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 부흐빈더

올해 광주·전남지역 문화예술인들은 음악, 연극, 영화 등 여러 분야에 작품을 올리며 성찬을 차렸다. 지역 축제인 광주문화예술회관 공연예술축제 ‘그라제’는 올해 여름 광주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와 연계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소프라노 조수미, 체코 야나첵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 클래식의 향연도 이어졌다.

지난 7월 광주에서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와함께 광주는 축제의 도시로 변모했고 경기장, 선수촌, 5·18민주광장, 광주폴리, 공연마루, 전통문화관 등 발길 닿는 곳이 공연장이자 무대이고, 전시장이 됐다.

해외 거리예술가들이 참여하는 ‘2019 아시아마임캠프’, 대회 주 경기장과 선수촌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프린지페스티벌, 대구의 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달빛동맹 교류공연 등이 펼쳐졌으며 전국에서 모인 96개 팀 시민 공연예술가들의 풍성한 공연을 남부대, 선수촌 등에 설치된 공연무대에서 매일 즐길 수 있었다. 이 밖에도 국립아시아문화원이 주관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 로보틱스 퍼포먼스 공연, 아시아 컬처마켓 등이 펼쳐졌다.

올해 광주·전남 지역에는 클래식의 별들이 찾아왔다. 8월 말 열린 ‘KBS교향악단과 함께하는 제3회 여수음악제’에는 2017년 반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바이올린 거장 강동석 등이 무대에 올랐다. 또 지휘자 요엘레비가 KBS교향악단과 함께 관객들을 만났다.

선우예권

유·스퀘어 문화관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아 최정상급 클래식 연주자들을 초청했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노부스 콰르텟, 기타리스트 박규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임지영·양인모 등이 무대에 올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ACC 슈퍼 클래식’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 연주자들의 무대를 마련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 콘서트’가 지난 9월 열렸으며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쇼팽 콩쿠르 우승자 라파우 블레하츠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협연, 65년 전통의 체코 야나첵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이 펼쳐졌다.

광주지역 시립예술단의 공연도 활발했다. 광주시립발레단(예술감독 최태지)은 현존하는 작품 중 가장 오래된 낭만 발레작으로 꼽히는 ‘라 실피드’를 무대에 올렸다. ‘라 실피드’는 ‘백조의 호수’, ‘지젤’과 함께 3대 ‘발레 블랑’(백색 발레)로 불리며 이번 공연은 한국에서 22년 만에 펼쳐지는 전막 공연이었다. 또 연말 인기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은 4회 공연 매진을 기록했다.

시립창극단(예술감독 유영애)은 러시아 소치 시리우스 영재센터가 주관하는 ‘아시아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판소리 ‘흥보가’를 각색한 창극 ‘흥보가’를 공연했고 시립교향악단(지휘자 김홍재)은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호르니스트 카르스텐 캐리 더핀을 비롯해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이범주와 정기공연을 진행했다.

시립극단(예술감독 나상만)은 안톤 체호프의 ‘세자매’를 무대에 올려 개성 넘치는 배우들의 앙상블, 현실 속에 있을 법한 생생한 캐릭터, 체호프 대사 특유의 뉘앙스 등을 통해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를 선보였다. 시립오페라단(예술감독 정갑균)은 베르디의 오페라 ‘운명의 힘’을 광주 최초로 전막 공연했다. 공연은 광주·대구가 함께 진행하는 ‘달빛동맹’ 사업의 일환으로 기획, 광주문화예술회관과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처음으로 합작해 공동 주최했다.

시립소년소녀합창단(지휘장 윤영문)은 프랑스 보르도소년소녀합창단 15주년 기념 공연에 초청돼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 3개국에서 현지공연을 펼치기도 했으며 시립국악관현악단(지휘자 한상일), 시립합창단(지휘자 김인재)도 다채로운 공연으로 관객과 만났다.

연극계도 창작극, 고전극 등 다양한 연극으로 관객과 소통했다. 제22회 광주소극장연극축제(GJSTF)에는 극단 ‘예린’, ‘DIC’, ‘좋은친구들’, ‘시민’, ‘청춘’ 등 5개 단체가 참여해 ‘슬픈연극’, ‘아름다웠던 시간’ 등의 연극을 선보였고 15년째 계속되고 있는 ‘광주국제평화연극제’는 ‘공감’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그리스, 미국, 중국 등 4개 팀의 해외 초청 공연을 비롯해 단막극, 심리극 등 19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은 2020년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 시범 공연을 선보였고 전국의 극단들은 한 데 모여 ‘연극 있다_잇다 페스티벌’ 소극장 축제를 펼치기도 했다.

이밖에 다양한 주제의 영화가 스크린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광주CGI센터에서는 5·18을 주제로 한 영화 ‘김군’(감독 강상우)을 선보였으며 광주독립영화관(관장 윤수안)은 자체 기획으로 ‘5·18 39주기 특별기획전’을 열어 총 7편의 ‘오월’ 작품을 상영했다. 독일 오버하우젠 국제단편영화제 ‘오버하우젠 월드 투어’, 대한민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제8회 스웨덴영화제, 올해 10회를 맞은 광주여성영화제 등도 눈길을 끌었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