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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10년, 다가올 10년
2021년 11월 10일(수) 00:30
2014년 여름, 취재차 방문한 영국 런던의 바비칸 아트센터는 평일 낮인 데도 런더너들로 활기를 띠었다. 세련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로비와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로비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수많은 예술서적과 CD, DVD가 꽂혀 있는 자료실에서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을 즐기는 풍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없는 낮엔 썰렁하기 짝이 없는 지역의 문화시설이 떠올라 신기하게 느껴졌다.

이런 궁금증은 당시 루이스 제프리스 바비칸 아트센터 예술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해소(?)됐다. 그녀는 “아트센터나 문화재단이 지역의 문화생태계에 기여하기 위해선 수준높은 공연이나 콘텐츠 못지 않게 주민(local level)들과의 소통, 즉 예술에 대한 안목을 키워주는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조금 전 로비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자료실에서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머지 않아 런던오케스트라 심포니의 티켓을 구입하게 될 고객”이라고 귀띔했다.

최근 광주문화재단(재단)이 출범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1년 1월, ‘문화예술 창조도시’를 목표로 첫발을 뗀 재단은 초창기 정체성과 운영 등을 둘러싼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렸지만 5월 광주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킨 뮤지컬 ‘광주’, 광주의 뿌리를 찾는 ‘광주학 콜로키움사업’, 미디어아트 특화공간 등 시민들의 문화향유에 적잖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재단이 문화광주의 싱크탱크로서 제 역할을 했는 가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 10년간 지역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시립미술관, 재단 등에서 생산되는 콘텐츠는 크게 늘었지만 정작 이들을 소비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다 보니 공급과 수요가 불일치하는, ‘무늬만 문화도시’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문화마인드는 오랜 경험과 교육에서 ‘길러지는’ 만큼 혹여 그간 예술교육에 대한 재단의 인식과 지원이 미흡했던 건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그도 그럴것이 인천문화재단은 독립부서인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정규직원 7명이 예술교육을 전담하고 있지만 재단은 예술상상본부 산하의 1개 팀에서 4명이 맡고 있다. 내부의 역량은 조직의 위상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개선해야 할 과제다.

무엇보다 예술인 복지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로드맵과 정책 부재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코로나19로 무대를 잃은 예술인들의 창작지원을 위해 지난해 중순부터 광역지자체의 재단들이 실태 조사를 실시해 이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 달리 재단은 지난 8월말부터 지역 예술인들의 현실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진행중이다. 특히 인천과 부산문화재단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예술인복지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예술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바야흐로 위드 코로나 시대다. 비대면이 일상화된 사회가 도래하면서 재단은 뉴노멀 환경에 따른 문화생태계 회복,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인프라 구축등을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서야 할 때다. 지난 10년이 규모와 사업의 팽창에 초점을 뒀다면 다가올 10년은 재단의 본질적 가치에 주목해 다양한 흐름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정책적 의제를 발굴해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왜 재단이 설립됐는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이번 10주년이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