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이반족·순한 비다유족 차이 인정하며 어울려 산다
4. 공연으로 본 소수민족
![]() 컬쳐빌리지에서는 이반족, 비다유족 등 다양한 소수민족 전통공연을 만날 수 있다. |
가슴부터 등을 지나 종아리까지 길게 늘어진 가죽 옷을 늘어뜨린 이반족 전사가 기다란 창을 들고 관객을 응시한다. 창끝보다 더 예리한 눈빛으로 무대 앞 앉은 이들을 주시하던 전사가 창을 입에 물더니 커다란 기합소리를 지른다.
잠시 후 기다란 창 안에 넣은 예리한 침으로 관객석 옆에 있는 표적을 명중 시킨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전사의 호흡만 가득하던 무대 위로 우레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진다. 사냥에 성공한 전사가 포효하듯, 함성소리와 함께 역동적인 율동으로 가득한 이반족 공연이 시작된다.
족히 1m는 되는 기다란 깃털로 머리를 장식하고 이마 앞 새의 부리로 화려함을 한껏 뽐낸 전사가 기다란 창과 방패를 들고 무대를 종횡무진 가로지른다. 현악기가 쏟아내는 가느다란 멜로디에 무대 위 무용수는 물론 관객까지 들썩인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쿠칭’(Kuching). 말레이어로 고양이라는 뜻을 담은 쿠칭. 쿠칭에서는 거리마다 고양이 동상이 있고 그 옆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고양이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컬쳐빌리지’(culture village). 한국 민속촌처럼 말레이시아 소수민족 전통 생활양식을 볼 수 있는 이곳에는 이반족과 비다유족 등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다양한 소수민족의 율동과 의복, 생활 양식 등 고유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구자들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컬쳐빌리지에서 오전 10시 30분, 오후 4시 하루 두 차례 선보이는 소수민족 공연에는 전혀 다른 복장과 음악이지만 고유한 모습을 잃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무대 막이 오르고 제일 먼저 등장한 이반족 여성은 금속으로 머리를 한껏 치장했다. 조명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액세서리, 그보다 더 현란한 춤 사위를 선보이는 여성 무용수에 관람객들이 넋을 놓을 때쯤 홀로 등장한 전사. 용맹함을 과시하려는 듯 털가죽 옷을 입고 입에는 날카로운 칼을 문 채 등장한다. 주문을 외치듯 하늘을 향해 뭔가 외치던 그는 사냥감을 눈 앞에 둔 맹수처럼 살금살금 관객에게 다가간다. 잠시 후, 남성은 입에 물고 있던 커다란 칼을 크게 휘두르며 자신을 둘러싼 여인들을 위협하듯 춤을 춘다.
이반족 공연은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이 보조하는 형식을 띠었다면 이어진 비다유족 무대는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속과 깃털, 칼 등 반짝이고 화려한 장신구로 가득한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 의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러운 천으로 되어 있어 포근한 인상을 주었다.
여성과 팔짱을 낀 채 동시에 등장한 남성 무용수들이 입은 무지개 빛깔 의상은 강인함 대신 인자한 느낌을 자아냈다. 의상뿐만 아니라 공연 내용도 판이했다. 남성이 홀로 위협적인 동작과 소리로 주도하는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마주 보며 동등하게 무대를 이끌어간다.
컬쳐빌리지 소수민족 공연에서 나타난 부족 간 성향 차이는 생활양식에서도 드러난다. 보르네오섬에 사는 원주민을 다약(Dayak)이라고 부르는데 이반족은 ‘바다원주민’(Sea Dayak)이라는 의미를, 비다유족은 ‘언덕원주민’(Land Dayak)이라는 뜻을 지녔다. 전투적인 공연을 선보였던 이반족. 그들이 사는 마을은 시야가 탁 트이고 물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전통 모습 그대로 복원한 주택 안에는 칼과 창 등 무기가 한쪽 벽면을 가득 메웠다.
