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맨하튼의 숨은 매력은 브라이언트 파크(Bryant Park)에서 만날 수 있다. 맨해튼 42번가에 자리한 브라이언트 파크는 매년 3월부터 10월 말까지 다양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으로 일상에 지친 뉴요커들을 위로한다. 그중에서도 매년 6∼8월 추억의 영화들을 상영하는 영화제와 무료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뮤지컬 갈라 페스티벌, 클래식 썸머 페스티벌 등은 뉴욕을 상징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맨하튼에 브라이언트 파크가 있다면 광주에는 금남공원(광주시 동구 금남로 3가)이 있다. 하지만 그 위상은 딴판이다. 지난 2003년 한국은행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상무지구로 이전하면서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왔지만 이렇다할 볼거리가 없어 인근 직장인들이 자투리 시간을 때우는 곳으로 인식돼 있다.

어디 금남공원 뿐인가. 문화1번지라고 하는 금남로는 차도와 인도의 기능에 머물러 예향 광주의 심장에 걸맞은 콘텐츠는커녕 연중 ‘개점휴업’상태다. 게다가 금남로 곳곳에 자리한 대부분의 조각상들은 특별한 ‘스토리’가 없는 평범한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광주시가 내놓은 금남로 활성화 계획은 장소성을 고려한 흔적이 보여 반갑다. 청사진에 따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앞두고 금남로 일대를 빛고을 광주의 상징인 미디어 아트(빛의 거리)로 조성하고 인도 곳곳에 방치된 변압기를 예술작품으로 재활용하는 등 걷고 싶은 명품길로 단장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금남로의 쉼터인 금남공원의 활성화 전략은 빠져 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금남공원을 어떻게 ‘문화적으로’ 단장하느냐에 따라 금남로의 ‘컬러’가 확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몇몇 하드웨어만으로 칙칙한 금남로를 단숨에 문화길로 변신시킬 수 없다. ‘지속가능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은 ‘문화길 금남로’로 가는 첫 걸음이다. 광주가 금남공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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