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갯살이] 바다식목일을 아시나요
지난 주 강의 도중 아버님 한 분이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불쑥 ‘바다식목일’이 무슨 날이냐고 물었다. ‘섬이야기’를 하던 중이라 간단하게 설명을 했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행스럽게 휴식시간이 이어져 자료를 찾아 답을 할 수 있었다.
오는 10일은 국가기념일로 정한 제1회 바다식목일이다. 지난해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바다와 연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을 통해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바다식목일을 정하였다. 나무를 심는 식목일은 1949년 ‘국민식수에 의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제정’되었다. 60여 년이 지난 후에 바다식목일이 제정되었다.
지난 겨울이었다. 목포에 있는 한 방송국으로부터 ‘갯닦기’를 하는 섬을 찾는다는 연락이 왔다. 옛날부터 조도 일대의 작은 섬마을이나 신안의 먼 섬에서는 겨울철이면 미역이 잘 붙도록 바위를 깨끗하게 닦았다. 이때 마을 주민들은 반드시 한 사람씩 나와서 ‘울력’을 해야 한다. 또 여름철에는 물이 빠져 갯바위가 드러나면 해조류가 마르지 않도록 바닷물을 주었다.
이는 우리 지역만 있는 일은 아니다. 동해안에서도 제주에서도 갯닦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갯녹음현상이 심각해 자연산 톳 생산량이 줄자 갯닦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톳 생산량이 크게 회복되었다.
이렇게 바다식목의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갯닦기가 있다. 어민들은 갱번이나 개포라 부르는 조간대를 논과 밭처럼 정성스럽게 관리했다. 그곳은 어민들에게 ‘밭’이었다. 그래서 ‘갯밭’이라 부른다.
바다식목은 갯벌이나 수심 10m 내외의 천해역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을 연안역이라 한다. 뭍으로부터 영양물질이 많이 유입되고, 햇볕이 잘 들고, 광합성작용이 활발해 식물플랑크톤, 해조류, 해초류, 부착생물 등이 많다. 해양생태계 중 기초생산자가 많아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해양오염, 남획, 과도한 양식, 갯녹음 현상 등으로 사막화가 심각하다. 이를 막기 위해 갯벌복원이나 해중림 조성 등 연안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바다숲은 해조류와 해초군락 및 군락 내 동물을 포함한 군집을 말한다. 해조류로는 감태, 모자반, 다시마, 청각, 김, 미역, 우뭇가사리, 파래 등이 있다. 해초류는 잘피가 대표적이다.
바다숲은 생물 다양성 유지 기능, 치어나 자어의 은신처, 먹이 공급, 산란처 등 생물의 서식 기능과 수질 정화, 저질 안정화 등 해양환경 유지 기능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과 생태체험, 해양레저를 할 수 있는 친수공간을 제공해 준다.
최근에는 해조류나 해초류를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의약품, 식용, 산업용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슈로 제기되면서 광합성을 통해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숲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저탄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심지어 탄소제로섬을 만든다고 야단들이다. 문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사용과 탄소흡수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1%가 해양에서 흡수된다. 육지의 흡수량 13%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해양생물이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한다. 연안역에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가 열대우림의 2배에서 10배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수산자원의 보고였던 연안역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여수엑스포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도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 때문이었다. 바다와 연안이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을 정했다. 마을숲과 학교림까지 이야기되는 숲가꾸기에 비하면 바다숲은 이제 시작이다. 시민들은 물론 직접 혜택을 받는 어민들마저도 인식이 낮다.
옛날 조상들은 갯밭을 소중하게 관리했듯이 이제 바다숲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전국민이 나섰던 때를 생각해보자. 이제 바다는 어민들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바다가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하다. 그 일은 바다숲을 조성하는 일로 시작되어야 한다.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오는 10일은 국가기념일로 정한 제1회 바다식목일이다. 지난해 여수엑스포를 기점으로 바다와 연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산자원관리법’ 개정을 통해 ‘바닷속 생태계의 중요성과 황폐화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범국민적인 관심 속에서 바다숲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바다식목일을 정하였다. 나무를 심는 식목일은 1949년 ‘국민식수에 의한 애림사상을 높이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해 제정’되었다. 60여 년이 지난 후에 바다식목일이 제정되었다.
이렇게 바다식목의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갯닦기가 있다. 어민들은 갱번이나 개포라 부르는 조간대를 논과 밭처럼 정성스럽게 관리했다. 그곳은 어민들에게 ‘밭’이었다. 그래서 ‘갯밭’이라 부른다.
바다식목은 갯벌이나 수심 10m 내외의 천해역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을 연안역이라 한다. 뭍으로부터 영양물질이 많이 유입되고, 햇볕이 잘 들고, 광합성작용이 활발해 식물플랑크톤, 해조류, 해초류, 부착생물 등이 많다. 해양생태계 중 기초생산자가 많아 먹이사슬의 기반이 되는 중요한 공간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 해양오염, 남획, 과도한 양식, 갯녹음 현상 등으로 사막화가 심각하다. 이를 막기 위해 갯벌복원이나 해중림 조성 등 연안재생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바다숲은 해조류와 해초군락 및 군락 내 동물을 포함한 군집을 말한다. 해조류로는 감태, 모자반, 다시마, 청각, 김, 미역, 우뭇가사리, 파래 등이 있다. 해초류는 잘피가 대표적이다.
바다숲은 생물 다양성 유지 기능, 치어나 자어의 은신처, 먹이 공급, 산란처 등 생물의 서식 기능과 수질 정화, 저질 안정화 등 해양환경 유지 기능을 한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품과 생태체험, 해양레저를 할 수 있는 친수공간을 제공해 준다.
최근에는 해조류나 해초류를 이용해 청정에너지를 생산하고 의약품, 식용, 산업용 기능성 물질을 추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슈로 제기되면서 광합성을 통해 대기와 해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숲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저탄소에 대한 관심도 높다. 심지어 탄소제로섬을 만든다고 야단들이다. 문제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청정에너지 사용과 탄소흡수원을 확충하는 것이다.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31%가 해양에서 흡수된다. 육지의 흡수량 13%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다.
이렇게 해양생물이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한다. 연안역에서 흡수되는 이산화탄소가 열대우림의 2배에서 10배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수산자원의 보고였던 연안역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여수엑스포가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것도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이란 주제 때문이었다. 바다와 연안이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바다식목일을 정했다. 마을숲과 학교림까지 이야기되는 숲가꾸기에 비하면 바다숲은 이제 시작이다. 시민들은 물론 직접 혜택을 받는 어민들마저도 인식이 낮다.
옛날 조상들은 갯밭을 소중하게 관리했듯이 이제 바다숲을 조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벌거벗은 산을 숲으로 가꾸기 위해 전국민이 나섰던 때를 생각해보자. 이제 바다는 어민들 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바다가 건강해야 지구가 건강하다. 그 일은 바다숲을 조성하는 일로 시작되어야 한다.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