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 ‘車전용도로 곡예청소’ 아찔
시속 80∼90㎞로 내달리는 빛고을로 동림IC 인근 갓길
북구청 소속 2명 안전시설물 없이 야광조끼 입은 채 작업
기름값 아끼려 청소흡입차 대신 인력투입 ‘안전불감’ 여전
2014년 05월 27일(화) 00:00
26일 광주시 북구 빛고을로 연제 지하 차로 주변 도로에서 북구청 소속 가로환경미화원이 청소를 마친 뒤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쪽 갓길로 향하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낮 최고기온이 28도까지 오른 26일 오후 1시40분께 자동차전용도로(제한속도 90㎞)인 빛고을로 동림 IC 인근 도로 갓길에선 광주시 북구청 소속 가로환경미화원 2명이 쓰레기를 주우면서 상무지구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이 일하는 도로에선 각종 차들이 시속 80∼90㎞로 내달리고 있었지만 청소안내유도차·안내 표지판 등 안전시설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환경미화원들이 입은 노란색 야광조끼만이 이들의 생명을 담보해 주는 유일한 안전장비였다.

이들 환경미화원이 빛고을로 양산지구 입구에서 걸어온 지 대략 40∼50분이 지났을까. 북구와 서구 경계인 동천 IC 입구 부근에선 아찔한 장면이 연출됐다.

환경미화원들이 편도 4차선 도로를 건너 중앙분리대를 넘은 뒤 반대편 갓길로 넘어간 것이다. 반대편 갓길을 청소하기 위해서인데, 2.5㎞ 구간을 걸어서 되돌아가는 것보단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동차 전용도로를 횡단(약 30m)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일대 도로는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이들이 도로를 횡단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승용차 서 너 대가 급정거를 하면서 멈춰 섰다. 뒤따르던 차들도 급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서행했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자주 해본 듯 아무렇지도 않게 반대방향(양산지구 방향)으로 넘어간 뒤 갓길을 걸으면서 각종 쓰레기를 치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安全)이 전국민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각 자치단체들이 안전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북구는 이들에 대한 안전대책을 세우기는 커녕 오히려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었다.

구는 한 달에 한 두 번 가로환경미화원들을 동원해 빛고을로 청소작업을 하면서도 투입 전 이들에게 안전교육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용도로의 경우 사고 위험 때문에 청소흡입차를 이용해야 함에도, 구는 인력으로 청소업무를 대신하고 있다.

현재 구는 4대의 청소흡입차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날 10명의 환경미화원들이 동원돼 빛고을로 청소를 하는 동안 청소흡입차는 광주 비엔날레 주차장에 주차돼 있었다. 멀쩡한 청소흡입차가 있지만 유류비 문제 등을 이유로 사용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도로에 환경미화원들을 몰아 넣은 것이다.

북구 관계자는 “앞으론 빛고을로 청소 때 환경미화원을 동원하지 않고 청소흡입차를 이용, 청소를 하겠다”며 “인력은 청소흡입차가 동원되지 못하는 장소에만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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