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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관장 임명’ 시립미술관의 미래는?
2023년 02월 01일(수) 00:00
지난해 가을, 북유럽 4개국의 미술관과 공공미술현장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코로나19의 ‘그늘’이 남아 있긴 했지만 주요 미술관에는 예전의 모습처럼 관람객들로 활기가 넘쳤다. 첫번째 방문지였던 핀란드 헬싱키의 아모스렉스 미술관을 비롯해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오슬로 뭉크미술관, 덴마크 국립미술관은 유럽 각지에서 온 인파로 북적였다.

물론 화려한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들인 만큼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건 당연할 터. 하지만 2만원 가량의 만만치 않은 입장료에도 마치 백화점의 오픈런처럼 개관시간을 목빠지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면서도 부러웠다.

그도 그럴것이 상대적으로 지역 미술관들의 ‘한산한’ 전시장 풍경이 떠올라서였다. 전남도립미술관의 루오전이나 광주시립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기획전처럼 특별한 이벤트가 없는, 평상시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하기 때문이다. 미술애호가들이 적은 탓도 있지만 연중 즐길 수 있는 컬렉션이 미흡하다 보니 미술관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다.

사실, 요즘과 같은 연말연시는 관람객들을 미술관으로 불러 들이기 좋은 때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마음을 ‘추스리는데’ 예술이 충만한 미술관 만큼 최적의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름 방학이나 휴가철도 대목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국내외 유명 미술관들이 신년 기획전을 시작으로 바캉스 기간을 겨냥해 블록버스터전을 기획하는 건 그 때문이다.

특히 메가 예술이벤트가 맞물린 해는 전시회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어 문화마케팅의 모멘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미술한류의 해’를 선포한 국립현대미술관이 여세를 몰아 올해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한 ‘한국 실험미술 1960-1970’을 비롯해 서울시립미술관의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에드워드 호퍼’전과 제12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9월~11월)와 연계한 ‘사진작가 구본창’전, 국내 국공립미술관 최대규모로 기획한 대구시립미술관의 미니멀리즘 대가 ‘칼 안드레’전 등이 그 예다.

특히 이들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건 다름 아닌 공립미술관의 ‘힘’이다. 막대한 예산과 전문인력, 그리고 탄탄한 네트워크를 엮어 사립미술관이나 민간갤러리가 다루기 힘든 굵직한 전시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광주시립미술관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함은 물론이다.

최근 김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 오랫동안 공석중이었던 광주시립미술관의 수장으로 취임했다. 사전 내정설, 전임 직장 갑질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었던 주인공이 ‘소문대로’ 임명되면서 신임 관장을 바라보는 지역 미술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장 오는 4월로 예정된 광주비엔날레와의 콜라보와 지난해 개관한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 활성화 등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초의 공립미술관이지만 연간 평균 관람객이 17만 여명에 그치고 관람객들을 설레게하는 대표작이 많지 않는 상황에서 광주시립미술관다운 존재감을 보여줄 지 궁금하다. 무엇보다 논란 속에 지휘봉을 잡은 그가 지역 미술계와 어떤 화음을 그려나갈지….

〈문화·예향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