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타고 평양 가서 냉면 먹고 개마고원 락페 가자’, ‘5000년을 함께 살고 겨우 70년 떨어져 산 우리’, ‘전쟁을 극복하는 평화, 갈등을 화해하는 평화, 다름을 인정하는 평화, 일상을 담아내는 평화.’

다양한 퍼즐 조각에 적힌 글귀들이 인상적이다. 평화와 통일의 염원을 담은 글들과 함께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고, 이루고 싶은 꿈을 담은 글귀도 보인다. 어떤 퍼즐 조각에는 김원중의 ‘직녀에게’ 가사가 적혔다.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을 응원하는 목소리도 담겼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 라이브러리파크 B3(기획관) 바닥의 대형 한반도기에 적힌 글들이다. ACC가 개관 3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남북평화·통일 기원 프로그램 ‘평화의 창’ 행사 중 ‘소원을 말해봐-광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관람객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인 ‘소원을 말해봐-광주’는 2만3000개의 퍼즐 조각에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소원 메시지를 적어 한반도기를 완성하는 프로젝트다.

18일 전당에서 만난 한 부부는 평양으로 여행을 꿈꾸며 가족의 이름을 쓴 퍼즐을 작성해 한반도기에 채워 넣고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기자도 색색의 펜으로 간단한 소원 몇가지를 적었고 퍼즐을 맞췄다.

프로젝트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원하는 퍼즐을 골라 마련된 필기구를 이용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소망하는 메시지를 적고 난 뒤, 퍼즐을 맞추면 된다. 푸른색 퍼즐은 한반도기가 되고, 흰색 퍼즐은 바탕 배경이 된다. 현재 작품은 북한 지역부터 채워지고 있다. 어떤 이는 제주도와 마라도, 울릉도와 독독에 퍼즐을 놓았다.

이번 작업을 진행하는 손원영 작가는 퍼즐을 이용해 ‘관계’라는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해왔다. 2만 3000여개의 퍼즐은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27일부터 2018년 10월31일까지 남북 분단의 기간이 총 2만3429일이라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

각자가 쓴 소원 퍼즐은 다른 퍼즐들과 연결돼 한반도기를 서서히 형상화하며 화합, 협력, 통일을 상징하게 된다. 지난 6일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학생, 가족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해 퍼즐을 완성해 가고 있으며 수능시험이 끝난 고3 수험생들의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퍼즐 작품의 완성은 오는 12월 2일이다.

전시장에는 ‘통일문자도’도 함께 전시돼 있다. 이산 가족 3세대인 지희장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작가의 아버지는 함경남도 북청군에서 태어나 6·25 때 할머니가 임신한 채로 남쪽으로 피난을 와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못한 분단의 피해자다. 작가의 외가 역시 북에서 내려와 당시 북녘 피난민들이 몰려 살던 충무로, 신당동 일대에 거주했다. 남북 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지 작가가 ‘할아버지의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담아 제작한 작품이다.

지 작가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7개의 단어(민주, 평화, 화합, 통일, 사랑, 상생, 번영)를 조선시대 서민들이 즐겨 그렸던 문자도를 차용해 42m의 가벽에 설치했으며 조선대 미술대학 김종경 교수와 제자들이 협업했다.

‘소원을 말해봐’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수·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ACC 홈페이지(www.acc.go.kr)에서 확인하면 된다. 월요일 휴관.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