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죽어버린 호남의 젖줄 수심마저 얕아 아슬아슬 운항
■르포 - 영산강 100리 뱃길을 가다
2009년 07월 03일(금) 00:00
본격적인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앞서 2일 ‘영산강 생태환경 뱃길 탐사’에 나선 탐사선 2척이 영산강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와 지역개발 전문가 등 80여 명이 참가한 이번 탐사는, 함평군 학교면 곡창리 사포나루 인근에서 탐사선 한 척이 물속 폐그물에 스크루가 걸려 멈추는 바람에 예정보다 일찍 마무리됐다. /최현배기자 choi@kwangju.co.kr
2일 오전 10시30분 영암군 삼호읍 나불포구.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본격적인 착공에 앞서 생태환경 뱃길탐사에 나선 20t짜리 탐사선 ‘한남호’와 ‘뉴 갈매기호’ 두 척이 100여 리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환경단체 관계자와 지역개발 전문위원 등 80여 명을 태운 뱃길 탐사선은 영산강 상류로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강 하류부분에서는 폭 2km에 최고 수심이 14m에 달하는 영산호가 시원스럽게 펼쳐졌다. 하지만, 4급수로 전락한 영산호는 겉보기와는 달리 악취가 코를 찔렀고, 이미 짙은 갈색으로 변해버린 강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녹조현상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녹조 위에 하늘색 오염원 띠가 한 층 더 생겨나는 바람에 근처에만 가도 역겨운 냄새가 날 정도였다. 이날 수질측정을 한 결과 영산호의 EC(전기전도)는 780으로, 주암호와 장흥호의 70∼80에 비해 10배가량 높았다. 용존산소량(DO)은 4.1, PH농도는 8.0에 달했다. EC는 물속의 불순성분이 많을수록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불도 인근 선착장 수치는 강 속 불순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무안 몽탄대교 인근에서는 전남도의 환경 정화선인 ‘영산강 호’가 배에 설치된 기중기를 사용해 물속에 버려진 나무 등걸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영산강 호’ 갑판에는 지난 30년간 강 바닥에 쌓여있다 건져 올려진 폐 그물과 폐건자재가 수북했다. 나불도 선착장으로부터 22㎞ 떨어진 몽탄대교 인근 수질은 영산호 보다 좀 더 나았다. EC는 207로 떨어졌고, PH 농도는 7.5로 낮아졌다. 용존산소량은 2.4였다.

이처럼 수질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영산호에는 여전히 20년째 양식장이 운영되고, 붕어와 잉어 등을 잡는 내수면 어업선도 170여 척에 이르는 등 영산호와 영산강은 여전히 내수면 어업인들의 생계 터전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강의 오염이 심해지면서 기형 어류들이 출현하고, 개체수가 워낙 많이 줄어들면서 어업으로만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고깃배들은 많아졌다.

함평군 사포나루에는 아직도 20여 척의 내수면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주민들은 그물망 손질에 한창이었다. 예전에는 빙어, 가물치, 참붕어, 미꾸리, 송사리, 누치 등 일부 멸종위기종까지 잡혔던 ‘물’ 좋은 곳이었지만, 이젠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영암군 삼호읍 나불리 원주민인 전도영(56)씨는 “풍요로웠던 영산강이 죽음의 강으로 변하면서 인근 주민들도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고 있다”면서 “수질 및 치수 개선을 통해 영산강을 살리고 예전처럼 배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도록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수질이 나빠지면서 떠난 것은 어류뿐만이 아니다. 5∼6년 전 까지만 해도 청둥오리와 고니 등으로 뒤덮일 정도로 유명한 철새 도래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발길이 뚝 끊겼다. 먹잇감이 크게 줄어서다.

그래도 아직 청둥오리와 고니 등이 간간이 영산강을 찾는 것으로 보아, 영산강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강 폭이 좁아지는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며 수심이 깊은 곳을 찾아 조심스럽게 갈지자로 움직이던 ‘한남호’가 함평군 사포나루 인근에서 갑자기 멈춰섰다. 수심이 급격히 얕아진데다, 강물 속을 떠다니던 폐 그물이 스크루에 걸리면서 더 이상 운행이 어려워진 때문이다.

2척의 탐사선에 나눠 타고 나주 석관정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것으로 예정됐던 이번 영산강 탐사는 탐사선 한 척이 중도에 발이 묶이면서 결국, 사포나루에서 마무리됐다.

홍석태 전남도 건설방재국장은 “폭 200m가 넘는 강이 이 정도로 수심이 얕아진 것은 수십 년 동안 강 밑바닥에 쌓인 퇴적물 때문”이라며 “유량을 확보하고 수질을 개선하려면 준설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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