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억명이면 지구는 재앙
‘훼손된 세상’
롭 헹거벨트 지음
2013년 09월 06일(금) 00:00
사람이 머무른 자리에는 늘 쓰레기가 있다. 휴가철이 지난 바닷가, 역동적인 게임이 펼쳐졌던 야구경기장, 대규모 관광객이 머물다 간 유흥지…. 그곳에는 늘 쓰레기가 널려 있다.

사람은 쓰레기를 만든다. 별 수 없다. 사람뿐인가. 모든 생명체는 어떤 식으로든 폐기물을 배출한다.

한 생물이 배출한 폐기물이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된다. 그것이 다시 폐기물이 되어 또 다른 생물의 먹이가 된다. 일반적인 순환 시스템의 모습이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이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두 세기 동안에 벌어진 이변 가운데 하나다. 지구는 본래 지니고 있던 자정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급속하게 진행된 환경파괴 때문이다. 이는 급속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 산업화가 가져온 재앙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의 동물 생태학 명예교수이자 생물학자인 롭 헹거벨트가 ‘훼손된 세상’을 펴냈다. 저자는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인구 성장과 자원 소비의 상관성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그 최적의 방안으로 ‘인구 감소’를 제시한다. 1950년대 25억이던 인구는 현재 70억 명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부양 가능 인구수는 최대 90억∼100억 명 수준으로 본다. 지금 추세라면 언젠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하리라는 예상이 된다.

잠시, 인간의 삶과 역사를 되돌아보자. 인간의 삶은 무기물 자원과 에너지에 의존한다. 처음 인간은 식량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었다. 이후 물과 바람 그리고 동물의 에너지를 이용했다. 그러다 필요성이 떨어지면 점차 다른 자원으로 대체해가기 시작했다.

결국엔 화석연료를 이용하기에 이르렀고, 지구 온난화라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대규모 기근과 식량 부족은 사회 붕괴로까지 치닫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고 본다. 개별적으로 다뤄서는 안 되며 무엇보다 공통 원인인 인구 증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과연 인구를 줄이는 것이 가능할까.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저출산 탓에 여러 사회문제가 야기되는 상황이다. 오히려 선진국에서는 출산 장려정책까지 써가며 인구를 늘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인구수만 늘이거나 1인당 자원 사용량만 줄여서는 충분치 않다. 인구의 감소는 1인당 자원 사용량을 늘릴 수도 있고, 역으로 1인당 자원 사용량이 줄어들면 지구가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다.

저자도 특별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단지 기존의 인구 조절책과는 전혀 다른 상상력과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인구와 연계한 폐기물, 지구촌 사회의 수요증가 문제가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결국 저자의 목소리는 간명하다. “현재 이 세계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수많은 프로세스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이 어떤 식으로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지를 이해했으면 한다.” 〈생각과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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