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겨울 날씨 … 광주기상청 예보관들 긴장의 24시간
날마다 자료 8만건 분석 … 정확한 예보 압박감 극심
2015년 01월 07일(수) 00:00
“매일 알려주면 뭐해? 믿을 수 없는데…” , “우리 할머니가 더 정확해. 슈퍼컴퓨터는 인터넷 게임용 아니야?”, “차라리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는 게 낫다.”

기상청 예보관들은 날씨 ‘오보’(誤報)를 낼 때마다 전화나 홈페이지에 쏟아지는 항의를 감수해야 한다.

지난 2일에도 그랬다. 광주지방기상청은 1∼5㎝의 눈이 내린다고 예보했지만 하늘에서는 무려 8㎝가 쌓일 정도로 펑펑 내렸다. 기상청의 ‘청개구리’ 예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민호(38) 동네예보관은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국토 면적에 비해 고도차이가 크다”며 “특히 서해바다는 수증기량을 결정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하는데 종종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언뜻 이해할만 하지만 날씨 정보가 돈이고 생활인 시민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광주기상청의 한파 특보(12월∼2월)의 경우 지난 2012년 100%의 예보 정확도를 보였지만 지난 2013년에는 85.7%로 떨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1·2월까지 정확도만 놓고 보면 66.7%까지 떨어지는 등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6일 새벽 3시 광주기상청은 풍랑·강풍주의보 예보를 내놓고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황영하(53) 총괄예보관과 김민호 예보관, 한형욱(40) 관측 주무관까지 3명은 예보시스템 모니터 9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짧게는 1분, 길게는 1시간 주기로 시시각각 변화하는 예보시스템을 예의주시하던 황 예보관은 갑자기 본청에 전화를 걸었다. 예보관들의 눈은 1분마다 모니터를 쉴새없이 옮겨다녔다. 갑자기 황 예보관은 “서해 남부 먼바다에 풍랑·강풍주의보를 발표하고자 합니다”고 본청에 보고했다. 특보가 발령됐지만 황 예보관은 이날 오전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슈퍼컴퓨터로 나오는 자료 8만 건을 분석한 뒤 최종 판단을 예보관이 해야 하는 만큼 압박감도 대단하다.

특보 발표는 더하다. 인근 해상 여객선 운항을 전면 통제하는데다, 오보 때 어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 탓에 긴장해야 한다. 정확한 예보 뿐 아니라 시기도 정확해야 한다. 특보가 늦었다가 농가 비닐하우스와 주택 등 시설물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대설·집중호우 특보도 마찬가지다. 밤새 비상근무에 나섰던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허탈해 할 수 있어 특보를 내릴 때의 압박감은 대단하다는 게 기상청 예보관들의 설명이다.

예보가 틀린 경우도 적지 않다. 쏟아지는 시민 원성을 받으면서도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예보관들은 “서해바다를 확 매립해 버리고 싶다”는 등 한숨을 내쉬는 게 전부다.

예보가 틀리면 쏟아지는 시민 원성은 기본, 자신의 개인 실적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12명 중 9명 가까운 예보관이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염을 앓고 있을 정도다.

황영하 총괄예보관은 “기상청이 오보청이라는 ‘수모’를 당하는 일도 빈번하고 시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다만, 예보관들도 정확한 예보를 하기 위해 항상 신중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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