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 다시 삶의 터전이 되려면
2011년 12월 13일(화) 00:00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잃어버렸던 동요 한자락을 따라 부르며 어린 시절 황룡강 상류에 있는 냇가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듣고, 보고, 만지면서 자라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마와 누나에게 강 주위에서 살기를 희망한 것으로 일제 강점기의 고통과 서러움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갈구한 것이다.

이렇듯 과거의 강은 우리 삶의 터전이었으며, 우리 조상의 삶의 애환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또한, 오염되지 않는 깨끗한 곳이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며 화합했던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반짝이는 금모래와 강물은 복잡한 삶 속에서 마음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평온함과 즐거움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도 과거에는 물고기도 잡고 멱도 감을 수 있었던 환경이자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터전이었다. 영산강은 지역에 따라 남포강, 목포강, 금강, 사호강, 곡강으로 불리었으나, 고려말 나주시 영강동에 곡식을 세금(세곡)으로 보관하고 운송을 위해 설치된 영산조창 앞을 흐른다 하여 조선시대부터 영산강으로 불렸다.

영산강의 발원지는 추월산 자락인 가마골 용소이다. 상류부는 산지하천으로 비교적 자연하천의 모습을 띠고 있고, 하류로 내려오면서 광주시, 나주시, 목포시 등의 도심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산지를 제외한 지역은 대부분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영산강은 기상, 지형, 유역 특성상 저·갈수기의 유량이 매우 적으며 1970년 후반에 상류지역에 4개의 농업용수 전용댐이 축조된 뒤에는 자연유하량이 더욱 줄어들어 하천의 자정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 특히 수질은 초기 강우로 인한 도심지의 비점오염원, 농업용수의 회귀수, 축산폐수, 미처리 생활하수 등으로 인하여 전국 5대강 중에서 가장 나쁜 상태였다. 또한, 치수 위주의 영산강 관리와 정책으로 생물서식처가 훼손되어 생물의 종다양성이 낮은 상태이고, 시설물 지수가 높으며 하천흐름과 수생동물의 생태통로가 많이 단절되어 있어 수생태계 건강성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영산강의 하천유지 용수량은 한강의 9.5%, 낙동강의 14.9%, 금강의 22.7%에 불과할 정도로 유량이 매우 적은 상태이며 하천 유로도 우리나라 5대강 중 제일 짧아 강우량과 오염물질의 배출량에 따른 수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더욱이 상류에 댐이 건설되면서 유량고갈 및 수질악화로 1990년대 후반까지 7개의 먹는 물 취수장이 모두 폐쇄되었다. 아울러, 1970년대 중반까지 목포에서 영산포까지 내륙수로의 기능을 수행하였는데 1977년 10월 영산포에서 마지막 배가 떠난 뒤 하구언 공사로 주운의 기능은 완전히 상실되었다.

남도의 젖줄이라 불려 왔던 영산강도 자연의 품을 떠나 보낸 지 오래됐다. 자연이 떠난 영산강은 생물이 살아가기 힘들고 우리 모두에게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극히 작은 생물종의 일부분도 이제는 보기 힘들 정도다. 또한, 우리들의 후손들은 영산강에 대한 동경의 그림도 기억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엄마와 누나에게 강변 살자”며 노래하는 것처럼 우리들이 영산강을 터전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광주·전남 시도민들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최형옥 영산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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