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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우리 토종식물 화폭에 옮겨요”
[신안 섬 자생식물 생태세밀화 그리는 김수경 작가]
수개월간 현지서 식생 등 분석…세밀화 배우며 환경 문제 관심
온 종일 매달려도 한달 1~2점 완성…내년 1월까지 20점 목표
도서자생식물보전센터 전시
2020년 03월 26일(목) 00:00
섬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신안군에 자생하는 식물들을 화폭에 담는 이가 있다.

12여년동안 생태세밀화를 그려 온 김수경(58) 작가는 올해 신안군 자생식물들을 세밀화로 그려 신안군 도서자생식물보전센터 식물표본실에 상시 전시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김 작가는 이화여대 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아뜰리에17에서 동판화과정을 배웠다. 2007년 (사)숲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숲생태아카데미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2008년부터 목포 숲생태연구소 등 전국에서 생태세밀화 전문 강사 활동을 해 왔으며, 현재 경의선숲길, 생태그림연구소 대표로 생태세밀화를 그리고 있다.

“식물 세밀화는 옛 유럽 살롱에 걸어놓던 ‘보태니컬 아트’에서 비롯됐어요. 당시에는 눈요깃거리로 소비되던 예쁜 꽃 그림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생태 보전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그림이 필요해진 거에요.”

김 작가는 ‘멸종위기종’을 테마로 내년 1월까지 20점의 그림을 완성할 계획이다. 신안 내 자생하는 1878종의 식물 중 홍도서덜취, 흑산도비비추, 가거꼬리고사리 등 신안 지명이 들어간 식물을 먼저 그린다. 김 작가는 “올해는 개인전 등 작품 활동을 하려 했는데, 이처럼 의미 있는 일을 맡게 되니 만사 제쳐놓고 세밀화 작업에 나섰다”며 웃었다.

세밀화는 대상의 특징을 면밀히 관찰해 화폭에 담아내야 하는 만큼, 작업 시간도 길다. 하루에 10~15시간여를 그림에 매진하더라도 빨라야 한달에 2점 가량의 작품이 완성된다. 식물이 있는 현지를 찾아가 식생을 조사하고, 주변 환경도 분석하다 보면 1점을 그리는 데 수 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어떻게 한 장의 그림 안에 모든 특징을 담아내느냐가 관건이지요.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 전시 일정도 맞춰야 하고, 보는 즐거움도 챙겨야 해요. 시간을 계획적으로 활용해 천천히, 꾸준히 그려나갈 생각입니다.”

김 작가는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지난달 예정된 사전 탐방을 가지 못했다. 대신 지인 등을 통해 사진자료를 확보하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신안을 찾아가 실물 표본을 확보하고 탐방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자생식물을 찾아나서는 일도 험난하다. 김 작가는 자생 식물을 불법 채집해 자생지 군락이 파괴된 경우가 많은 점을 지적했다. “가장 좋은 모델은 자생지에서 살고 있는 식물인데, 현지에서 찾기가 힘들어 표본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멸종위기종을 내 손으로 남기는 작업이라, 개인 작품 그리듯이 쉽게 그릴 순 없지요. 책임감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자연물을 그릴 때면 어떤 그림을 그릴 때보다 마음이 편안해져요.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아 부담감을 이겨내고, 신안군을 찾는 모든 이들이 꽃잎뿐 아니라 식물의 다양한 특징도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한편 도서자생식물보전센터에는 아직 전시 공간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올해 말까지 개관 준비를 마칠 예정이다. 해마다 20점씩 세밀화를 추가 완성해 2026년까지 총 140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