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시·군, 42억 어치 적조 방제용 생황토 버릴 판
해수부서 분말황토 사용 추가 고시로
주요 피해지역 500t 생산업체에 의뢰
8개 시군 비축 12만t ‘골칫거리’ 전락
2014년 07월 22일(화) 00:00
정부와 전남도의 갑작스런 적조 방제 대책이 시·군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군은 당장, 지금껏 적조 예방을 위해 써왔던 ‘생(生)황토’ 대신, 분말 황토를 사용키로 결정되면서 곳곳에 쌓아놓은 42억원 상당의 생황토를 처리할 길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때 적조 예방을 위한 ‘효자’ 노릇을 했던 생황토가 졸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21일 남서해수산연구소에 따르면 전남 지역의 경우 7월 말부터 일조량 증가로 해수 온도가 21∼26℃까지 상승, 유해성 적조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서해수산연구소의 전망을 토대로 정부와 전남도는 분말황토를 적조 발생시 살포하는 방안을 마련, 추진키로 했다.

전남도의 경우 박준영 전 도지사가 바다 생태계 피해를 우려, 황토 살포를 자제토록 지시하면서 지난해 생황토 대신 전해수 살포·수류 방제 등을 추진해왔다.

전남도는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수산연구소의 ‘분말황토 살포에 따른 효과가 자연황토보다 좋다”는 언급에 주목, 생황토에 비해 단가가 5배나 비싼 분말황토를 대안으로 결정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도 지난 4월 기존 생황토 입자의 36% 크기인 분말황토를 적조구제물질로 추가 고시했었다.

여수·완도·고흥 등 주요 적조 피해 예상지역의 경우 이에따라 적조 발생 시 사용할 분말황토 500t(20일분)을 구입, 비축할 예정이다. 분말황토 500t 가격은 8000만원(1t당 16만원) 정도다.

여수시도 이미 확보한 분말황토 37t 외에 추가로 250여t을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 1990년대 이후 전남지역 8개 시·군이 적조 예방용으로 쌓아놓은 11만9000t의 생황토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비축 황토 중에는 1996년부터 보관된 것도 있어 이대로 방치할 경우 많은 양의 황토가 효용을 잃거나 빗물과 중금속 성분 등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설명이다.

정부가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황토 살포가 적조 예방에 탁월하다고 해왔다는 점, 42억4000만원(국비·시군비 각 21억2000억원)을 들여 구입한 점과 수천만원이 넘는 보관 비용 등을 감안하면 ‘급조한’ 적조 대책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현재 여수시는 가두리양식장 인근 시 소유 야적장 6곳에 3만7987t을 비축해 놓은 상태며 매년 덮개를 교체하는데 1980여만원이 든다.

완도군은 현재 생황토를 9곳에 3만7000여t(시가 20억원 상당) 비축해놓고 있으며 고흥군은 4개 해역에 생황토 2만6000t을 비축해놓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전남도도 “쓸만한 생황토를 녹조 방제나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등 이용계획을 세울 예정”이라면서도 뾰족한 대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수십억을 들여 쌓아놓은 생황토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으로, 정부와 전남도 말만 믿고 따랐던 시·군만 예산 낭비를 하게 된 셈이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백희준 수습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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