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되어가는 생태계 현실 인간의 어리석음은 여전히 ‘진행형’
‘도도의 노래’ 데이비드 쾀멘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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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dodo)라는 새가 있었다. 라푸스 쿠쿨라투스라는 학명이 붙은, 비둘기목에 속하는 새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동쪽 모리셔스섬에서만 꽤 오랫동안 살았다. 수만년 동안. 몸무게가 14㎏ 정도 되는 덩치에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했다. 포식자가 없는 생태계, 땅 위에 떨어진 씨앗, 열매 등을 먹으면서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날지 않아도 자유를 만끽했다.
이 섬에 1507년 인간이 상륙했다. 그리고 150여년 만에 도도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도도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들,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종(種)을 사라지게 한 최초의 사건으로 규정됐다.”
“과거 지구 생태계에는 몇 차례의 대멸종 사례가 발생했다. 6500만년 전 발생한 백악기 대멸종은 지구에 살던 공룡을 완전히 멸종시켰고 2억5000만년 전 폐름기 대멸종은 해양 무척추동물 중 절반이 넘는 과(科)의 멸종을 불러왔다.
이외 4억400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3억7000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 2억 15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에도 각각 대멸종이 일어났다. ….인류는 또 하나의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건 지구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일어난 대멸종 사건 중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생태저술가 데이비드 쾀멘은 ‘도도의 노래’로 인류에게 음울한 전망을 전한다. 역사상 최악의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고 이대로라면 인간의 탐욕으로 도도를 멸종시킨 것처럼 인류 자신도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설득력 있게, 풍부한 사례를 들어 자연스럽게 일깨워준다.
오래 전 발간된 생태학의 ‘고전’을 새롭게 다듬어 출간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 전 세계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은 여전하고 진행형이라는 점,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 변화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한층 더하다.
종의 분포에 관한 사실과 패턴에 대해, 즉 동·식물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또는 어디에 살고 있지 않은 지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biogeography)을 바탕으로 884쪽에 걸쳐 서술하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저자는 지구 곳곳의 섬을 돌며 멸종 생물의 발자취를 추적,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도도새를 포함해 나그네비둘기,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주머니늑대 등 생명이 진화하고 변종, 멸종하는 수수께끼가 자세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간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으로 행해지는 환경 파괴에 대한 ‘종말의 노래’가 책이 들려주는 핵심 메시지다. 하지만 곳곳에 소소한 읽을거리가 녹아 있어 무겁게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몸길이가 2∼3㎝에 불과한 카멜레온 종이 어디에 사는지를 비롯해 코끼리를 잡아먹는 코모도왕도마뱀 얘기나 바다를 헤엄쳐 건너는 코끼리, 몸집이 거대해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코끼리새 등 흥미롭게 읽을만한 내용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기행문 형식을 택한 서술 형태도 무리 없이 읽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지구 미래에 대한 어두운 구석뿐 아니라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칼 존스 등 자연보호주의자들이 펼치는 활동도 비중있게 다룬다.
저자는 현 시대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멸종 위기 국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석기시대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의 조류 중 20%가 멸종됐고 최근 들어 멸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으며 위험 범위도 모든 동식물로, 섬에서 모든 대륙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활이다.
저자가 “한번 사라진 종은 다시는 태어날 수 없다. 서식지가 팔괴되면 거기에 사는 동물들이 죽듯이, 생태계가 파고되면 결국 우리도 멸종의 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수긍이 간다.
국내에서도 34종의 위급종, 126종의 위기종, 169종의 취약종 등 286종류의 생물들이 멸종 위협에 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주변 환경을 돌아볼 수 밖에 없다.
<김영사·3만원>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과거 지구 생태계에는 몇 차례의 대멸종 사례가 발생했다. 6500만년 전 발생한 백악기 대멸종은 지구에 살던 공룡을 완전히 멸종시켰고 2억5000만년 전 폐름기 대멸종은 해양 무척추동물 중 절반이 넘는 과(科)의 멸종을 불러왔다.
이외 4억4000만년 전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3억7000만년 전 고생대 데본기, 2억 1500만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에도 각각 대멸종이 일어났다. ….인류는 또 하나의 대멸종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건 지구 생명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일어난 대멸종 사건 중 최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 전 발간된 생태학의 ‘고전’을 새롭게 다듬어 출간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 전 세계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은 여전하고 진행형이라는 점,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기후 변화까지 가세했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한층 더하다.
종의 분포에 관한 사실과 패턴에 대해, 즉 동·식물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또는 어디에 살고 있지 않은 지를 연구하는 생물지리학(biogeography)을 바탕으로 884쪽에 걸쳐 서술하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읽힌다.
저자는 지구 곳곳의 섬을 돌며 멸종 생물의 발자취를 추적, 흥미진진하게 전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면 도도새를 포함해 나그네비둘기, 태즈메이니아 원주민, 주머니늑대 등 생명이 진화하고 변종, 멸종하는 수수께끼가 자세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인간이 생태계를 어떻게 파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오만과 어리석음으로 행해지는 환경 파괴에 대한 ‘종말의 노래’가 책이 들려주는 핵심 메시지다. 하지만 곳곳에 소소한 읽을거리가 녹아 있어 무겁게만 받아들여지는 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몸길이가 2∼3㎝에 불과한 카멜레온 종이 어디에 사는지를 비롯해 코끼리를 잡아먹는 코모도왕도마뱀 얘기나 바다를 헤엄쳐 건너는 코끼리, 몸집이 거대해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코끼리새 등 흥미롭게 읽을만한 내용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기행문 형식을 택한 서술 형태도 무리 없이 읽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
지구 미래에 대한 어두운 구석뿐 아니라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칼 존스 등 자연보호주의자들이 펼치는 활동도 비중있게 다룬다.
저자는 현 시대야말로 인류 역사상 최대의 멸종 위기 국면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석기시대 이후 현재까지 전세계의 조류 중 20%가 멸종됐고 최근 들어 멸종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으며 위험 범위도 모든 동식물로, 섬에서 모든 대륙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활이다.
저자가 “한번 사라진 종은 다시는 태어날 수 없다. 서식지가 팔괴되면 거기에 사는 동물들이 죽듯이, 생태계가 파고되면 결국 우리도 멸종의 길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게 수긍이 간다.
국내에서도 34종의 위급종, 126종의 위기종, 169종의 취약종 등 286종류의 생물들이 멸종 위협에 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책을 덮고 나면 주변 환경을 돌아볼 수 밖에 없다.
<김영사·3만원>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