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면 만나는 건 양림동의 골목골목 풍경이다. 멀리 보이는 양림교회, 푸른 하늘의 별빛과 어우러진 한희원 미술관, 미광의상실 앞에 놓인 파라솔, 낡은 수레가 자리한 누군가의 집앞 등등. 양림동을 방문해 본 이들이라면 “아, 저곳”하며 반갑게 알은체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이민 작가 개인전이 오는 19일까지 광주시 남구 양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양림미술관 기획 초대전인 이번 전시 주제는 ‘Y 스토리’, 양림동 이야기다.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전시작들은 회화처럼도, 판화처럼도 보인다. 거칠거칠하고 숨결이 살아있는 판화의 매력을 살림과 동시에 기존 판화보다 색 표현이 자유로워 다채롭고 명징한 색감을 얻어낸 작품들이다. 전시작들은 이 작가가 최근 상표 등록까지 마친 ‘판타블로’((Pan Tableau) 기법으로 제작됐다. 판화와 서양화의 기법을 결합한 것으로, 그는 ‘우드락 보드판’에 프레스를 쓰지 않고 손의 힘과 롤러만을 이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이 작가는 조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판화를 부전공하며 관심을 가졌고 일본 명문 다마 미술대학원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인기 작가로 주목을 받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69번째 개인전이자 광주에서 26년만에 갖는 전시다. 전시에는 평면 작품 26점을 내 걸었으며 지하공간에서는 작업 변천 과정 등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경기도 의왕시에 작업실을 둔 그는 20여전 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고향에 대한 추억을 소환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현재 어머니가 살고 있는 봉선동을 비롯해 줄곧 소태동, 방림동 등 양림동과 가까운 곳에서 살았던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수차례 양림동을 찾아 “나 만의 시선으로, 골목 풍경들을 조명하고 그 결과물을 남기기 위해” 작업에 들어갔다.

이 작가는 전국무등미술대전, 광주시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요코하마 미술관, 호암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문의 010-8954-3435.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