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경영하고 어민은 생산 전념… ‘기업화’로 활로
〈6부〉 수산업, 지금이 기회다 ⑨ 어업인 주식회사
생산·가공·수출 총괄 … 유통단계 단축해 불이익 개선
완도전복 덤·결제기간 줄여 3년간 1250억원 절약
장흥 무산김 등 전남 6개社, 전국 시장 지배력 강화
2012년 12월 04일(화) 00:00
신안 송도위판장의 새우젓 경매 장면. 신안새우젓(주)은 설립 1년만에 1억원이던 매출액을 11억원으로 늘렸고 지난해에는 일본에 처음으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광주일보 자료사진〉
전국에서 낙지가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어디일까?

세발낙지로 유명한 무안일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정답은 장흥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장흥에서는 연간 2340t의 낙지를 생산해 전국 생산량(1만636t)의 22%를 차지했다. 장흥은 그동안 한우·키조개·표고버섯 등 3대 특산물로 이뤄진 ‘장흥 3합’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낙지가 장흥의 새로운 특산물로 등장하면서 ‘장흥 4합’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장흥이 전국 최대의 낙지 산지로 자리잡은 데는 염산을 사용하지 않은 무산(無酸)김 양식이 한 몫을 했다. 2008년까지는 장흥에서도 양식 어민들이 김에 달라붙는 이물질을 없애기 위해 염산을 사용했지만 2009년 2월 어업인 주식회사인 장흥무산김(주)이 출범하면서부터는 염산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염산은 분해되지 않고 바다 밑에 가라앉아 갯벌 등 해양오염의 원인이 되는데 수년동안 염산을 사용하지 않자 낙지와 매생이, 굴이 되돌아 오는 등 생태계가 복원되고 있다. 무산김 양식이후 장흥 바다에서는 낙지 생산량이 20%, 매생이와 굴 생산량도 10∼30%가량 늘었다.

장흥무산김(주)처럼 어업인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어업인 주식회사가 전남 수산업의 규모화와 기업화를 이끌고 있다. 전남도는 어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 추세로 인한 어촌의 노동력 약화로 수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수산업의 기업화가 절실하다고 판단해 2009년부터 전국 최초로 어업인 주식회사 설립을 시작했다. 영세한 어업 규모와 복잡한 유통과정으로 인한 중간상인의 과도한 유통마진 개선도 어업인 주식회사 설립의 배경이 됐다.

어업인 주식회사는 어업인이 주주로 참여해 생산에 전념하고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경영하는 구조다. 2009년 2월 장흥무산김을 시작으로 완도전복, 신안새우젓, 여수녹색멸치 등 지금까지 6개의 어업인 주식회사가 설립돼 전남 수산물의 전국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여수·순천·고흥·보성 등 4개 시군 102명이 참여한 새고막(주) 을 비롯해 여수홍합(주), 영광꽃게(주), 목포연근해어업(주) 등도 설립을 추진중이다.

어업인 주식회가가 가져온 효과는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유통단위 축소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유통구조 개선 효과가 가장 가시적이다.

6단계이던 유통단계가 4단계로 줄면서 생산자는 더 받고 팔고, 소비자는 덜 주고 사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유통업자에게 관행적으로 얹어주던 ‘덤’이 20∼30%에서 10% 수준으로 줄었고 판매대금 결제 소요 기간도 3∼6개월에서 1주일 이내로 단축됐다. 완도전복이 대표적인 사례로 완도군은 덤 물량 축소로 3년간 1200억원대의 손실을 줄였고 결제기간 단축으로 45억원의 금리 인하효과를 얹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매출증대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장흥무산김은 첫해 3억원이던 매출이 2010년 5억3000만원, 2011년 9억7000만원으로 매년 2배 가까이 증가했고 완도전복도 2009년 46억원이던 매출이 2년만인 지난해 220억원으로 급증했다. 상시고용 104명을 포함해 1500여개의 일자리도 새로 생겼다.

수출시장 개척에도 영향을 줘 완도전복, 신안새우젓, 장흥무산김 등 3개 회사가 지난해 수출한 물량은 171t에 12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부터 김·미역·어류·굴·홍합 등 8개 품목의 어장개발이 신규로 가능한 것도 보다 다양한 어업인 주식회사가 탄생하는데 좋은 토양이 되고 있다.

전남도는 지금처럼 어업인이 생산·가공·유통 기능을 담당하는 전형적인 모델부터 어업인이 출자만 하고 작업비를 받고 생산작업을 대행해주는 형태의 주식회사까지 4개 유형의 어업인 주식회사를 보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업인 주식회사에 국비와 지방비 등 재정지원을 하는 만큼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감독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검찰이 최근 시설물 설치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장흥무산김 초대 대표와 공무원을 구속한 사례에서 보듯이 60%가량을 지자체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하는 사업인만큼 언제든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갑준 전남도 해양생물과장은 “일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것은 유감이지만 어업인 주식회사가 미래 전남 수산의 기업화·규모화 모델인 만큼 투명한 운영을 전제로 더욱 활성화 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장필수기자 bungy@kwangju.co.kr
이 기사는 광주일보 홈페이지(www.kwangju.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kwangju.co.kr/article.php?aid=1354546800483668182
프린트 시간 : 2025년 07월 11일 17: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