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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 담뱃갑 경고 그림에 대하여
2018년 12월 25일(화) 00:00
담뱃갑에 부착된 흉측한 경고 그림이 금년 12월 23일부터 바뀐다고 했으니 하마 지금은 바뀌었을 것이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이 들어간 것은 2016년 12월 23일부터인데 2년마다 경신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바뀌게 된 것이다. 새로 들어가는 그림은 면적도 더 커지고 그림 내용도 더 흉측해진다고 했다.

이렇게 경고 그림의 양과 질을 강화하는 이유는 국민의 건강 때문이다. 흉측한 그림을 보고 담배를 멀리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지키려는 당국의 배려라니 이를 고맙다고 해야 할 것인가. 2015년에 2500원 하던 담뱃값을 4500원으로 대폭 인상할 때에도 역시 명분은 국민 건강의 증진이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당국의 금연 정책을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15년 담뱃값을 인상할 당시 국민 건강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정작 인상의 목적이 다른 데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증세(增稅) 없는 복지’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고안해 낸 ‘꼼수 증세’였던 것이다.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을 염려했다면 담뱃값을 10만 원 이상으로 인상하거나 아예 담배 생산을 금지했어야 했다. 담뱃갑의 경고 그림만 해도 그렇다. 담배가 국민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공공의 적이라면, 끔찍하고 흉측한 경고 그림을 넣어 국민의 불쾌지수를 높일 것이 아니라 담배 생산을 금지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전 원자력병원 원장 박재갑 교수는 담배를 ‘독극물’로 단정하고 이런 독극물의 판매를 허용한다면 국가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담배가 마약보다 중독성이 심하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을 담배 중독에 빠뜨려 놓고 그걸 통해 한 해 7조 원의 세금 수입을 올리는 지금의 상황은 마약 장사로 떼돈을 버는 조직폭력배가 하는 짓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담배가 ‘독극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야단스럽게 흡연 규제를 하면서도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박 교수의 말대로 국가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과 다름없다.

세상에는 건강을 해치는 것이 즐비한데 유독 담배만 가지고 난리를 치는 것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하나의 예로 탄산음료를 비롯한 정크푸드를 들 수 있다. 2013년 미국 심장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한 해에 18만 명이 탄산음료로 인해 사망했다고 한다. 학계에 보고된 정크푸드의 폐해는 심장마비와 치매 위험 증가, 면역 체계의 변화, 우울증 유발, DAN 손상, 아이큐 하락, 조산율 증가, 당뇨병 발병 위험, 비만 등 수없이 많다.

이 중에서 정크푸드에 함유된 설탕으로 인한 비만 문제가 심각하여 2017년 9월 호주의 보건단체연합회는 ‘비만이 흡연보다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진의 보고에 의하면 정크푸드는 중독성도 심해서 정크푸드를 끊으려 했을 때의 금단 현상은 담배나 마약을 끊으려 했을 때의 증상과 비슷했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영국 런던에서는 2019년 2월부터 모든 지하철과 버스에서 햄버거·탄산음료 같은 정크푸드의 광고를 일절 금지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그토록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정부 당국은 콜라나 사이다 병에도 흉측한 그림을 그려 넣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국민이 담배를 조금 덜 피우게 하는 것이 목적인가, 아니면 완전히 금연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가 밝혀야 한다. 만일 국민 모두가 금연하여 건강을 지키게 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면, 경고 그림의 면적을 확대하거나 더 끔찍한 그림을 만들어 넣는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담배의 생산과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 그리고 흡연하는 사람을 마약범처럼 처벌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12월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술병에도 담뱃갑처럼 경고 그림을 부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 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한다. 이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예측할 수 없지만 만약 통과된다면 인간의 오랜 벗인 담배와 술과 맺어 온 우정에 금이 갈 것이 틀림없다. 또 그만큼 우리네 삶도 팍팍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