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 발효, 전남생물산업 도약의 기회
2012년 01월 19일(목) 00:00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나고야의정서 발효가 올해 5월로 예상된다. 목전에 닥친 의정서 발효가 식품, 화장품, 의약품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1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나고야의정서 관련 첫 공청회에서는 관련 업계 및 정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빼곡하게 자리를 메운 가운데 열띤 논란이 벌어졌다. 현장 분위기는 한마디로 불명확한 미래에 대한 ‘우려’와 ‘혼란’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 생물산업에 미칠 영향과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는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채택된 생물다양성협약(CBD)에 뿌리를 두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전,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관련 이익의 공유라는 3가지 목적 때문에 생물다양성협약이 맺어졌다. 이 가운데 나고야의정서는 세 번째 목표인 ‘이익의 공평한 공유’와 관련된 내용으로 법적 효력을 갖는 국제규범이다. 이 의정서가 발효되면 자원 이용국 보다는 자원 공여국의 입장이 크게 강화된다. 이 의정서 발효로 인해 생물자원 주권의 무게중심이 생명공학 기술을 가진 선진국에서 토종 유전자원을 가진 후진국으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생물자원을 둘러싼 나라들 간 치열한 다툼을 예고한다.

세계 각국은 생물산업을 21세기 국부 창출의 첫째 성장동력 분야로 꼽고 있다. 세계 생물산업은 현재 연간 700조 원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15년에는 5배를 상회하는 3700조 원에 이를 만큼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반해 우리나라 생물산업 경쟁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기술이나 자원 모두 부족한 편이다. 지금도 매년 약 1조5000억 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해외 생물자원을 수입하여 사용한다. 바이오원료의 70∼80%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제약, 화장품, 식품 등 바이오업계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는 전남을 생물소재 원료기지로 육성하고자 하는 계획에 민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남도는 생물산업을 지역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산업으로 선정, 지난 2002년부터 10년간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재)생물산업진흥재단을 설치하고 그 아래 화순 생물의약연구센터, 나주 식품산업연구센터,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 곡성 생물방제센터, 장흥 천연자원연구원과 한방산업진흥원, 완도 해양바이오산업센터 등 7개 특화센터를 설립하였다. 우리나라 지자체 가운데 가장 우수한 생물산업클러스터 기반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남이 비교우위를 갖는 특산생물자원을 화장품이나 기능성식품 소재로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천지역의 화장품기업들과 손잡고 ‘3G 바이오 친환경생물소재 고도화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호남권 선도전략산업으로 바이오식품과 바이오활성소재로 생물사업분야를 더욱 확대하여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전체 입장에서 보자면 의정서 발효는 수입소재에 의존하던 기존 생물관련 기업체들에게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남도 차원에서는 유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오히려 이 지역에 기원을 둔 독창적인 생물자원을 잘 발굴하기만 한다면 그 가치는 훨씬 빛날 것이다. 전남의 비교우위 특산생물자원을 이용한 바이오신소재 개발전략은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전남의 토종 생물자원을 집중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이런 자원을 글로벌 천연생물소재로 개발하면 상대적으로 큰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전남은 우리나라 타 지역에 비해 토종생물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현재까지 한국에서만 자라고 있는 한국 토종식물은 759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전남 토종식물은 223종으로 전국의 30%가 분포하고 있다. 지리산오갈피나무 등 지리산권 69종을 비롯 백운산, 월출산, 두륜산, 백양사 등 산악지대와 흑산도의 넓은참가시나무를 비롯 거문도 홍도 등 섬 지역에 집중적으로 자생한다. 이 가운데 갯방풍, 두루미천남성 등 161종은 희귀식물이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분류된다. 물론 앞으로 집중적인 조사를 한다면 더 많은 토종 유전자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은 이런 토종식물에 대한 성분 분석과 아울러 국제사회에 우리 토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 즉 바이오마커를 찾아내서 가급적 빨리 등록해야 우리의 자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이 문제에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다. 의정서에 따르면 토종 생물자원이 어느 나라 것인지 보다는 어느 지역에 기원을 두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의 토종생물자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재의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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