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티부르주아 자유주의자가 본 ‘위험한 현재사’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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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역사에 관한 논쟁은 인문학의 오랜 화두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화두는 변함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 파동에 이어 얼마 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 문제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늘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역사 가운데서도 현대사는 가장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킨다.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와 달리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피해자 또는 수혜자 등이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한때 정치에 참여했던 이가 펴낸 현대사라면 논쟁은 더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를 펴냈다. 지난 2013년 ‘어떻게 살 것인가’ 이후 일 년 만에 펴낸 책에서 그는 한국현대사를 주목한다. 직업정치인의 옷을 벗고 작가의 길을 가겠노라 선언한 이후 펴낸 두 번째 저서다.
저자는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한다.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그렇다면 왜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위험한 현대사’ 읽기인가. 사전적인 ‘프티부르주아’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중간에 위치하는 소생산자”로 봉급생활자나 하급 공무원을 지칭한다. 아마도 저자는 역사교사였던 아버지, 출생지인 경북 경주 등과 같은 배경에 근거해 자신을 규정한 것 같다.
그리고 왜 55년의 이야기인가. 저자가 출생한 1959년부터 올해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책은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큰 줄기 삼아 저자의 체험을 잔가지로 엮어 구체화했다. 현대사라기보다 ‘현재사’ 내지 ‘당대사’라 보는 편이 타당한 이유다.
잠시 1959년 대한민국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인구 2400만, 국내총생산GDP) 19억 달러, 1인당 GDP 81달러(유럽 선진국 1000달러, 미국 2000달러)로 당시 세계 최빈국이었다.
55년이 흐른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현재 인구 5100만명으로 두 배, 국내총생산(2013년 기준) 약 1조3000억 달러로 684배, 1인당 GDP 약 2만6000달러로 320배로 늘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난민촌’이나 다름없던 안보국가가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민주국가로 변한 것이다. 비록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여전한 과제지만 지구상에서 이만큼 압축성장을 이룬 국가는 없다.
그로 인해 부정적인 폐해도 적지 않았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사건,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참사… 어찌 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죽음으로 얼룩진 대형 참사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저자는 나름의 시각으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산업화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 세력으로 분류한다. 우리 현대사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경쟁과 분투의 기록으로 보는 것이다.
리더의 조건으로 봤을 때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표로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을 꼽는다. 따라서 저자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 논쟁이 뜨거운 이 때, 저자의 인식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 다른 경험과 세대, 이해관계, 역사관을 가졌다 해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간극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기성세대에게 묻는다. 지나온 자신의 삶과 우리의 현대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부모 세대의 삶과 그들이 만든 역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화가 납니까? 자랑스러운가요?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돌베개·1만8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
역사에 관한 논쟁은 인문학의 오랜 화두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이 화두는 변함없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 파동에 이어 얼마 전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 인식 문제에 이르기까지 역사는 늘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역사 가운데서도 현대사는 가장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킨다. 고대사, 중세사, 근대사와 달리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피해자 또는 수혜자 등이 생존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이렇게 규정한다.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그리고 왜 55년의 이야기인가. 저자가 출생한 1959년부터 올해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다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책은 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큰 줄기 삼아 저자의 체험을 잔가지로 엮어 구체화했다. 현대사라기보다 ‘현재사’ 내지 ‘당대사’라 보는 편이 타당한 이유다.
잠시 1959년 대한민국 모습으로 돌아가 보자. 인구 2400만, 국내총생산GDP) 19억 달러, 1인당 GDP 81달러(유럽 선진국 1000달러, 미국 2000달러)로 당시 세계 최빈국이었다.
55년이 흐른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현재 인구 5100만명으로 두 배, 국내총생산(2013년 기준) 약 1조3000억 달러로 684배, 1인당 GDP 약 2만6000달러로 320배로 늘었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난민촌’이나 다름없던 안보국가가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민주국가로 변한 것이다. 비록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여전한 과제지만 지구상에서 이만큼 압축성장을 이룬 국가는 없다.
그로 인해 부정적인 폐해도 적지 않았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사건,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참사… 어찌 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죽음으로 얼룩진 대형 참사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저자는 나름의 시각으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내린다.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산업화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 세력으로 분류한다. 우리 현대사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경쟁과 분투의 기록으로 보는 것이다.
리더의 조건으로 봤을 때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표로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을 꼽는다. 따라서 저자는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 논쟁이 뜨거운 이 때, 저자의 인식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서로 다른 경험과 세대, 이해관계, 역사관을 가졌다 해도 대화와 소통을 통해 간극을 메울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기성세대에게 묻는다. 지나온 자신의 삶과 우리의 현대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듭니까? 그 느낌 그대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도 좋겠다고 생각하십니까?… 젊은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부모 세대의 삶과 그들이 만든 역사를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을 받습니까? 화가 납니까? 자랑스러운가요? 기성세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는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돌베개·1만8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