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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가치는 무엇으로 환산할 수 있는가- 박영진 조선대 시각문화큐레이터학과 3년
2023년 03월 14일(화) 00:15
대학교 3학년은 ‘사망년’이라는 은어로 불린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시기라는 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아마도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두려움, 대학 생활의 권태감과 동시에 더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한 것에서 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는 1, 2학년에 반해 3학년은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권태감을 느낀다. 더불어, 적은 학점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하는 4학년에 비해 채워야 할 학점이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데 취업도 걱정돼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느끼며 다 놓아 버리고 싶은 모순적인 감정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그 ‘사망년’의 기로에 서 있다.

1학년과 2학년 초·중반의 시기에는 돈과 수료증으로 환산되지 않더라도 ‘경험 쌓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의 가치’에 신경 쓰게 됐다. 그 가치는 ‘돈을 많이 주는가’ ‘사회가 인정해주는가’ ‘취업에 도움이 되는가’로 귀결됐다. 그 외의 가치들은 이 세 가지를 만족한다는 전제 하에 고려됐다. 하지만 이런 선택들은 내면을 삭막하게 만들었다. 내적 동기유발이 아닌 스펙을 위한 경험 쌓기에 치중한 나머지 나를 돌보지 못한 것이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시간이 절실했다. 이대로 등 떠밀려 남들처럼 졸업하고, 죽지 않기 위해 취업해 돈을 버는 허덕이는 삶은 싫었다. 평범한 삶을 위해 그 이상의 시간과 정신을 쏟기엔 젊음이 아까웠다. 그래서 ‘돈’ ‘사회적 인정’ ‘취업’이라는 가치를 내려놓은 채 찬찬히 그동안의 행적을 곱씹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무엇을 할 때 무아지경에 빠져 집중했는지 떠올랐다. 바로 ‘글쓰기’ ‘미술 이론’ ‘철학’이었다.

모두 취업이 어렵고 돈을 벌기 어려운 분야라는 인식 때문에 은근히 외면했던 것들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을 알게 된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가장 먼저, 이 세 가지를 모두 살릴 수 있는 전공을 찾아 전과 신청을 했다. 1학년 때 우연히 수강했던 미술 이론 수업이 너무 재밌어 학기 내내 마음이 떨렸던 경험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과를 하고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그 전보다 많은 활동과 직책을 맡게 됐다. 하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이와 연계된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

경험의 가치는 돈과 스펙뿐만 아니라 무궁무진한 것들로 환산할 수 있다. 경험을 통해 얻은 가치들은 내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한 힌트와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 그 경험을 어떤 가치로 환산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은 결국 개인의 통찰력과 견문에서 나온다. 사실 통찰력과 견문은 결국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그 시작은 다시 경험이다.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과 겪는 사건들을 운이나 불운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어떤 가치와 미래를 위해 어떤 경험을 할지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아가 과거 자신이 겪었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을 토대로 정말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경험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