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극장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를 들으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게 있다. 베트남 전쟁의 참사와 실체를 고발한 영화 ‘플래툰’의 한 장면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엘리어스 병사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헬리콥터를 향해 두 손을 치켜들고 절규하는 장면. 이 때 요란한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이 음악이 흐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며 다들 ‘그 장면’을 이야기했던 게 떠오른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쥴리엣 비노쉬 주연의 ‘프라하의 봄’을 극장에서 본 기억도 난다. 극장 앞에서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사비나와 테레사에 대해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떠오른다. 아주 오래 전 일인데도 두 영화를 봤던 극장은 기억에 남아 있다. 현대극장이다.
최근 현대극장이 철거됐다. 현대극장은 지난 2002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를 끝으로 폐업신고를 했다. 이후 전문 공연장인 ‘맥스 씨어터’가 문을 열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오랫동안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 도시형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1013석을 갖춘 현대극장은 1961년 10월 12일 문을 열었다. 위경혜의 ‘광주의 극장 문화사’에 따르면 현대극장은 당시 1억 원을 투자해 매점, 다방 등을 갖춘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현대식 건물이었다. 극장 내부에 설치된 수세식 화장실은 광주 최초의 서구적인 시설로 사람들에게 대단한 구경거리였다고 한다.
개관 특선 영화는 최무룡·김승호 주연의 ‘불효자’(이만희 감독)였다. 1962년에는 안익태 지휘로 교향악단 연주회가 개최됐고 1970년대에는 남진 귀국쇼와 하춘화 리사이틀 쇼도 열렸었다.
현대극장에 대한 추억 한 두 개쯤 갖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 극장 철거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 광주에 남은 단관극장은 내년이면 80살이 되는 광주극장 한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여건이 어렵기는 하지만 광주극장 영사기는 꿋꿋이 돌아가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최근 현대극장이 철거됐다. 현대극장은 지난 2002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를 끝으로 폐업신고를 했다. 이후 전문 공연장인 ‘맥스 씨어터’가 문을 열었지만 역부족이었고, 오랫동안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빈 건물로 남아 있었다. 앞으로 도시형 오피스텔 건물이 들어서는 모양이다.
개관 특선 영화는 최무룡·김승호 주연의 ‘불효자’(이만희 감독)였다. 1962년에는 안익태 지휘로 교향악단 연주회가 개최됐고 1970년대에는 남진 귀국쇼와 하춘화 리사이틀 쇼도 열렸었다.
현대극장에 대한 추억 한 두 개쯤 갖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 극장 철거 소식은 아쉬움을 남긴다.
이제 광주에 남은 단관극장은 내년이면 80살이 되는 광주극장 한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여건이 어렵기는 하지만 광주극장 영사기는 꿋꿋이 돌아가고 있다. 도시의 역사와 그 곳에 살고 있는 이들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