또한 20m가량 벽면 대부분을 창문과 문으로 만들어 개방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집 한쪽에는 이반족 성향을 잘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통과하면 작은 화덕에서 이글거리는 숯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요리가 아니라 ‘특별한 것’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과거 이반족은 이웃 부족과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적의 목을 베 수급을 챙겼다. ‘헤드헌팅’이라는 이름으로 적의 머리를 챙기고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수급을 집 안에 매달아 놓았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기를 피웠다. 쿠칭 컬쳐빌리지 이반족 마을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어두운 지붕에 매달린 뼈는 실제 원숭이 해골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반족 사람들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조상들이 얼마나 용맹했는지를 설명하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전투에 나섰던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전투에 나서는 대신 지천에 널린 대나무를 이용했다. 비다유족은 집 바닥과 벽면은 물론 지붕까지 대나무로 지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창문과 문을 많이 설치한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벽과 지붕을 통풍이 잘 되는 대나무로 지었다. 이들은 뜨거운 햇볕과 잦은 비에 노출되는 대나무가 쉽게 썩기 때문에 짧게는 1년에서 5년마다 지붕과 바닥, 벽면을 교체해야 한다. 비와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외부는 매년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롭지만 대나무로 짓는 전통은 비다유족 마을에서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비다유족 출신으로 쿠칭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윌슨(43) 씨는 대나무가 쉽게 썩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많은 효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식량과 건축재료, 장신구로 사용되고 뗏목을 만들 때도 이용된다”며 “비다유족은 대나무가 꼭 필요한 친구이자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반족과 비다유족이 살고 있는 환경이 주거와 생활양식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에서 발견되는 차이를 차별하지 않으려는 것은 비다유족과 말레이 소수민족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쿠칭 컬쳐빌리지 소수민족 공연 마지막 무대는 서로 다른 부족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무대 아래 관중도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은 얼굴도 복장도 모두 다르지만 가장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다. 관광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지만 마지막은 다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을 마련하는 말레이시아 소수민족 전통 춤 무대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
잠시 후 기다란 창 안에 넣은 예리한 침으로 관객석 옆에 있는 표적을 명중 시킨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전사의 호흡만 가득하던 무대 위로 우레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진다. 사냥에 성공한 전사가 포효하듯, 함성소리와 함께 역동적인 율동으로 가득한 이반족 공연이 시작된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에 위치한 작은 도시 ‘쿠칭’(Kuching). 말레이어로 고양이라는 뜻을 담은 쿠칭. 쿠칭에서는 거리마다 고양이 동상이 있고 그 옆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고양이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무대 막이 오르고 제일 먼저 등장한 이반족 여성은 금속으로 머리를 한껏 치장했다. 조명을 받아 더욱 반짝이는 액세서리, 그보다 더 현란한 춤 사위를 선보이는 여성 무용수에 관람객들이 넋을 놓을 때쯤 홀로 등장한 전사. 용맹함을 과시하려는 듯 털가죽 옷을 입고 입에는 날카로운 칼을 문 채 등장한다. 주문을 외치듯 하늘을 향해 뭔가 외치던 그는 사냥감을 눈 앞에 둔 맹수처럼 살금살금 관객에게 다가간다. 잠시 후, 남성은 입에 물고 있던 커다란 칼을 크게 휘두르며 자신을 둘러싼 여인들을 위협하듯 춤을 춘다.
이반족 공연은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이 보조하는 형식을 띠었다면 이어진 비다유족 무대는 상반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금속과 깃털, 칼 등 반짝이고 화려한 장신구로 가득한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 의상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부드러운 천으로 되어 있어 포근한 인상을 주었다.
여성과 팔짱을 낀 채 동시에 등장한 남성 무용수들이 입은 무지개 빛깔 의상은 강인함 대신 인자한 느낌을 자아냈다. 의상뿐만 아니라 공연 내용도 판이했다. 남성이 홀로 위협적인 동작과 소리로 주도하는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마주 보며 동등하게 무대를 이끌어간다.
컬쳐빌리지 소수민족 공연에서 나타난 부족 간 성향 차이는 생활양식에서도 드러난다. 보르네오섬에 사는 원주민을 다약(Dayak)이라고 부르는데 이반족은 ‘바다원주민’(Sea Dayak)이라는 의미를, 비다유족은 ‘언덕원주민’(Land Dayak)이라는 뜻을 지녔다. 전투적인 공연을 선보였던 이반족. 그들이 사는 마을은 시야가 탁 트이고 물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전통 모습 그대로 복원한 주택 안에는 칼과 창 등 무기가 한쪽 벽면을 가득 메웠다.
또한 20m가량 벽면 대부분을 창문과 문으로 만들어 개방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집 한쪽에는 이반족 성향을 잘 보여주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통과하면 작은 화덕에서 이글거리는 숯불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요리가 아니라 ‘특별한 것’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
과거 이반족은 이웃 부족과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적의 목을 베 수급을 챙겼다. ‘헤드헌팅’이라는 이름으로 적의 머리를 챙기고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해 수급을 집 안에 매달아 놓았는데 덥고 습한 날씨에 부패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기를 피웠다. 쿠칭 컬쳐빌리지 이반족 마을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어두운 지붕에 매달린 뼈는 실제 원숭이 해골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이반족 사람들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과거 조상들이 얼마나 용맹했는지를 설명하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식량을 얻기 위해 전투에 나섰던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들은 무기를 들고 전투에 나서는 대신 지천에 널린 대나무를 이용했다. 비다유족은 집 바닥과 벽면은 물론 지붕까지 대나무로 지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창문과 문을 많이 설치한 이반족과 달리 비다유족은 벽과 지붕을 통풍이 잘 되는 대나무로 지었다. 이들은 뜨거운 햇볕과 잦은 비에 노출되는 대나무가 쉽게 썩기 때문에 짧게는 1년에서 5년마다 지붕과 바닥, 벽면을 교체해야 한다. 비와 햇볕에 자주 노출되는 외부는 매년 교체해야 하는 등 번거롭지만 대나무로 짓는 전통은 비다유족 마을에서 여전히 계승되고 있다.
비다유족 출신으로 쿠칭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고 있는 윌슨(43) 씨는 대나무가 쉽게 썩는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보다 더 많은 효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로 식량과 건축재료, 장신구로 사용되고 뗏목을 만들 때도 이용된다”며 “비다유족은 대나무가 꼭 필요한 친구이자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할 만큼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반족과 비다유족이 살고 있는 환경이 주거와 생활양식의 차이를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에서 발견되는 차이를 차별하지 않으려는 것은 비다유족과 말레이 소수민족들에게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쿠칭 컬쳐빌리지 소수민족 공연 마지막 무대는 서로 다른 부족이 모두 무대에 오른다. 무대 아래 관중도 함께하는 마지막 공연은 얼굴도 복장도 모두 다르지만 가장 흥겨운 공연이 펼쳐졌다. 관광객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새로운 공연을 준비하지만 마지막은 다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을 마련하는 말레이시아 소수민족 전통 춤 무대에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