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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Leviathan)의 횡포
2019년 07월 15일(월) 04:50
[조영탁 광주대 IT자동차학과 교수]
‘나주시의회 민주당 의원 전원, 죽산보 해체 반대’라는 신문 기사가 나왔다. 중앙지로서는 유일하게 조선일보가 보도하고 있다. 충남 공주에서는 백제보 해체를 반대하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목소리가 진즉에 터져 나왔었다. 그러나 그 분노에 찬 농민들의 고함 소리도 정규 매체를 통해서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영국의 탬즈(Thames)에도, 프랑스의 센(Seine)에도, 독일의 라인(Rhein), 이탈리아의 포(Po), 그리고 물론 다뉴브(Danube)에도 무수히 많은 보(洑, dike)가 설치되어 있다. 안 그러면 도도히 흐르는 그 수량을 확보할 수가 없다. 지천으로부터 오염원이 유입되는 한, 보를 열고 유속을 빠르게 한다고 수질이 좋아질 리가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속담은 함축하는 뜻이 있지만 과학적인 말이 아니다. 팔당댐에 고인 물은 안 썩는다. 이 단순한 속담을 치수(治水)라는 지극히 공학적인 작업에 갖다 붙이는 것은 어리석다. 물이라도 많아야 희석이 되고 침강을 통한 정화가 일어난다. 현대적 공법으로 애써 설치한 보를 다시 수천 억 원을 들여서 해체하려 함은, 탈원전을 추구하면서 다른 나라에는 원전을 팔아먹겠다고 하는 것 이상의 블랙 코미디다.

한편 공영 방송 KBS가 ‘태양광 사업 복마전’이라는 제하에 태양광 사업의 폐해와 부조리와 허구를 보도(KBS 시사기획 ‘창’ 2019년 6월 21일)하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발끈했고, KBS가 재방송을 결방하면서 외압 논란으로까지 확산됐다. 이쯤 되면 필부들은 술자리에서 하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게 되는 형편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지금 ‘최저 임금’이나 ‘근로 시간 제한’ 제도를 손보자는 이야기를 못한다. 표 때문이다. 좌나 우나 다 그렇다. 그 폐해를 뻔히 보면서도 함구한다.

하지만 대학에 몸담고 있는 필자는 당장 8월부터 시행될 ‘강사법’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각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선의’로 개정된 새 법규에 의거하여 강사들을 써야 하는데, 이 법이 곧 발효된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미 1만 여명의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일단 임용하면 두 학기를 연임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 대학으로서는 두 번째 학기에 강의를 맡길 교과목이 없는 경우 난감해진다.

또 한 강사에게 6학점 이상을 줄 수 없다는 제한이 있다. 강의를 몰아주지 말고 가급적 많은 강사들을 고용하라는 것, 즉 ‘일자리 쪼개기’다. 실업률 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강사들에게는 6학점 강의만으로 먹고 살라는 말이 아닌가? ‘주 52시간’이라는 또 다른 강제는, 초과 근무를 해서라도 더 벌고 싶은 순수하고 당연한 젊은 욕망을 투잡, 쓰리잡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리바이어던(Leviathan)의 횡포가 아닌가.

충격적인 사고의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그 다뉴브 강의 나라 헝가리는 참 기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였다. 초기에 기독교 편에 섰다가 몽골군에 짓밟히고,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는 패전국 편에 서더니, 결국 소련의 위성 국가로 전락하여 경제 파탄으로 죽을 고생을 했다. 그랬던 헝가리가 자유 시장 경제 체제로 전환한 이후 현재 사상 최대의 경제력을 이루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오늘도 그런 역사적인 ‘선택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크기가 정해진 파이(pie)를 ‘공평하게 나누기’에 몰두하여 국가가 국민의 경제활동을 통제할 것이 아니라, 시장과 개인의 자유로운 노동 의지를 존중하며 경제라는 파이를 자꾸 키워나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의 헝가리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똑똑한 줄서기를 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실 멀리 헝가리까지 갈 것도 없이, 그렇게 줄을 잘못 서는 바람에 세계 최빈국으로 고생하고 있는 북한을 바로 옆에서 보고 있으니, 우리가 설마 그런 우(愚)를 범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나는 어쩔 수 없는 ‘우(憂)파’인 모양이다. ‘근심 우’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