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정확한 원인물질 파악이 치료 핵심
봄철 비염·천식-우리들내과 김원영 원장
2013년 04월 29일(월) 00:00
김원영 원장이 비염환자에게 코에 뿌리는 비액(스프레이)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하영우(남·61)씨는 6년 전부터 매년 봄이면 시도 때도 없이 재채기와 콧물이 나와 어느 날엔 두루마리 화장지 한통을 다 쓰기도 한다. 눈도 심하게 가려워 정신없이 비비게 되고 귀속, 심지어 입천장까지 가렵다. 그러나 동네 의원에서 환절기 감기로 치료받거나 약국에서 약을 사 먹다 5월 중순이 넘어가면 이 증상들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올해도 어김없이 개나리꽃이 필 무렵 이 봄감기는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에 없던 기침이 생겨 한 번 시작하면 토할 정도로 심하고, 목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밤에 더욱 심해 잠을 깨기도 한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도 이상이 없다는데 누우면 심해지는 기침 때문에 베개를 부둥켜안고 앉아 밤을 새우기도 한다.

하씨는 기침으로 고생하다 도움을 받았다고 친구가 추천한 알레르기 전문 클리닉을 찾았다.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본 뒤 청진기로 숨소리를 들어 본 후 원장은 휘파람 소리(천명음)가 들린다며 봄철 나무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결막염이 있다가 올해부터 천식도 생겼다고 진단했다

◇풍매화 나무 꽃가루가 봄철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천식 및 알레르기 전문 클리닉’ 우리들 내과 김원영 원장은 환절기 감기라고 생각하는 많은 질환들이 꽃가루(봄-나무, 여름-풀, 가을-잡초)에 의한 알레르기 질환일 가능성이 높다고 얘기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풍매화 수꽃의 꽃가루는 크기가 20∼5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반면 눈에 보이는 송홧가루나 버드나무·아카시아의 꽃씨는 꽃가루 알레르기와 상관이 없다. 산기슭이나 개울가에 자라는 오리나무는 오리(五里)마다 심어 이정표로 삼았다고 하는데 2월 말부터 꽃가루를 날려 봄철 알레르기 철을 알리는 이정표이다. 숲 속의 귀족으로 불리는 자작나무는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지만 최근 조경수로 많이 심어져 꽃가루 밀도가 높아졌다. 헤이즐넛 커피향의 원료가 되는 개암나무는 전국 산지에 분포하는 작은 키 나무로 암꽃 수꽃이 따로 피고 알레르기 반응은 약하게 일어난다. 느릅나무는 대부분 봄에 개화하나 8∼10월에 개화하는 종도 있으며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신갈나무·상수리 나무·갈참나무 등을 통칭하는 참나무도 3월말부터 꽃가루를 날리기 시작하는데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난다.

◇축농증·폐기능 검사, 피부 단자 검사 등 필요=알레르기 질환이 의심되면 부비동염(축농증)의 동반 여부와 다른 호흡기 질환인 폐결핵과 폐렴과 구별하기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찾기 위해서 피부단자검사와 알레르기 혈액검사도 한다. 피부단자검사는 원인물질 용액을 피부에 떨친 후 살짝 피부를 찔려 15분후에 생기는 두드러기반응을 보고 원인물질을 알아내는 것으로 검사 전 5일안에는 감기약이나 피부약을 먹으면 시행할 수 없다.

하영우씨는 엑스레이 촬영에서 부비동염이 있고 폐는 이상이 없었다. 폐기능 검사상 천식으로 진단받았다. 피부단자검사에서는 오리나무, 개암나무, 자작나무에서 강한 양성반응이 나타났다. .

병이 생기면 몸이 약해지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긴다고 생각하지만 알레르기 질환은 해가 없는 이물질(나무 꽃가루)에 대해 몸의 면역계가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을 일으켜서 생긴 질환이다. 과민반응이 코의 점막에서 일어나면 비염, 기관지면 천식, 피부면 아토피 피부염이 생긴다. 고로 알레르기 질환을 면역력을 높여 치료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이런 알레르기 질환은 같이 생기는 경우가 흔해서 전신 질환이라는 주장도 있다.

◇환경 관리, 약물 요법, 면역 요법으로 치료=면역 과민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원인 물질(봄-나무 꽃가루)을 알아낸 후 원인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환경관리가 필요하다. 동물털이 원인인 경우 개나 고양이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하면 된다. 봄철 나무 꽃가루가 원인인 경우는 야외 활동을 전혀 안 할 수 없으므로 증상이 완전하게 조절되기 전에는 꽃가루 밀도가 높거나 황사가 심하면 낮 12시 넘어서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귀가 후에는 바로 샤워하고, 창문을 닫고 공기 정화기를 켜야 한다.

이미 알레르기 질환이 생긴 경우 약물 요법이 필요한 데 콧물 기침 등 증상 치료에만 머물면 안 되고 근본 원인인 알레르기 염증 치료를 위한 항염증 약을 꾸준히 써야 한다. 특히 봄철 나무 꽃가루 알레르기인 경우 꽃가루가 날리기 일주일 전부터 증상이 없더라고 항염증 약을 사용해야 편안한 봄을 보낼 수 있다. 항염증 약은 국소적으로 사용되는 흡입제와 비액이 많은데 경구약 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도 거의 없다.

알레르기 면역요법은 가장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원인 물질을 낮은 농도부터 몸에 주사해 우리 몸이 원인 물질에 과민 반응을 나타내지 않고 친구처럼 관용 상태가 되도록 한다.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가 원인일 때 가능하다. 적절한 약물치료를 해도 증상의 호전이 적거나, 지속적인 약물 사용이 불가능하거나 장기 투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경우, 환자가 적극적인 원인 치료를 원할 때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 3∼5년을 해야 하고, 첫 5개월 동안은 일주일에 한 번씩 주사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하영우씨는 흡입제와 비액, 안약을 처방 받았고 그 날 저녁 잠을 푹 잤다, 3일째 병원을 다시 방문해 흡입제와 비액쓰는 방법을 점검하고 치료 효과가 좋아 일단 약물 요법만 하기로 했다. 또 증상 개선이 미진하면 면역치료도 덧붙이고 내년에는 개나리 꽃이 피기 전에 미리 병원을 방문하도록 권유받았다.

/채희종기자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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